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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디지털 시대, 미디어의 올림픽 반란이 시작됐다




명색이 스포츠 언론인 출신이고, 스포츠 미디어 전공자인데도 불구하고 2016 리우올림픽에서 직접 TV 생중계를 끝까지 본 것은 딱 두 번에 그쳤다. 한국과 온두라스의 축구 8강전,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 였다. 12시간의 시차로 대부분의 경기가 한 밤 중이나 새벽에 열렸고,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진 때문이었다. 2주간이나 계속된 올림픽 경기를 열대야의 한증막 더위 속에서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간편하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올림픽을 즐겼다. 올림픽 기간 중에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면 먼저 스마트폰 포탈사이트에서 올림픽 최신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포탈 사이트에는 경기 중요 장면을 편집한 2~3분 길이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많았다. 하이라이트에는 보고 싶은 경기나 메달이 결정되는 중요 순간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우리나라 선수단은 물론 각국 주요 선수들의 근황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도 이번 리우올림픽은 필자와 같은 방법으로 한국 선수단의 올림픽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미디어 이용패턴이 많이 달라졌다. 올림픽을 즐기는 방식이 디지털과 SNS로 옮겨갔다. 이는 TV 시청율 저하를 통해 확연하게 나타났다. 그동안 올림픽은 TV를 통해 보는 즐거움이 컸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TV 이용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선수단 경기 가운데 가장 시청률이 높은 경우 동시 중계 채널을 합산해 전국 기준 30% (닐슨 코리아 조사) 수준에 그쳤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역도 장미란의 금메달 획득 경기가 기록한 61.7%(이하 수도권 기준)는 물론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기보배의 금메달 경기가 기록한 40.4%와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 국내 지상파 방송 3사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시청률 저조와 광고수주 부진으로 깊은 한 숨을 토해내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TV 시청률 부진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대 올림픽 중계권사인 미국의 NBC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시차가 미국 동부기준으로 한 시간 밖에 나지 않아 런던올림픽 때보다 시청률이 많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던 NBC는 오히려 런던때보다 저조하게 나타나자 크게 울상을 짓고 있다. 프라임 타임 시청자 평균수가 2천5백40만명으로 런던때 3천1백만명보다 18% 급락했다. 온라인 스트리밍과 케이블 TV 네트워크를 포함해 2백만명 정도가 더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전체적으로 TV 시청률조사에만 근거한 런던올림픽에 비해 많이 못미친 것이다.

NBC는 리우올림픽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IOC, 주요 국제경기단체 등과 협의해 미국 TV의 프라임 타임에 맞춰 경기종목 배정과 경기시간 조정 등을 선택했다. 육상, 수영, 다이빙, 체조, 농구 등 미국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 등에서는 NBC의 요구에 의해 주요 선수들의 경기시간이 맞춰졌다.  NBC는 비록 올림픽 시청률은 떨어지긴 했지만 프라임타임에서 다른 CBS, ABC 등 경쟁사 들보다 앞서면서 ‘투데이 쇼’ ‘NBC 나이트리 뉴스’ 등 자사 프로그램의 18~34세의 젊은층 그룹의 시청률을 주도해 나갈 수 있었다는데 만족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의 미디어 판도변화를 보면서 앞으로 6년간 세 번 연속 아시아지역에서 열리는 동하계 올림픽의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큰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 도쿄 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이 이어지게 되는데 막대한 중계권료를 내는 방송사들은 이번 리우 올림픽의 시청률 부진이 앞으로 아시아지역에서의 올림픽에서도 계속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미디어 이용자들이 미디어 이용을 어떻게 할 지, TV 시청률이 얼마나 떨어질 지, 새로운 ICT기술이 등장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특히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2032년 올림픽까지 중계권을 확보한 미국 NBC 방송은 날로 발전하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함께 미국 뉴욕기준으로 13~14시간의 시차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NBC 방송은 1988 서울올림픽 때는 가장 인기가 있던 남자육상 100m 결승을 한국시간으로 오전에 갖도록 경기시간을 조정, 미국 시간 프라임 타임에 맞춰던 경험이 있었던만큼 대부분의 주요 경기시간을 미국 시간대에 유리하게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TV 매체의 영향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과 SNS을 많이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미국 NBC 프라임타임에 맞춰 올림픽 경기 시간을 조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미래의 올림픽 중계는 정해진 시간에 한 자리에 모여 즐기기 보다는 모바일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미디어 컨텐츠를 소비하는 추세가 증가함에 따라 TV 방송을 위주로 한 현재의 방송 형태에는 적지않은 변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등 아시아지역에서 열릴 3개 동하계올림픽에 어떻게 미디어 빅뱅이 이루어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