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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미국민을 하나로 만든 시카고 컵스의 108년만의 우승

#미국민을 하나로 만든 시카고 컵스의 108년만의 우승

#김학수 교수

 

 

 

 

 

대통령도, 국민도 모두 하나가 됐다. 축하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여당과 야당이 따로 없었다. 지독한 앙숙관계를 이루었던 라이벌도 축하 대열에 합류했다. 108년만에 감격적인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미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의 우승이야기다.

지난 4일(이하 미국시간) 미국 시카고 거리는 시카고 컵스 우승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무려 500만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아마도 미국 역사상 최대 인파가 아니었나 싶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일인 1945년 8월14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종전기념행사(수병과 간호사의 키스 사진으로 유명하다), 1963년 11월25일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장례식 등의 현대 미국 역사를 대표하는 행사도 이만큼의 인파를 기록하지 않았다.

 

 

 

 

 

시카고 abc방송은 “이 인파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당선 수락 연설 할때 인파(25만명)의 20배에 달한다”고 알렸다. 또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블랙혹스의 2013년 스탠리컵 우승 기념 퍼레이드에 약 200만명, 또 다른 시카고 연고 메이저리그구단인 화이트삭스의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때의 175명을 훨씬 뛰어 넘었다”고 했다.

미국 중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시카고는 인구가 270만명으로 미국 도시로는 세 번째로 많다. 시카고 인근 일리노이주 광역까지 합치면 9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우승인파 500만명은 시카고뿐 아니라 인근 일리노이주, 기타 다른 도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합쳐진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개인주의, 자유주의가 팽배한 미국 사회에서 한꺼번에 수백만의 인파가 몰린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토가 넓고, 주택들도 도시 외곽으로 퍼져있는 방사형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많은 군중들이 한꺼번에 운집하기는 쉽지않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기록적인 인파는 많은 미국인들이 시카고 컵스의 우승을 얼마나 목말라 기다려왔는 지를 입증했다. 시카고 컵스는 그동안 ‘염소의 저주’, ‘검은 고양이의 저주’ 등 온갖 괴담이 시달리며 1세기 이상 월드시리즈 우승기회를 잡지 못했다. 1907년과 1908년 연속 우승한 이후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1945년까지 35년동안 7번이나 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7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염소의 저주’는 시카고 컵스를 악령처럼 따라 다녔다. 1945년 월드리스지 경기에 빌리라는 사람이 염소를 데리고 시카고 컵스 경기장을 들어 가려다 실패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저주를 퍼부으면서 징크스에 시달렸다.

 

 

 

 

컵스는 이후 69년 동안 월드시리즈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1969년에는 2위와의 승차를 17.5경기까지 벌려놓으며 1위를 달렸지만 9월10일 뉴욕 메츠 원정경기에서 경기 도중 검은 고양이가 경기장에 나타나는 일이 벌어졌고, 거짓말처럼 이후 급격한 슬럼프와 함께 결국 2위로 주저앉아 시즌을 끝내고 말았다. ‘염소의 저주’에다 ‘검은 고양이의 저주’까지 징크스로 작용하며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컵스팬이나 미국 야구팬들은 그동안 컵스가 우승을 차지해 새로운 야구 역사가 펼쳐지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올해 마침내 바라고 바랬던 꿈이 실현됐다. 컵스는 지난 3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홈구장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10회 연장 끝에 8대7로 승리, 시카고 전역뿐 아니라 미국 전체를 광란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컵스가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하던 날, 예년 같으면 쌀쌀했을 시카고 날씨조차도 훈훈해져 하늘도 컵스의 우승을 축하해주는 듯했다.

 

컵스의 우승은 야구를 통한 통합을 이루며 미국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카고 라이벌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 광팬인 오바마 대통령은 “It happened: @Cubs win World Series. That's change even this South Sider can believe in. Want to come to the White House before I leave?(그것이 일어났습니다 : 컵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했습니다.사우스 사이더(화이트 삭스 홈구역)가 믿을 수 있는 변화입니다. 내가 그만두기 전에 백악관에 올래요?)라고 트위터를 보내 컵스의 우승을 축하했다.

지난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화이트 삭스팀도 “Congtats, @Cubs, on bringing another #WorldSeries Championship to the city of Chicago! (또 다른 월드시리즈 선수권을 시카고로 가져온 것을 축하해요!”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띄웠다.

 

컵스의 우승은 시카고 시민들의 사기를 높여주었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에게 국가의 힘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컵스는 올 시즌 젊음과 스포츠맨십, 깨끗한 플레이를 펼치며 야구의 재미를 한껏 높여주었다. 미국 야구팬들은 컵스 경기를 보고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열렬한 화이트삭스팬들조차도 컵스의 승리를 축하하며 컵스팬들과 공감과 연대의 시간을 가졌다.

컵스를 통해 미국 야구는 ‘신의 한수’를 보여주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한국 사회는 컵스의 우승을 통해 미국의 진정한 힘이 무엇이며,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가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