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공개 폴더/스포츠미디어

‘역지사지’의 자세가 중요하다-스포츠 기자에서 스포츠 홍보 책임자되기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20여년간 스포츠 기자를 하면서 많은 기자회견을 취재했다. 기자회견장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했다. 회견장 기자석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감독이나 선수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 취재 노트에 적으며 필요한 질문을 직접했다. 기자회견은 말 그대로 기자들을 회견장으로 초청해 일련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인터뷰 당사자가 여러 메시지를 직접 밝히는 방법이다. 인터뷰어의 일거수 일투족에 기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주요 이슈가 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0년 시드니 올림픽,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등을 현장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메달리스트 등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올 초 대한농구협회 홍보이사를 맡게되면서 전직기자에서 홍보담당자로서 역할이 바뀌었다.  스포츠 취재를 하던 기자에서, 기자들의 취재편의를 지원하는 홍보맨으로 상황이 180도 변한 것이다.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제3회 동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는 1995년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개최 이후 18년만에 열리게 된 성인 남자농구 국제대회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홍보 담당자로서 처음 갖는 데뷔무대였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몽골 등 7개국이 참가한 동아시아 남자농구대회는 규모가 작은 국제대회이기는 하지만 올초 방열 회장 체제로 새롭게 바뀐 농구협회 집행부가 처음으로 치르는 대회였던만큼 성공적인 개최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또 프로농구의 인기에 가린 아마농구의 존재감을 국제대회를 통해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국제대회가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의 우승과 함께 신문, 방송 등 언론에서 대회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홍보의 최대 목표였다. 따라서 홍보담당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홍보담당자는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고 취재기자들을 위한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게 주요 업무이다. 경기전 취재나온 미디어 기자들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의 준비작업이 시작된다. 이번과 같은 국제대회의 경우 많은 국내외 기자들이 취재를 온다. 실제로 대회 기간중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서울특파원, 홍콩 기자 등이 취재를 했다.


기자실 바로 옆에 위치한 기자회견장은 기자들이 편히 취재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데 가장 신경을 썼다. 적절한 조명, 충분한 전기코드, 대회 로고와 스폰서 로고가 새겨진 백드롭, TV 카메라 기자들의 촬영위치 등은 주요 체크 대상이었다. 기자회견장 자리는 테이블과 의자를 두 줄로 이어서 배치를 했으며 인터뷰어 테이블과 홍보담당자 테이블을 전면에 놓았다.


실제 기자회견을 할 때는 홍보담당자, 기자, 선수단 통역 등이 함께 참여했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 기자들로부터 인터뷰 대상자를 추천받아 각국 선수단 통역에게 이를 전달해줘 기자회견장에 참석토록 했다. 기자회견은 진 팀, 이긴 팀 순서로 따로 따로 진행했다. 진 팀을 먼저 해야 기자회견이 무리없이 이루어지는 그동안의 경험 때문에 순서를 그렇게 정했다. 만약에 이긴 팀을 먼저 기자회견을 하게되면 진 팀은 기다리지않고 체육관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참고가 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인터뷰어는 감독과 그날 활약이 많은 선수로 구성됐다. 기자들은 국내 신문, 방송, 인터넷 스포츠 미디어 기자와 이 대회를 위해 방한한 일본, 중국, 홍콩 기자들로 짜여졌다. 보통 기자회견은 홍보담당자가 감독과 선수들에게 경기 분석과 평가에 대한 브리핑을 요청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순서로 진행됐다. 한국팀 기자회견에는 한국 기자와 한국팀과 경기를 했던 외국팀 기자들이 참석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경기 안팎의 팀과 선수 문제, 개인 선수들의 컨디션, 프로농구와의 연계성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많은 기자들이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시간 할애에 신경을 썼다. 기자회견 시간은 아무래도 한국팀이 가장 길어, 20여분 안팎이 걸렸다. 외국팀 기자회견은 한국팀의 절반 정도인 10여분 남짓했다.


 홍보 담당자는 기자회견을 어느 시점에서 끝내야 할 지를 재빠르게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들 질문이 끊어지다가 이어지기도 하고, 한 기자가 자주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유도하면서 적절하게 임기응변을 발휘하는게 필요하다. “더 이상 질문이 없습니까? 그러면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멘트가 기자회견의 마무리 발언이다.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경기직후 팀 관계자들을 먼저 취재하는 것을 막는 것도 홍보 담당자에게 중요한 일이다. 추가적으로 취재할 것이 있으면, 공식적인 기자회견 다음에 개별적으로 시간을 할애해 취재토록 유도했다.


홍보담당자로서 언론 환경이 예전 취재기자를 할 때와는 엄청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인터넷 스포츠 미디어 기자들, 그 중 ‘점프볼, ’바스켓 코리아‘ 농구 전문 미디어, ’OSEN' 등 스포츠 미디어 등 많은 인터넷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기사와 사진, 인터넷 중계 등을 생생하게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경기기사, 인물 기사, 경기장 안팎 표정, 선수단 움직임과 전력 분석 등 다양하면서도 심층적인 기사를 다루었다. 신문, 방송이 주도하던 언론이 인터넷 미디어로 점차 옮겨가고 있음을 확인케 해주는 대목이었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메이저 신문과 스포츠 신문 등은 준결승, 결승 기사를 보도했지만 농구기사의 주류는 인터넷 미디어 기자들이 이끌었다. 외국의 언론환경도 우리와 비슷해 보였다. 일본, 홍콩, 중국 기자들은 주로 인터넷 농구 전문 사이트 기자들이었다. 

2백자 원고지로부터 기사를 쓰기 시작해, 컴퓨터 자판으로 두들겨 기사를 보내던 스포츠 취재 기자 20년을 정리하고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으로 스포츠 미디어의 여러 현상 등을 연구하면서 스포츠 홍보 전문가로 처음 치러본 첫 농구 국제대회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주었다. 기자의 시각으로 한쪽 방향만 봤던 일방향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기자시절 경험을 되살리며 기자들이 많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좋은 여건과 환경을 마련해주는 양방향적인 자세가 홍보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싶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