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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대학 선수의 치료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경기중 평생 장애를 안고 살 수도 있는 부상을 당한 대학선수의 치료는 언제까지 가능할까.
지난 9일 미국대학농구 랭킹 1위 루이빌 대학을 최종 우승팀으로 가려낸 2013 NCAA(미국 대학스포츠 위원회) 대학농구 선수권대회에서 루이빌 대학 2학년생 가드 케빈 웨어의 발목부상 치료책임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3월의 광란’ 대학농구대회에서 부상사고가 발생한데다 부상 정도가 심각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모았다.  


8강전서 불의의 부상을 당한 웨어는 결승전에서 미시간대를 82-76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루이빌 선수들이 서로 포옹하며 스크럼을 짜고 환호하는 모습을 멀쭉이 지켜봐야했다. 공중에서 형형색색의 색종이가 날리는 가운데 스크럼 대열 끝에서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웨어는 비록 부상 때문에 결승전에서는 뛰지 못했지만 “모두가 잘 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8강전에서 발생한 웨어의 부상장면은 너무나 섬뜩한 광경이어서 큰 충격을 주었다. 팀 동료들과 코치는 부상당한 웨어를 보고 눈물을 흘렸으며 TV 중계 카메라는 충격적인 부상 모습을 직접 노출하지 않고 회피하기도 했다. 웨어는 곧 병원으로 이송돼 무릎관절 봉합수술을 받았다.

 

 

 


루이빌 대학 관계자는 “웨어는 개인적으로 가족보험을 들어놓았고 학교도 보험적용혜택을 줄 수 있어 병원비용 조달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웨어는 루이빌 대학을 떠나면 부상과 관련한 치료비용을 직접 부담해야할 것 같다. 대학팀이나 NCAA 의료보험규정에는 대학선수들이 일단 대학을 떠난이후에는 만성적인 부상으로 인한 치료비에 대해서는 부담의무가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소속 선수가 아니여서 대학에서 부상선수 치료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루이빌 대학 관계자는 웨어에 적용될 수 있는 보험 조건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밝히기를 거부했으며 NCAA도 특정 선수의 의료부담조건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복지와 인권을 전담하는 전국대학선수협의회장 라모기 후마는 “웨어의 부상은 대학선수들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만약 소속팀을 떠나면 모든 의료비용은 자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웨어와 같은 경우를 당한 선수의 예는 또 있다. 남가주대에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미식축구팀 수비수로 4년간 활약했던 밥 데마스는 경기중 십자인대가 끊어지고 목과 어깨에 부상을 당했다. 현재 필름제작자와 파트타임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데마스는 아직도 부상당한 무릎이 정상이 아니어서 많은 통증을 느끼고 있으나 대학측으로부터 어떠한 치료비용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마스는 “대학들은 선수는 종업원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보상 등을 줄 수가 없다고 둘러댄다. 그러나 대학스포츠는 많은 이익을 내는 비즈니스로 대학 선수들도 노동자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NCAA 1부리그 톱 그룹의 대학팀들은 농구 프로그램 참가를 통해 일년에 4천만달러(4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경우 일반 학생들과 똑같은 의료혜택을 제공할 뿐이다.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부상의 고위험군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특별한 외과치료, 장기간의 회복기, 자기공명테스트의 값비싼 검진 등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일반적인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캘리포니아 의회는 지난 해 대학선수들의 불평등한 의료복지를 개선하기위해 학생 선수권리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년간 1천만달러(1000억원) 이상의 방송 중계권 수입을 올리고 있는 4개 캘리포니아대학들은 부상으로 인해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부상 전과 똑같이 장학금을 지급하고 전 선수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대학 선수들이 노동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했다.


NCAA의 장학금 규정은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만큼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선수가 외부 직업을 갖거나 개인적인 활동을 할 경우 년간 장학금 혜택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는 현재 규정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학들의 선수 복지 문제를 살펴보면서 한국 대학의 상황을 알아봤다. 미국과 사정은 비슷했다. 우리나라 대학은 미국과 같이 선수들에 대한 상해보험을 대학별로 가입해놓고 있다. 선수가 부상을 당할 경우 대학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며 큰 부상은 학교 보험과 함께 선수 개인 상해보험으로 치료비용을 대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 배구팀 박용규 감독은 “경기중이나 훈련중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교에서 상해 보험을 들어놓고 있고 병원도 운영해 선수 치료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 졸업 이후에도 영향을 줄 큰 부상을 당한 선수가 아직 없어 이에 대한 치료 문제는 거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나 한국 스포츠 모두 선수들을 위한 복지 문제에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대학이 돈 때문에 부상선수의 건강과 미래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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