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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한국농구연맹 총재, 농구할배의 무한도전 이야기

#김영기 한국농구연맹 총재, 농구할배의 무한도전 이야기

#김학수 연구소장








김영기 한국농구연맹 총재, 농구할배의 무한도전 이야기




1956년 11월 호주 멜버른 올림픽이 열렸다. 김영기 한국농구연맹총재(KBL)는 당시 고려대에 재학중이던 19세의 농구선수로 대표팀의 일원으로 멜버른 올림픽 본선경기에 나섰을 때를 두고 두고 잊을 수가 없다. 첫 올림픽 경기라는 설레임과 부담감이 들었으나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잘 갖춰진 올림픽 주경기장을 보고 저절로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제대로 된 울타리와 관중석도 없이 바람만 불면 흙먼지가 자욱이 날리는 서울의 초라한 경기장과 비교해보면서 가난한 조국이 원망스러웠다. 한창 젊음이 피어나기 시작할 때, 멜버른의 추억은 잊지못할 경험으로 남았다. 멜버른은 농구 선수 김영기를 꽃피우게 한 첫 무대였으며, 본격적인 해외의 꿈을 갖게한 도시였다.


한국농구의 ‘살아있는 역사’ 김영기 총재가 최근 깜짝놀랄 일을 냈다. 80세의 김영기 총재는 백남철(75) 전 KBL 임원, 정영환(74) 전 신보창투 사장, 이병천(71) 전 신보창투 부사장, 김선욱(71) 전 예당엔터테인먼트 부회장, 예월수(71) 전 신보에이드 사장 등 과거 신용보증기금에서 함께 지낸 동료들과 함께 ‘할배들의 무한질주’라는 해외여행기 책을 출간했다. 김영기 총재등 6명은 지난 2004년 5월 캐네디언 로키, 2005년 6월 미국 서부 그랜드 서클, 2006년 9월 호주 오션 코스트, 2010년 4월 하와이, 2012년 9월 투르 드 알프스, 지난 5월 유레일 배낭 여행을 즐겼다. 직접 운전하며 움직인 거리는 무려 2만4400㎞에 이른다. 70~80대의 농구인 등이 농구관련이 아닌 순수한 여행기를 출간했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벌써 6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갔네요. 멜버른에 가면 꼭 멜버른 올림픽 주경기장을 들릅니다. 그때마다 주경기장을 보면서 옛날을 생각해보게 됩니다”고 김영기 총재는 오래전의 감회를 말했다.


김영기 총재는 외국에 나가기 어려웠던 대학생 시절부터 농구선수로써 세계 곳곳을 다녔다. 올림픽에는 국가대표로 두 번 참가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서는 득점 2위를 기록하는 영광을 누렸다. 지도자로서는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서 첫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으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스포츠 인생을 살았던 김영기 총재는 화려했던 과거의 영화만 쫓는 늙은이로 머무는 것이 싫었다. 80순의 나이에 KBL 총재를 다시 맡은 것도 새로운 열정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농구 후배와 직장 후배들과 함께 더 큰 세상을 찾아 직접 운전대를 잡고 해외여행에 나서기로 한 것도 50년전 젊은 시절의 꿈을 다시 꾸고 싶어서였다.


김영기 총재 등은 10년도 넘은 오래 전, 마포의 어느 설렁탕 집에서 농구와 같은 신용보증기금에서 함께 한 멤버들이 만나 ‘실버’로서 한번 일을 크게 벌이자는데 입을 모았다. 6명이 모여 세상 곳곳의 절경을 직접 찾아다니기로 하고 원정단 이름을 ‘할배원정단’으로 명명했다. ‘할배들의 열정, 끝모르는 도전’을 모토로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패키지 해외여행보다는 직접 코스와 일정을 짜 떠나는 ‘셀프 로드트립’을 하기로 한 것이다.


팀으로 하는 자유여행이었던만큼 팀원들의 임무와 세부적인 규칙이 필요했다. 최연장자인 김영기 총재가 단장을 맡아 전체적인 운영을 이끌기로 했고, 백남철씨는 규율과 음식담당, 정영환씨는 기획과 숙박담당, 이병천씨는 수송과 교통, 김선욱씨는 조사및 안전담당, 예월수씨는 사진및 총무 담당을 각각 책임졌다. 여행의 기본 방향으로 세 가지를 정했는데, 첫째 저비쾌유(低費快遊), ‘비용은 싸게 그러나 재미있게’, 둘째 이타준칙(利他準則), ‘상대방을 배려하고 규칙을 지키는’, 셋째 유락산호(裕樂山湖),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자’가 그것이었다. 여행중에 지켜야 할 네 가지 행동 요령도 정했다. 첫째 시간 엄수. 아침 6시 기장, 저녁 11시 취침하기로 하고 여행은 해지기전까지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둘째 식사. 아침과 점심식사는 각장 알아서 하기로 했다. 셋째 운전. 자동차 운전은 1시간30분마다 교대로 하며 고대할 다음 운전자는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자의 졸음을 예방하고 다음 교대를 대기한다. 넷째 의사결정. 의사결정은 다수결과 복불복 추첨을 원칙으로 했다. 행동 요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단장을 비롯한 누구든 벌금을 내고 잘 한 이는 상금도 주기로 했다.


호주에서 주유소 300m 앞에서 기름이 떨어져 ‘할배’들이 직접 차를 밀고 갔던 일, 케이블카 안에서 우유팩이 터져 테러범으로 몰렸던 일, 맡겨놓았던 배낭이 송두리째 사라졌던 일, 여권을 잃어버렸을 일 등 가는 곳마다 우여곡절을 겪고 사고를 치기도 했지만 ‘할배’들은 12여년동안 계획했던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김영기 총재는 “헤밍웨이의 만년의 작품 ‘노인과 바다’처럼 우리 늙은이들도 과거에만 갇힌 채 살 수는 없다”며 “6번의 도전은 매번 꿈을 찾아 나서는 기회였고 모두 이루어냈다. 늙었다고 낙담하고, 힘들다고 포기하면 그건 죄악인 것이고 그건 삶의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영기 총재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여행의 꿈을 꾸고 배낭을 챙겨 떠날 생각이다. (글/ 김학수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