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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국제여성스포츠개발기구(IWG) 인턴 수기

글/ 이아영 (IWG 인턴)

 

이 곳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저는 현재 국제여성스포츠개발기구(International Working Group on Women and Sport, IWG)라는 조직에서 해외인턴십 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 나와있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은 불안했지만 핀란드 사람들이 워낙 친절해서 이제는 아무 걱정이 없이 잘 지냅니다. 정말 전 국민이 다 친절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말입니다.

첫 출근을 하는 날, 헬싱키의 새벽바람을 가르며 들 뜬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발 아래에는 마치 구름 쿠션이라도 있는 것 마냥 밟으면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고 심장은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들킬까 봐 겁내면서 갔습니다. 출근하고 나니 화사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사무실 기운이 스며들어왔습니다.

 

IWG사무국에서 저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사무총장인 떼르히(Terhi Heinila), 컨퍼런스 매니져인 아이라(Aira Raudasoja),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인 카이사(Kaisa Myllyla), Assistant인 모니카(Minika Ilvestie) 그리고 인턴인 저를 포함하여 총 5명입니다. 동료인 모니카(Monika)는 한 때 항공사 승무원이기도 했는데 한 때는 올림픽 성화(Olympic Torch)와 함께 전 세계를 다니는 항공 승무원으로써 일하기도 했습니다. IWG는 이처럼 멋진 동료들과 함께 여성스포츠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일합니다.

 

 

   

 

국제여성스포츠개발기구(International Working Group on Women and Sport)는 스포츠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완전한 참여를 가치 있게 여기고 실행시키는 스포츠 문화를 만드는 조직입니다. IWG는 1994년 5월 5일부터 8일까지 영국 브라이튼에서 열렸던 여성과 스포츠를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탄생했습니다. IOC가 지원하고 영국스포츠위원회가 주관한 이 회의에서는 특히 여성이 직면한 스포츠 관여와 참여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변화의 시대를 어떻게 가속화 시킬 수 있는지 거론되었습니다. 정부, 비정부기구, 국가별 올림픽 위원회, 국제 및 국내 스포츠연맹과 교육·연구기관을 대표하는 82개국, 280명은 이 회의에서 “Brighton Declaration”이라는 선언을 승인했습니다. 이 선언은 모든 수준에서 모든 기능과 역할의 여성 스포츠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의도된 움직임을 이어가게 하는 원칙을 제공하며 브라이튼선언이 초대 IWG 회의에서 발표된 이래, 이 선언은 IWG를 지지하는 국제적 네트워크의 안내 지침서가 되어 왔습니다. 또한, 스포츠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완전한 참여를 유도하고 실행시키는 스포츠 문화를 만들려는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여성과 스포츠를 위한 브라이튼 선언에 가입하는 것은 양성평등을 다짐하고 선언문의 10가지 조약을 이행함을 통해 IWG의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IOC, IPC, FISU, WHO 등을 포함한 수 많은 국제기구와 세계의 국가 올림픽 위원회, 비/정부 기구 스포츠 경기연맹 등 407개의 스포츠 조직이 이 브라이튼 선언을 채택하고 준수하고 있습니다. 407개의 가입 단체 중 대한민국의 스포츠 가입 단체는 현재까지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유일하나 앞으로 많은 국내 스포츠 기관들이 차례로 가입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저는 이 곳에서 “2014 IWG WORLD CONFERENCE ON WOMEN AND SPORT” 행사를 준비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IWG의 파트너 기관과의 이메일 교류나 그들로부터 받은 컨퍼런스의 세부적인 일정들을 정리하는 일이지요.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이 국제 회의는 전세계에서 참석한 참가자간 서로의 성공방안을 공유하고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며,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2014 IWG 컨퍼런스에서는 IWG 설립 20주년과 브라이튼선언 발표 20주년을 축하하는 매우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곳에서 일하며 뉴욕에 잠시 다녀올 일정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가진 또 다른 직업 중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제심판이라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기회를 잘 활용하여 심판 일정이 있었던 12월 첫째 주에 미국 뉴욕의 레이크 플래시드라는 곳에서 심판 일정을 수행함과 동시에 여성과 스포츠에 관련하여 관심이 있는 선수와 지도자들을 만나서 IWG를 소개하고 2014국제 여성 스포츠 회의 초대장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곳에 와서 느끼고 있는 감정은 바로 따뜻함입니다. 이 곳 사람들은 삶 자체가 여유로워서 그런지 스트레스 받는 일에 대해서 공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표현력이 풍부하여 감정적으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습니다. 제가 핀란드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인 11월 22일에는 핀란드 체육회 송년회 및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습니다. 동료들과 핀란드 체육회 건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파티장으로 들어서니 보일 듯 말 듯 은은한 조명 속에서 사람들이 와인과 치즈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의 동료인 아이라(Aira)는 탁자 위 와인 병 두 개를 부딪치며 종소리를 내었고, 그 소리는 수 많은 사람의 대화를 중단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도록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는 “저희 IWG에 새로운 직원을 소개합니다. 여러분 많은 환영 부탁 드려요. 한국에서 왔어요. 이름은 아영이라고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Hello Ayoung!!”이라는 말로 저를 환영해주었는데 그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찼어요.

 

또 하루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사무실로 들어와 사무총장님에게 인사를 하길래 뒤를 돌아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남자분이 서 계셨습니다. 그 날은 사무총장인 떼르히(Terhi)와 컨퍼런스 매니저인 아이라(Aira)가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는 날이었습니다. 그 회의에는 헬싱키 시장은 물론이고 핀란드 전 대통령인 타르야 할로넨이 참석한다고 했습니다. 그 회의에 함께 동행하기 위해 우리 사무실에 들렀던 그 남자분은 바로 IOC 위원인 Peter Tallberg였습니다. 넥타이에 있는 IOC 로고를 보고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Are you a member of……”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Yes”라며 씨익 웃었습니다.

 

  


핀란드 국가대표 선수로 6회 연속 올림픽 참가를 했으며 현재 IOC 멤버들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멤버였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전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을 아냐고 물으시기도 했습니다. 친하지는 않지만 그 분의 존재는 알기에 안다고 했답니다.

 

우리는 피터가 회의를 위해 떠나기 전까지 함께 20여분의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고 자연스럽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대화들을 나누었습니다. 피터는 주로 제 개인적인 스포츠 경험에 대해서 궁금해 했고 저 역시 피터의 올림픽 경험에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IOC에 관심이 많아서 10개월 전에 혼자 호기심으로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 본사에 무작정 다녀와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IOC위원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니 정말 감격적이었고 즐거웠습니다. 국제여성스포츠개발기구에의 더 즐거운 경험들을 이 한정적인 페이지 속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느껴지네요.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배우는 귀중한 순간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서 여기, 스포츠둥지에 수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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