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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축구의 발전은 더비에서 비롯되었다 (3)

글/ 윤동일


군사훈련용으로 개발된 스포츠, 축구이야기

축구의 발전은 더비에서 비롯되었다 (3)- 총성 없는 전쟁, 축구 라이벌전


1. 총성 없는 전쟁, 축구 라이벌전(3)

오늘날 유명한 세계적인 더비(derby)의 시작은 19세기 중반 영국의 작은 도시 더비(Derby)에서 기독교 사순절 기간에 성베드로(St Peters) 팀과 올세인트(All Saints) 팀이 격렬한 축구경기를 벌인 데서 유래됐다. 앞서 언급한 7개의 더비를 차례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④잉글랜드의 레즈더비(Reds Derby)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팀으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Manchester United Football Club, MUFC, 1878년 창단)와 리버풀 FC(Liverpool Football Club, 1892년 창단)의 라이벌전으로 두 팀 모두 붉은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항구도시로 번영을 누렸던 리버풀은 공업도시인 맨체스터의 상품이 시장에 나가는 길목이었다. 그런데 1894년 맨체스터 운하가 개통되면서 리버풀은 큰 타격을 입었고, 급기야는 항구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도시라서 사이가 나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두 지역 간의 감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점차 리버풀의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맨체스터에 대한 감정은 나빠졌고, 이런 리버풀의 반응이해가 되지 않는 맨체스터의 적대감은 더욱 심화되어 더비 매치에서 분풀이 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간의 더비가 더 흥행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레즈 더비는 그 인기가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다른 팀과는 달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때마다 평균 이상의 무혼을 발휘하는 리버풀 덕분에 여전히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처절한 싸움은 중세 왕위쟁탈 전쟁에 비유돼 ‘붉은 장미전쟁’으로도 불린다. 



⑤이탈리아의 밀란더비(Milan Derby)

 


밀라노를 연고지로 하는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더비를 일컬어 ‘밀란 더비(Milan Derby)’라 하는데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두오모 성당의 꼭대기에 성모 마리아상이 생긴 후부터는 이 더비를 ‘마도니아 더비(Derby della Madonnia)’라고도 부른다. 밀란더비는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AC 밀란(Associazione Calcio Milan, 1899년 창단)과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Football Club Internazionale Milano, 1908년 창단, 줄여서 ‘인터밀란’이라함.)의 라이벌전을 말한다. 이들의 더비 역시 백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1899년에 창성된 밀란 풋볼-크리켓 클럽으로 불리는 스포츠 클럽이 시초였고 같은 해 제노아, 토리노 등 북부에만 집중되었던 당시 분위기를 일소하며 AC 밀란이 창단되었다. 창단 후 팀은 세 차례나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탁월한 성적을 냈고,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팀의 성격상 당시 밀라노 상류층 인사들과 이탈리아와 영국 출신의 선수들이 구단을 장악하면서 반감이 고조되었고, 급기야는 1908년에 들어서 스위스 등 타국 출신의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는 팀이 새롭게 탄생하게 되는데 이 팀이 선수 제한에 반발하여 국제적인 팀이라는 의미로 ‘인테르 나치오날레 밀라노’라 불리는 인터 밀란(밀란이란 지극히 영국 영어식 표현으로 거부감이 많았다.)이다. 이때부터 밀라노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조직된 AC밀란과 노동자와 상인들을 주축으로 하는 인테르 나치오날레 밀라노(이하 인터밀란)의 관계는 스페인의 엘 클라시코처럼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팀 간의 더비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훌리건들의 활동이 만만치 않은데 앞서 소개한 다른 지역의 더비와는 달리 충돌이 그리 잦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재미있는 것은 각 팀의 엠블렘과 얽힌 양 팀 서포더즈들의 대형 응원기다. 두 팀의 홈 경기장은 산시로에 위치한 쥬세페 메아차 경기장인데 공동으로 나눠 쓰고 있고, 스타디움도 남북으로 구분해 남쪽에는 AC 밀란이 북쪽에는 인터밀란의 서포터가 사용하고 있다. 더비가 있는 날이면 관중석에는 어김없이 아래 대형 응원기들이 자리한다. ‘악마’를 의미하는 붉은 ‘디아블로(Diavolo)’와 ‘푸른색의 큰 뱀(풀뱀을 의미하는 ’il Biscione‘ 또는 큰 뱀을 의미하는 ’Serpente’가 그것이다. 그 옆에는 뱀이 붉은 악마의 목을 조르거나 반대로 뱀의 목을 조르는 다소 유치하고 원색적인 포스터를 그려 넣어 응원에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이 두 팀이 악마와 뱀을 팀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스탠드에 내 결린 붉은 악마가 그려진 AC밀란의 응원기와 푸른색의 큰 뱀을 그려 넣은 인터밀란의 응원기 그리고 각 팀의 캐릭터를 이용한 응원 포스터.



⑥ †아르헨티나의 수페르클라시코(El Super Clasico)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이 있는데 하나는 누네스(Nuñez) 지역의 리베르플라테(Club Atlético River Plate, 1901년)와 보카(La Boca) 지역의 보카주니어스(Club Atlético Boca Juniors, 1905년 창단)의 경기로 남미에서는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평가된다. 이 더비는 전통적으로 보카는 노동자들이 주축이고, 리베르는 중산층 이상 계층이 중심이어서 보카의 노동자와 리베르의 중산층이 대립한 더비이다. 두 클럽의 팬을 합치면 아르헨티나 축구팬의 무려 73%를 차지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중요한 더비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하여 세계 최고의 더비 엘클라시코를 능가한다는 의미로 슈퍼클라시코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경기장 양쪽을 가득 메운 두 팀의 ‘인차(hinchadas : 팬)’들은 돼지와 닭을 끌고 나와 서로를 경멸하는 노래를 부르며 상대를 놀린다. 리베르에선 그들보다 가난한 보카의 인차들이 늘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하여 ‘돼지(los puercos)’라 부르고, 반대로 보카에선 리베르 인차들이 겁쟁이라는 의미의 ‘닭(gallinas)’에 비유해 놀려댄다. 그래서 두 팀의 더비매치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 주변은 온통 돼지와 닭들로 가득하다고 한다. 상대에 대한 비방은 화려한 불꽃, 꽃가루, 깃발, 휴지폭탄 퍼포먼스 등으로 이어져 경기 분위기를 고고조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런 열정적인 인차들의 격렬한 응원은 종종 폭력 사태와 대규모 사고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1968년에 일어난 사고는 단연 기억될 만하다. 이날도 어김없이 두 팀의 경기가 있은 후, 양 팀의 서포터 사이에 생긴 사소한 충돌이 있었는데 이것이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경기장의 스탠드가 무너지는 바람에 무려 74명이 사망하고 15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2004년, 영국의 신문 옵서버는 수페르클라시코를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50가지 스포츠 이벤트" 중 첫 번째로 꼽으며 오히려 스코틀랜드의 올드펌더비 보다도 격렬한 경기로 평가(당시 신문기사에 의하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더비가 있는 날이면 올드 펌은 초등학교 공차기가 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하기도 한다.



⑦ ‡대한민국의 슈퍼매치(Super Match) 

 

 

피파에서 선정한 세계의 더비매치에는 우리나라 K-리그의 맞수인 서울 FC(Football Club Seoul, 1983년 창단)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Suwon Samsung Bluewings, 1995년 창단)의 라이법전도 포함돼 있다. 서울(1983년 럭키금성 황소 축구단으로 창단해 1991년 LG 치타스를 거쳐 2004년 FC서울로 변경했다.)의 전신인 ‘안양 LG 치타스’의 경기를 포함하면 1996년에 시작한 늦깎이 더비로 백년이 훌쩍 넘는 유럽의 더비에 비해 역사는 일천하지만 두 팀의 경쟁만큼은 볼만하다. 안양 LG 치타스가 2004년 서울특별시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FC 서울로 개칭해  두 구단의 라이벌 매치가 시작되었다. 두 팀의 매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기면서 경쟁은 점차 심화되었고, 더욱더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2008년도에 들어서며 언론서부터 ‘슈퍼매치(Super Match)’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주도하에 서울과 수원의 더비를 정식으로 슈퍼매치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면서 정착, 확산되었다. 


이 더비 역시 다른 사례와 마찬가지로 별명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서울과 수원이 분리돼 있지만 수도권 내에 있고, 지하철 1호선 구간 내에 있어서 ‘수도권 더비’ 또는 ‘지하철 1호선 더비’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많은 이름이다.



이상에서 소개한 더비들 말고도 세계에는 볼만한 더비들은 많이 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더비(레알마드리드 vs AT마드리드), 잉글랜드의 맨체스터더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맨체스터 시티)나 북런던더비(아스널 vs 토트넘), 서런던더비(첼시 vs 풀럼), 이탈리아의 로마더비(AS로마 vs SS라치오), 독일의 레비아더비(보루시아 도르트문트 vs 샬케04), 네덜란드의 데 클라지커르 더비(아약스 vs 페예노르트), 터키의 이스탄불더비(페네르바체 vs 갈라타사라이)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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