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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말산업의 가치와 가능성

말산업의 가치와 가능성


글 김신범(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위략에서 말하길 옛날 북방에 고리국이 있었다. 그 왕의 시녀가 태기가 있어, 왕이 이를 죽이려고 하자 시녀가 말하길 계란 같은 기운이 있어 내려와 내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하였다. 후에 아들을 낳으니 왕이 돼지우리에 버렸으나, 돼지들이 입기운으로 덥히고, 마구간으로 옮기자 말들도 이와 같아, 죽지 않았다. 왕이 괴이하게 여기고, 하늘의 아들로 간주하여 그 어미에게 거두어 기르게 하였다. 이름을 동명이라 하고 말을 기르게 명하였다(후략)” 

- 진수, 삼국지 위서 동이전

 

(국내 말 산업시장은 3조원대로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진 Pixabay 제공)

 

  한국인이 사랑하는 위인인 동명성왕의 이야기다. 말들이 어린 주몽의 몸을 덥혀주지 않았다면 아마 고구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은 인간과 함께 존재해왔다. 교통수단이 되어 인간의 짐을 날라주었으며, 전투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역사서들에 따르면.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는 등의 활동을 즐겼다 사람들은 말과 하나가 되어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고 있다. 승마는 간단한 규칙만 숙지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금방 배워서 즐길 수 있다. 김홍백과 이진한의 레저스포츠 총론에 따르면, 승마를 통해 신체의 유연성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평형감각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또한 말이 달릴 때 안장 위에서 몸이 출렁거리며 움직인다. 이는 반사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심폐지구력을 늘려준다. 위장병 등 소화기계통에도 긍정적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승마의 가치가 배가된다.

 

  국내 말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1,929가구가 말을 사육하고 있다. 말 산업의 시장규모는 33,478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는 2015년 기준으로 말 산업 종사자 수가 18,364명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현재에도 큰 산업이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에 승마와 말산업의 가치는 대두될 수밖에 없다. 기자의 전공인 스포츠응용산업 측면에서 바라본 말산업의 가치와 가능성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기술하였다.

 

1. 여가선용 측면

승마는 여가의 으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실제 승마를 꾸준히 즐기는 생활체육인 신예지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 승마를 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강원도 홍천에 여행을 갔을 때 승마 체험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그 때 경험했던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참 좋았다. 계속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사실 승마라고 하면 운동보다는 여가에 중점을 둔 활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험 하고 보니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은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신체 균형 잡기에 도움이 많이 돼서 좋았다.

 

- 승마만의 매력은?

다른 운동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말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나만 잘한다고 해서 잘 타지는 것이 아니다. 그날 그날 말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맞춰줘야 하는 등 복합적으로 임해야 하는 스포츠다.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엄청 재미가 있다. 말과의 궁합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말 타는 사람의 성향과 말의 성향이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성격은 활달하기 때문에, 말도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좋다. 만약 소극적이거나 덩치가 작은 말의 경우에는 나와 궁합이 덜하다. 내 경우에는, 나랑 맞는 말 1시간, 덜 맞는 말 1시간을 타서 말에 대한 적응력도 높이고 있다. 일련의 것들은 다른 종목에서 찾아볼 수 없는 승마만의 고유한 매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다른 운동에 비해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 그만큼 만족감도 크다.

 

(승마를 즐기는 모습. 사진 신예지 제공)

 

- 승마를 하며 실제로 좋아진 부분은?

사실 내가 경쟁심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말을 탈 때는, 경쟁 심리나 과도한 긴장을 내려놓고 임해야 한다. 나는 몸에 힘을 빼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다른 운동들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승마는 반대다. 말과의 호흡을 위해서는 내려놓는 게 필수다. 생리적으로는 하체, 척추, 골반에 도움이 많이 된다. 라인도 좋아진다. 말이 계속 움직이고 흔들리다 보니 버티고 조화하는 균형감각 도모에도 큰 도움을 준다. 하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크다고 생각한다. 말과 교감하면서 섬세함도 함양할 수 있다.

 

- 어디서 승마를 즐길 수 있나?

나는 홍천 비발디파크 소노펠리체 승마클럽에서 배우고 있다.한 번 타는데 45분이고, 1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말 타는 비용은 레슨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코치의 능력과 경력에 따라 금액은 상이할 수 있다. 주말에 탈 경우에는 가격이 조금 비싸지기도 한다. 홍천은 강원도긴 하지만, 춘천고속도로로 서울에서 1시간~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기에 접근성도 좋다. 과천 등 근교의 렛츠런 파크에서도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다. 다른 지역들에도 승마장이 많이 있다. 사실, 다른 운동에 비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다. 그렇지만 승마는 20-30대에 주로 즐기는 다른 운동들과는 달리 오래오래 할 수 있다. 조기교육이나 특별한 재능의 영향도 덜 받는다. 동물을 좋아하고, 자연친화적이고, 자세 교정, 유지 등의 장점을 느껴보고 싶다면 승마를 강력 추천한다.

 

(말 타기는 청소년 정서함양에 큰 도움을 준다. 사진 신예지 제공)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미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지에서도 승마 프로그램을 경험해 봤다. 말 위에서 보았던 풍경들은 장관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장소에서 풍경을 즐기면서 승마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운동프로그램만 있는 것 보다는, 다채로운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전자제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타개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앞으로 승마인구가 많이 늘고, 국민스포츠로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가지고 있다.

 

2. 비즈니스 측면

지난 해 말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말을 활용한 힐링 말산업 6차 산업화 프로그램 개발 및 실증연구>를 주제로 추계 심포지엄을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기승능력 평가 도구를 활용한 맞춤형 힐링승마(홍보영 가톨릭대학 교수)

-인터넷 중독 청소년 대상 힐링승마 프로그램에 대한 효과(강경두 중앙대학병원 교수)

-말을 주제로 하는 힐링승마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효과(정태운 전주기전대학 교수)

-힐링 전용마의 순치조련 훈련의 방법과 효과(김병선 제주한라대학 교수)

-말산업 기술상용화 어떻게 할 것인가(이용덕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팀장)

 

  단순히 말을 타는 것만 말산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말이라는 자본수단을 가지고 어떻게 더 많은 비즈니스를 가능케 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이 도처에 가득하다. 말산업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수단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에 개최되었던 추계 심포지엄에서는 힐링승마가 주가 되었는데, 힐링승마는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도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말과 직접적으로 하는 활동 뿐 아니라 <말 부위 명칭 맞추기>, <말 석고방향제 만들기>, <말 비누 만들기>, <말 가면 만들기>, <말 귀 만들고 감정 표현하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발표됐다고 한다.

 

3. 국위선양 측면

(승마는 국제대회 성적을 통해 국위 선양에 기여한다. 사진은 Pixabay 제공)

 

  스포츠를 통해 국격을 높이기 위해, 운동 현장에서 많은 선수들이 밤낮으로 땀 흘려 노력하고 있다. 다른 스포츠들과 마찬가지로, 승마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이 많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던 황순원 선수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승마라는 종목에서 활약하는 많은 선수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말 산업 인프라 덕분일 것이다. 스포츠응용산업의 관점에 비추어보았을 때, 이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만 더 많은 행정적, 재정적 지원, 범국민적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일부만 즐길 수 있다는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쟁점이 된다.

 

  

4. 사회공헌 측면

그림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는 여러 가지 사회공헌 활동들을 많이 수행하고 있다. 이는 말 산업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지를 입증한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는 말 산업을 통해 사회의 어려움과 아픔을 치유하는 일 렛츠런이 가장 잘 하는 일입니다라고 공식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렛츠런 승마힐링센터>, <마분퇴비 활용 사회적기업형 법인 ()에코그린팜>, <발달장애청년 일자리 창출 나는 카페사업> 등이 있다고 한다. 한국마사회는 연간 약 200억의 기부금 지원과 약 18000억의 세금 납부를 통해 사회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도단, 탁구단, 승마단 등 여러 가지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곳에 기부금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들은 말 관련 산업이 없거나 미약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자금 운용이다. 따라서 스포츠적인 가치 뿐 아니라 공익적인 차원에서의 이점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5. 유관산업 발전 측면

 

(말산업은 유관산업 파생효과가 크다. 사진 한국마사회 제공)

 

  201711월 말산업저널(HorseBiz)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한국마사회가 렛츠런파크 블로그를 통해서 말 관련 여행지를 다수 소개했다고 한다. “서울 어딘가에, 말들이 사는 벽화 마을이 있다고요?”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렛츠런파크 서울의 포니하우스를 추천하기도 하고, 렛츠런파크 부산 경남에 있는 일루미아에 가보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말 산업은 관광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멀리 본다면,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말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농가소득은 물론이고, 부대산업 일자리 창출효과 등 다양한 낙수효과가 발현될 수 있다. 생산, 관광, 체험으로 이어지는 말 산업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자꾸만 재생산하여 판매한다면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말 체험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드는 산업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안장, 편자, 채찍 등 다양한 장비들을 생산해내 판매하는 관련 산업인력들도 경제적 이익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말 산업은 더 유망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자성어 주마간산(走馬看山)말 타고 다니며 산을 본다, 즉 일이 바빠 주변을 힐끔힐끔만 보고 지나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경쟁과열의 시대다. 학생들은 진학과 취업만을, 직장인들은 승진만을 보고 살아간다. 정말 모두가 주마간산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승마와 그 산업은 우리 사회에 앞에서 다룬 다섯 가지 이유들로 안정과 넉넉함을 선사한다. 건강한 승마산업, 멀리 있지 않다. 말 위에서, 그리고 말 옆에서 볼 수 있는 우리네 아름다움을 절대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