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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올림픽 퇴출은 올림픽 전통과 역사를 지워버리는 행위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40여년전 중고생시절 체육시간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 올림픽의 기원에 대한 얘기다. 고대 그리스에서 제우스신을 위한 제전의식으로 시작된 올림픽 경기에서 레슬링은 죽은 전사들의 넋을 기리는 운동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종목이라는 설명이었다. 근대 올림픽을 창시했던 쿠베르탱남작이 1896년 제1회부터 레슬링을 핵심종목으로 정했던 것도 고대 올림픽 정신을 살리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양정모가 대한민국 건국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 전 국민이 감격한 이유는 세계를 제패했다는 것과 함께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차지하는 오랜 전통과 역사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레슬링은 올림픽의 긴 역사와 함께 한국인들에게도 의미가 깊고 친숙한 종목이다.

 

 76몬트리올 올림픽 양정모 선수 ⓒ대한체육회

 


레슬링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의해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된다는 난데없는 소식을 듣고 올림픽의 전통과 역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충격과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다. 레슬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마지막 올림픽 종목으로 경기를 가진 뒤 2020년 올림픽에서는 퇴출될 예정이라는게다.


IOC 15인 집행위원회에서 비밀투표로 결정된 레슬링 퇴출 결정은 오는 5월 2020년 올림픽에서 채택될 26번째 종목선정에서 뒤집어 질 수도 있어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레슬링에 대한 최종 결정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확정할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제125차 IOC 총회에서 이루어지게 되는데,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IOC의 레슬링 퇴출 결정으로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있게(Citius, Altius, Fortius)’라는 올림픽 정신은 이제 크게 흐려질 수 밖에 없다. 레슬링이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된 것은 IOC가 지나치게 상업주의에 물들어있기 때문이다. IOC 최대 젖줄인 TV 중계권료를 더 벌어들이기 위해 세계 TV 시청자들에게 관심과 호응을 받지 못한 종목으로 레슬링을 지목했던 것이다.


최근 수년간 올림픽 규모를 줄여 참가선수수를 1만500명 정도로 제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IOC는 좀 더 많은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을 TV 시청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현 시대에 맞는 올림픽 종목들을 부각시키고 싶어했다. IOC는 보는 재미가 떨어지고 아마추어 역사만을 갖고 있는 레슬링이 축구의 리오넬 메시,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 골프의 타이거 우즈같은 슈퍼스타도 없으며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프로레슬링보다도 인기가 없다고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레슬링은 스포츠의 원초적인 면을 가장 잘 간직한 최고의 명예로운 종목의 하나이다. 용맹스럽기로 이름난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전사로부터 현대의 정부관료, 사업가, 군인, 노동자 등에 이르기까지 레슬링은 용기와 의지력, 인품 등 인간의 기본적인 소양등을 쌓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고교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으며 대한레슬링 협회 회장등을 지내고 현재 IOC 위원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IOC는 상업주의를 추구하며 많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올림픽의 근본 정신까지 훼손하면서 올림픽의 전체적인 모양을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 TV 시청률을 높이기위한 목적으로 레슬링을 올림픽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올림픽의 역사와 전통을 없애는 것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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