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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라톤 ‘희망’이 보인다

 

 

 

글 / 이종세(용인대학교 객원교수)

 

 

 

샛별 성지훈(남자), 김성은(여자) 두각
2013 서울국제대회에서 개인기록 크게 단축

 

한국마라톤에도 ‘봄’은 오는가.
 기록 기근에 허덕이던 한국마라톤이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그 무대는 지난 3월17일 서울 광화문~잠실 주경기장 간 42.195km 코스에서 열린 2013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 한국마라톤의 기대주 성지훈(22 ․ 한국체대)과 김성은(24 ․ 삼성전자)이 각각 2시간12분53초와 2시간27분20초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면서 국내 남녀부 1위에 올랐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개인기록을 앞당기며 우승해 더욱 돋보였다.

성지훈은 2011년 자신의 첫 풀코스(서울국제마라톤) 도전에서 세운 최고기록 2시간18분27초를 5분34초나 단축했고 김성은 역시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수립한 2시간29분27초의 개인기록을 2분7초 경신했다. 국내 남자부 2위를 한 김영진(30 ․ 삼성전자)도 2분58초 앞당긴 2시간13분49초, 남자부 3위인 신예 오진욱(21 ․ 한국체대) 역시 6분32초를 단축한 2시간14분9초를 기록했다. 국내 여자부 2위를 마크한 김선애(35 ․ 합천군청) 또한 2시간36분41초로 자신의 기록을 1분4초 줄였다.

 

 

2013 서울국제마라톤 국내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성지훈(한국체대). 그는 자신의 최고기록을 5분34초나 앞당겨 한국마라톤 기대주로 떠올랐다. <스포츠동아 제공>

 

 

 성지훈, 사실상 국내 1인자…김영진 오진욱 김선애도 기록 경신 성공 
 성지훈의 이번 대회 기록은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정진혁(23 ․ 한전 ․ 당시 건국대)이 수립한 2시간11분48초(2012년 국내 랭킹 1위)에 1분5초 뒤진다. 하지만 정진혁은 최근까지 족저근막염 등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아 경기대회 남자마라톤 우승자인 지영준(32 ․ 코오롱)은 현역선수 가운데 최고인 2시간8분30초의 기록을 갖고 있으나 부상 등을 이유로 2011년부터 3년째 마라톤대회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국내 제일의 현역마라토너로 성지훈을 꼽는 이유다. 여기에 성지훈의 1년 후배로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을 무려 6분 이상 단축하며 3위에 오른 오진욱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2013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4회 동아마라톤 국내 남자부 1위를 차지한 성지훈(한국체대·왼쪽)과 지도자상을 받은 정남균 한국체대 코치. 정코치는 2000년 이 대회 국제 남자부 우승 주역이다.<동아일보 제공>

 

 ‘용장 밑에 약졸 없다’ 2000년 우승자 정남균코치, 성지훈 오진욱 지도 
 이들은 모두 200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1997년과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스페인의 아벨 안톤 등을 꺾고 우승한 한국체대 정남균(35)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체대 선수들을 지도하고있는 정코치는 “성지훈, 오진욱 두 선수 모두 부상이 없고 뛰어난 지구력이 강점이다. 스피드만 보완하면 2시간 10분 벽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지훈은 5,000m 14분34초87, 10,000m 30분38초24가 최고기록으로 스피드를 보강해야한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최경렬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와 김복주 한국체대 교수는 “이들 선수가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8, 9분대를 뛰어낸다면 9월의 인천아시아경기에서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58년 도쿄(이창훈) 1982년 뉴델리(김양곤) 1990년 베이징(김원탁) 1994년 히로시마(황영조) 1998년 방콕(이봉주) 2002년 부산(이봉주) 2010년 광저우(지영준) 등 7차례 아시아경기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했다.       

 

 

2013 서울국제마라톤 국내 여자부 1위를 차지한 김성은(삼성전자). 그는 2시간27분20초를 기록, 1997년 권은주가 수립한 한국기록 2시간26분12초에 1분8초차로 다가섰다.<스포츠동아 제공>

 

 

 국내 여자부 우승 김성은, 16년 묵은 한국기록 경신 가능성 가장 높아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2시간46분38초의 부진한 기록으로 107명의 완주자 가운데 96위에 그쳤던 김성은. 그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을 2분 이상 단축하면서 국내 여자부 2연패(국제부문 4위)에 성공했다. 김성은이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2시간27분20초는 1997년 권은주가 수립한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과는 불과 1분8초 차. 거리로는 300여m다. 정윤희(30 ․ K-water) 임경희(31 ․ SH공사) 이선영(29 ․ SH공사) 최경희(32 ․ 경기도청)등 선배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16년 묵은 한국여자기록의 경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다. 김성은은 지난해 12월 새로 부임한 황규훈 감독의 지도아래 제주에서 70일간 하루 3시간씩의 강훈을 소화해내면서 기량이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종전에는 25km지점부터 힘들었는데 훈련량을 늘린 결과 이번 대회에서는 35km지점에서도 견딜만했다.”는 것이 김성은의 말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도 맡고있는 황규훈 감독은 “현재 한국 남녀선수의 기록으로 미루어볼 때 13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이봉주의 남자 한국기록(2시간7분20초)보다는 권은주의 여자기록 경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면서 그 중심에 김성은이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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