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권순찬
‘유리천장’은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여러 분야에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스포츠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에 비해 더 많은 연봉과 상금을 받고 있다. 그래도 남녀를 나누어 경쟁하는 선수의 경우에는 괜찮은 편이다. 남녀의 구분이 따로 없는 스포츠 행정가나 지도자 분야에서는 ’유리천장‘이 더 심하게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기구라 할 수 있는 IOC와 FIFA는 역대 위원장과 회장들이 모두 남자였고 여자 팀을 지도하는 남성 지도자들은 많은 반면, 남자 팀을 지도하는 여성 지도자들은 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유리천장‘을 극복하고 활약하고 있는 여성 행정가와 지도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16 AFC 애뉴얼 어워드’에서 여자 감독상을 수상한 찬유엔팅 감독. 사진출처=AFC 홈페이지
지난해 홍콩프로축구에서 세계 축구의 주목을 받을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스턴스포츠클럽은 2015/2016 시즌 단 1패만을 기록하며 홍콩프로축구리그 우승을 차지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건 이 팀의 우승이 아니라 이 팀의 감독이었다. 이스턴스포츠클럽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감독의 이름은 찬유엔팅. 찬유엔팅 감독은 세계 최초로 남자 프로팀을 이끌고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 여자 감독이다.
찬유엔팅 감독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애뉴얼 어워드’에서 여자 감독상을 수상하였고 ‘홍콩 최우수 감독상’ 또한 수상하였다. 여자 감독이 여자 팀을 지휘하기도 힘든 축구계에서 남자 팀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남자 축구계에서 일하는 여자 감독이 홍콩엔 자신뿐이라고 한 찬유엔팅 감독은 “남자 축구계에 도전하려는 세계의 다른 여자 감독들에게 좋은 예가 됐으면 한다. 용기를 주고 자극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스포츠 행정 분야에서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IOC 위원은 아직 남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자신이 취임할 때 32%였던 IOC 위원회 내부의 여성비율을 퇴임할 때 49%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기 때문에 스포츠 행정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OC 위원회 가운데는 ‘IOC 여성 스포츠 위원회’라는 위원회도 존재한다.
흥국생명을 우승으로 이끈 박미희 감독. 사진출처=스포츠한국.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활약하는 여성 지도자와 행정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우승을 차지했다. 박미희 감독은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여성 감독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썼다. 아직 남자 프로스포츠 팀을 이끈 여성 감독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하게 ‘유리천장’을 깼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 흥국생명의 우승으로 ‘여성 지도자는 안 된다’는 편견을 바꾸며 완벽한 ‘유리천장’을 깰 계기가 되었다. 박미희 감독은 “여성 감독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똑같은 지도자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지도자로 선수들을 이끄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행정 분야에서는 임은주 FC안양 단장이 눈에 띈다. 축구선수 출신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 국제 심판으로 활약했던 임은주 단장은 심판 시절 1999년과 2000년 각각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심판상과 아시아 축구연맹 최우수 심판상을 수상한 바 있다. K리그와 남자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주심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심판을 하며 ‘유리천장’을 깬 임은주 단장은 이후 교수를 거쳐 행정가가 되었고 2013년 K리그 강원FC 대표이사를 맡은 후 현재는 K리그 챌린지 FC안양의 단장을 맡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스포츠 행정가로 우뚝 섰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성 다양성 항목에서 상위 25%를 기록한 기업들이 업계 평균을 15% 상회하는 경영성과를 낸다. 성 다양성이 1% 상승할 때마다 기업 수익이 3%씩 증가한다고 분석한 연구 결과도 있다.(출처 : 중앙일보 비즈 칼럼) 그만큼 여성 인력 활용의 중요성은 앞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양성 평등에 있어 보수적인 스포츠 분야에서도 여성 인력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체육인재육성단에서 여성 스포츠 리더 육성과정을 진행하는 등 여성 스포츠 인력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 스포츠 인들의 증가는 앞으로 스포츠에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여성 스포츠 인들이 스포츠 무대에서 더 많이 활약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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