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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에 대한 국민청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청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글/ 조해성(국민대학교 사법학)

 

   올해는 스포츠 메가 이벤트가 많은 해이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6월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8월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스포츠 메가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난리가 난건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이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8월 19일 출범 100일을 맞이하여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를 신설하였다. 그동안 국민청원 페이지는 ‘조두순 사형’, ‘낙태죄 폐지’, ‘가상화폐’ 등의 사회적 이슈들이 제기돼 국민과 정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국민청원 페이지는 스포츠에 있어서 유독 선수들에 대한 조롱의 장이 된 느낌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국민청원 페이지에 여자하키 남북단일팀 논의에 대한 청원이 올라왔다. 이후에는 여자 팀 추월 종목에서 노선영 선수(28)의 왕따설이 제기 되면서 김보름 선수(25· 강원도청)와 빙상연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게재됐다. 또한 지난 16일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국민청원 페이지는 뜨거웠다. 월드컵에 출전한 장현수 선수(26· FC 도쿄)는 대한민국의 조별예선 첫 번째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이어진 멕시코와의 2차전 경기에서도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결국 두 경기 패배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국가대표 영구제명’, ‘구속영장 발부’, ‘국외 추방’ 등의 청원의 주인공이 됐다.


 

(평창올림픽 빙상연맹에 대한 청원/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페이지)

 

   이렇듯 스포츠 메가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비난이나 조롱조의 게시글이 국민청원 페이지에 올라온다. 물론, 모든 스포츠와 관련한 청원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국민 61만명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내 공식답변을 얻어낸 바 있다. 빙상연맹에서 그동안 문제로 지적받던 코치의 선수 폭행과 행정미숙에 대해 시정하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빙상연맹 자체의 자정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스포츠공정인권위원회’를 만들어 스포츠 비리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 마련과 여자 팀 추월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일 것을 약속했다. 국민들의 실망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담당 행정 부서의 비리나 적폐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 아닌 선수에 대한 조롱조나 비난이 청원의 대다수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 글 하나하나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미친다. 청원이 올라오는 것 마다 기사화가 될 경우 선수들이 직접 국민청원페이지에 들어가지 않아도 다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사를 접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을 리 만무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조롱조나 말도 안 되는 청원들은 법적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해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줄 수 있는 방안 또한 없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김영권 선수(28· 광저우 에버그란데 FC)는 비난을 찬사로 바꾸었다. 그러나 스포츠 이벤트가 진행되는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한, 두 경기로 인해 생긴 비난을 한 경기를 통해 찬사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지고 선수들에 대한 비판 이상의 비난이나 조롱조의 청원은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2주 앞으로 다가온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하면 운동선수들은 군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야구와 축구 같은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우승확률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에 야구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군면제를 너무 의식한 선발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축구 또한 황의조 선수(25· 감바 오사카)의 선발에 대해 ‘인맥축구’가 아니냐며 여론이 악화 돼있는 상황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조현우(좌), 손흥민(우) 선수/ 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손흥민 선수(26· 토트넘 훗스퍼 FC)와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 조현우 선수(26· 대구 FC)가 출전한다. 이들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참가선수)로 참가하여 개인적으로는 우승을 하고 병역혜택을 통해 빅 클럽으로의 이적을 노리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로도 두 선수들이 유럽의 빅 클럽에서 뛰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우승에 실패하고, 그 책임이 어떤 한 선수에게 전가 된다면 손흥민 선수나 조현우 선수 대신 그 선수의 군 복무 기간을 두 배로 늘리자는 등의 청원이 올라 올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최선을 다해 운동장에서 뛴 선수들에 대해 비판이 아닌 도 넘은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선수 선발 또한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선수 선발을 잘못하여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경질을 당할 수 있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실망하여 감독이나 선수에 대한 자격정지 또는 구속영장청구와 같은 청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 또한 이러한 국민청원에 대해 방관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이지만,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에 따라 올라온 내용들이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한 선수들에게 심적으로 고통을 야기한다면 정부는 그러한 선수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청원을 했을 때 그 청원이 20만 명의 이상의 동의를 받더라도 답변을 하지 못할 내용들에 대해서는 미리 페이지에 안내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원을 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주장에 대해 좀 더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형사 정책적 관점에서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에 조항을 신설하여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봄직 하다. 국민청원 페이지에 국민청원의 취지와 맞지 않거나 타인을 비방하거나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린다면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공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지를 통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왜곡하는 국민들이 자신의 주장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미흡했다고 지적받은 국민과의 소통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청원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논의를 통해서라도 청와대 국민청원페이지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소통창구를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