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도전의 부산 국제 아이언맨
허규기자
지난 19일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는 29개국 698명의 아이언맨들을 만나러 부산 해운대를 찾았다. 해운대에서 부산 국제 아이언맨 70.3 (2016 Iron man 70.3 Busan)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황금빛 최첨단 슈트를 입은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에게 세계평화의 미션이 주어졌다면 검정색 웻슈트를 입은 아이언맨들에게는 수영 1.9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1km의 완주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이번 부산 대회에는 앤드류 메식(Andrew Messick) 세계철인3종경기협회(WTC) 회장도 직접 선수로 참가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메식 회장은 다양한 이력을 가졌다. 예일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맥킨지 컨설턴트 경력을 가졌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NBA에서 상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AEG 스포츠 그룹에서 사장을 역임하였다. 도전을 상징하는 철인3종경기의 수장답게 직책과 종목에 관계없이 무던히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
▲ 안개 낀 해운대 해수욕장과 출발 준비하는 아이언맨들
새벽 5시 55분, 해운대 바닷가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대회의 시작을 알릴 해운대 바닷가의 높은 파도와 짙은 안개 때문이다.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몸을 풀고 이야기를 하며 주최측의 공지를 기다렸다. 결국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수영은 1.9km에서 1km로 축소되었고 대회시작 예정시간보다 20분 지난
6시 50분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었다.
극한의 인내심과 체력을 요하는 철인3종경기인 만큼 시작부터 다양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안개는 걷혔지만 높고 거친 파도에 반환점을 못보고 멀리 가버리는 선수도 있고 수영 도중 쥐가 나서 보트에 실려오는 선수도 있었다. 사이클에 문제가 생겨 아쉽게 경기를 포기하게 된 선수들, 자전거 낙차로 인해 팔을
다쳤지만 깁스를 하고 뛰는 투혼을 보여준 선수, 같은 동호회에서 출전하여 기록에 상관없이 함께 다니는 훈훈한 선수들도 볼 수 있었다.
▲ 수영 도중 쥐가 난 선수와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주는 관중들
대회 내내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관중들의 열띤 응원이었다. 출전 선수와 관계가 있든 없든 다음 코스를 향해 달려가는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응원해주는 관중들에게서 스포츠의 마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시작 6시간이 넘어 일반인 선수들도 하나 둘 들어왔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이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기록을 보며 아쉬워하는 사람들, 레이스가 끝남에 기뻐하는 사람들, 감정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힘든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도 보인다. 늦게 들어오든 걸어 들어오든 결승선을 통과한 이들은 모두 아이언맨이다.
▲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 해운대 철인클럽의 이홍락 선수
새벽부터 물살을 가르고 무더운 날씨에 마라톤을 하는 철인3종경기를 보고 혹자는 왜 사서 고생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렇게 698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서’이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시간도 자금도 부족할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나이를 이유로, 위험성을 이유로 출전을 만류할 것이고 그런 유혹에 흔들릴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기 위해 피땀흘려 훈련했을 아이언맨들은 그 과정과 대회의 압박감을 완주를 통해 보상받는다. 그리고 한 단계 발전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을 것이다. 대회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가 마라톤을 시작할 때 웃으며 “내가 다신 이거 하나봐라!”라고 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왠지 다음 대회에서도 웃으며 달리는 그 선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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