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상무육상, 선발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글 / 문삼성

 

 

  지난 9월 한 뉴스기사를 접했다. 상무육상선수 28명이 뒷돈을 건네 선발되었다는 내용이다. 체육계에 만연히 존재하는 비리가 이번엔 군문제로 드러났던 것이다. 


  필자는 대학입학까지 육상장거리선수를 지냈고 바로 현역육군으로 입대하여 복무하였다. 실력이 뒤쳐져 선택한 결과가 아니었다. 부상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수라는 타이틀 뒤에 항상 군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무에 입단하는 선수는 대부분 27살 이후에 입단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꼬박 다니면서 최대한 미루다가 군복무를 하기 때문이다. 각 소속팀에서도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좋은 성적을 내려고 군복무를 미루도록 권장한다.


  필자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으로 상무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입대를 미루면서까지 좋은 성적을 낼지 확신하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선수들은 성적만을 가지고 상무에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런 성적이 없는 선수가 입단하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선수들끼리는 “누가 얼마를 했다” 등의 대화가 이어지는 것도 빈번하다. 상무라는 곳이 선수생명을 더 길게 이어가라고 훌륭한 선수들에게 현역군인대신 특혜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성적이 없는 선수를 가능성이 있다는 명분으로 입단시키는 것은 비리의 결과물이다. 그로 인해 정작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 군복무를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현역군인으로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실업팀에서 가능성을 보고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방의 의무대체인 상무에서 가능성 보고 뽑는다는 것은 비리가 일어나기 최적의 조건이다.


  선발과정에서 일어나는 비리의 문제는 단연 지도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군복무를 회피하려는 선수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항상 군문제가 나오면 선수들은 이런 말을 한다. “현역입대하면 선수생활 끝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상무에 입단하면 전문선수와 동일하게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그동안 해오던 훈련을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21개월 이라는 시간동안 현역에 복무하면서 오히려 더 나은 몸이 되어 복귀할 수도 있다. 규칙적인 패턴과 정해진 운동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역군복무를 마치고 42.195km를 2시간16분에 달린 선수도 있다. 당시 그 선수를 보며 정말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노력하기 나름이다. 현역으로 입대하면 선수생활이 끝난다는 잘못된 생각이 비리를 저지르고 싶은 욕구를 생성시킬 수 있다.


  금액이 커질수록 받는 사람 입장에서 흔들릴 여지도 많아진다. 상무를 가든 현역복무를 하든 그 후 선수생명의 길은 단순히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막상 상무에 입단하면 군 문제 해결됐다고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닌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어서 상무에 가야 한다는 말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상무 선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성적이라는 기준이다. 육상중장거리 종목에서 한 해 3명 정도 상무에 입단한다. 종목을 나누어 그 해 최고의 선수들을 입단시켜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에서 그 해 최고의 선수라면 단연 전국체전 1위 선수들일 것이다. 다른 대회까지 포함시킬 이유 없이 전국체전의 성적으로 선발한다는 기준이 생기면 선발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에 좋을 것이다. 보통 전국체전은 메달의 색깔이 중요한 대회라서 기록이 다른 대회에 비해 뒤쳐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무 입단의 보상이 생긴다면 전국체전의 수준도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현재 문제의 개선점을 어떤 방법으로 찾든 현실은 그 상황에 맞춰 새로운 비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적어도 훌륭한 선수들이 가야할 자리를 아무런 노력도 안하는 선수들이 가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