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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울산 현대, 팬을 먼저 생각하는 축구를 해야 하는 이유

울산 현대, 팬을 먼저 생각하는 축구를 해야 하는 이유

# 있던 팬도 ‘떠나보내는’ 축구






지난 6월19일 울산현대와 수원FC의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1대0 승리를 거두고 퇴장하는 울산 팬들의 표정에 기쁨보다 찝찝함이 묻어나온다. 이번 승리로 K리그 클래식 4위로 올라갔고 하프타임에는 인기그룹 에이핑크가 울산을 찾아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정작 문제는 경기력이었다.

울산현대는 리그 최하위이자 이번 시즌 승격한 수원FC를 상대로 전반 3분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 수비축구라는 비판을 지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줄 알았다. 아니 나섰어야만 했다. 그러나 공격은 단조로웠고 간간히 찾아온 기회는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하프타임동안 에이핑크의 공연이 끝나자 자리를 떠나는 관중들도 다수 보였다. 전반전의 경기력은 에이핑크를 보러온 관중들을 울산현대의 관중으로 바꾸지 못했다. “공격 좀 해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결국 더 이상의 득점 없이 후반전도 끝났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이겼지만 울산현대 팬들의 밝은 미소는 볼 수 없었다.


말로만 듣던 수비축구는 현장에서 보니 확실히 답답하게 느껴졌다. 물론 득점찬스도 여러번 만들었다. 골대를 두 번 맞추었고 역습도 했지만 수비축구라는 비판을 잠재울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귀중한 일요일 오후, 무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직접 찾은 9천여 팬들이 원하는 경기력은 결코 아니었다.







▲ 울산현대는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이 화나는 이유는 홈에서, 하위권 팀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수비적으로 경기를 했어야하는가 이다. 볼 점유율, 슈팅 수, 유효슈팅 수, 코너킥 수 모두 수원FC가 많았다. 성적과 흥행을 둘 다 잡고 싶다면 홈 경기에서는 조금 더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팬들이 직접 관람하기 어려운 원정경기에서는 승점 획득을 위해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울산현대의 팬들의 울상

문제는 이런 울산현대의 수비축구는 윤정환 감독 부임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는 것이다. 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먼저 ‘수비축구도 전술 중 하나이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감독과 선수 입장에서는 성적도 중요하다.’,‘우선 성적을 끌어올린 후 공격축구를 추구해도 늦지않다.’ 등의 의견을 가진 팬들과

‘3분만에 골 넣고 87분 수비는 너무하다’, ‘언제부터 울산이 한 골 넣고 잠구어야 하는 팀이 되었나’, ‘홈팬들을 뭐라고 생각하고 홈에서 이런 경기를 하느냐’ 등의 의견을 가진 팬들이 있다.


이제 울산현대는 타 팀의 팬들에게 ‘가장 재미없는 축구를 하는 팀’이 되어버렸고 울산현대 팬들에게도 ‘선제골 넣으면 채널돌린다.’, ‘잘 봤습니다~물론 에이핑크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질식수비를 한 울산현대를 무너뜨린 전남을 두고 ‘정의구현을 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실패한 감독 반할의 이름을 따 윤정환 감독을 ‘윤할’ 로 표현할까.





▲ 최저득점과 최소실점, 팬들은 ‘웃프다’




리그는 장기전이다. 토너먼트에서는 어떤 전술을 사용하던지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리그에서는 승리만큼이나 관중들이 즐길만한 경기력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늘고 지더라도 응원하는 팬들이 늘어난다.

울산현대는 이번 시즌 홈경기에서 B1A4, 여자친구, 에이핑크 등 초청가수들을 부르고 EDM 공연을 하는 등 관중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관중들의 경기장 방문목적이 걸그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관중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자기 팀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은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이기고자 하는 열정을 보여주는 팀을 응원한다.






# 성적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2005년부터 EPL의 아스날이라는 팀의 팬이다. 불행히도 필자가 아스날을 알게 된 2005년 이후 리그 우승이 없다. 필자 또한 주위 아는 이로부터 ‘4스날’, ‘아스날 4위는 과학이다.’ 등의 조롱을 받아왔다. 하지만 만년 4위를 해도, 셀링클럽 소리를 들어도 아스날의 경기는 최우선으로 챙겨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스날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이즈가 커서 입지도 못할 아스날 트랙탑을 구매하고 아스날 카페에서 새로운 소식들을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매년 4위를 하다가 지난 시즌처럼 2위를 하면 기분이 좋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발전하는 모습에 부푼 기대를 안고 다음 시즌을 기다린다.

울산현대에게 아스날 수준의 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승을 하고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 자체를 즐기고 승패보다 경기력을 보고장기적으로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승점 쌓기는 성적을 낼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팬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는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의 만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과연 높은 성적이 의미가 있을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