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권순찬
현대스포츠에서 한 국가가 특정 종목에서 강국의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협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독일의 축구협회가 대표적인 예이다. 유로2000에서 최하위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이후 독일 축구협회는 유소년과 지도자를 양성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2002 한일 월드컵 이후로 열린 모든 메이저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고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정점을 찍었다. 지금도 독일 축구에서는 잠재력이 풍부한 유소년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박태환, 김연아 등 일부 스타플레이어에만 의지하는 몇몇 협회들을 보고 있는 한국스포츠 팬들에게 독일 축구협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너무 부러워만 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도 독일 축구협회 못지않은 외국인들이 부러워 할 스포츠 협회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양궁협회와 대한아이스하키 협회이다.
대한양궁협회
한국 양궁은 세계최강이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양궁은 올림픽에서만 2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여자양궁의 경우 역대 올림픽에 걸려있던 17개의 금메달 중에 16개의 금메달을 차지하며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세계최강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 양궁이 강산이 3번이나 바뀔 동안 계속해서 세계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대한양궁협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덕분이다. 2016 리우 올림픽 전까지 한국 양궁은 4개의 종목 중 3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올림픽이 무려 4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대한양궁협회는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이라는 목표아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훈련장비, 데이터분석, 심리훈련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양궁협희의 스폰서인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조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 슈팅머신, 맞춤형 그립을 제작했고 비파괴검사, 뇌파측정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한 양궁협회는 리우 올림픽 경기장과 최대한 유사한 시설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하였고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리허설을 하며 소음에 대비하게 하였다. 리우 올림픽 당시에도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안락한 휴게실과 한식 도시락을 제공하였고 결국 올림픽 역사상 전무후무한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의 신화를 이루어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전 종목 석권을 이루어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러한 한국 양궁의 독식을 막기 위해 매번 규칙과 경기방식 등을 바꾸지만 항상 결과는 한국 양궁의 독식이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한국의 대표선발전은 7번~10번 가량 진행되어 오직 실력만으로 투명하게 대표선수를 선발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늘 최고의 선수들만 출전하다보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스폰서인 현대자동차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어린 선수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번 달에 열린 아시아컵에서 고등학생 선수들만 내보내고도 전 종목에서 결승에 진출하며 한국 양궁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양궁협회의 운영방식을 보면 한국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다른 협회들이 양궁협회의 반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그동안 한국은 아이스하키에서 변방국에 불과했다. 아니, 지금도 변방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아이스하키 남자 등록선수는 233명으로 세계 최강팀인 캐나다의 남자 등록선수 수인 97,000명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세계 1부 리그인 월드챔피언십에서 경쟁하는 나라가 되었다. 지난 4월21일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그룹A(2부 리그)에서 2위를 확정 지으며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한 한국은 3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올라온 지 불과 2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3부 리그 팀이 단 2년 만에 1부 리그 진출에 성공한 경우는 국제 아이스하키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디비전1그룹A에서 우리보다 남자 등록선수가 10배 가량 많은 우크라이나(2,182명)을 누르는 등 기적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무서운 성장의 원동력에는 협회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다.
지난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수장으로 취임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플레이어 출신 백지선(영어명 짐 팩)감독을 데려와 최고의 무대인 NHL에서 배운 선진 기술을 대표 팀에 이식했다. 또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을 해외에 파견해 경험을 쌓게 하고 미국, 캐나다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켜 전력을 극대화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 팀에는 현재 7명의 귀화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귀화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는 덕분에 국내 선수들의 기량도 많이 향상되었다. 실제로 지난 4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터진 13골 중 11골이 국내 선수들의 득점이었다. 여자 대표팀에도 4명의 귀화 선수들이 활약 중이다. 현재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에 대비해 적극 지원 중이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기적을 만들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여자 대표팀의 경우 이번 달 28일과 29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세계랭킹 5위의 강팀 스웨덴을 초청하여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국내 아이스하키 붐 조성을 위해 이 경기의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남자 대표팀은 7~8월 러시아 및 체코 전지훈련에 이어 11월엔 국내 소집훈련 및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덴마크와 유로 아이스하키를 치른다. 이어 12월엔 캐나다와 러시아, 핀란드, 체코, 스웨덴 등 세계랭킹 6위 이내 드는 국가들과 ‘러시아 채널원컵’을 벌여 평창 올림픽 모의고사를 한다. 1월엔 국내에서 한국-러시아 평가전이 이어지고 2월에 올림픽이 열린다. 이러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은 동계올림픽 최고의 인기 종목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었던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고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많은 스포츠팬들이 스포츠 협회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스포츠 협회들이 존재하지만 운영을 잘하고 있는 협회를 꼽으라 하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양궁협회나 아이스하키협회처럼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협회들도 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모든 스포츠 협회가 모범적인 운영을 보여주어 스포츠팬들의 신뢰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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