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1981년 서독 바덴바덴 IOC 총회에서 88 서울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우리나라는 7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공동유치를 명분으로 집요하게 개최방해책동을 벌인 북한의 악의적인 행위뿐 아니라 국내의 불안한 정쟁으로인해 올림픽 반납설까지 나돌았을 정도였다. 전두환 정권의 권위적인 통치로 인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야당과 민주투사, 학생 등이 주축이 돼 서울올림픽 개최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라고 할 수 있었다. 올림픽의 저주란 올림픽을 유치한 나라가 개최준비를 하면서 정치,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동서화합을 이뤄낸 성공적인 대회로 인류사에 빛나는 업적을 세웠지만 하마터면 올림픽의 저주 덫에 걸릴 뻔했다.
브라질과 터키가 올림픽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리오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14년 월드컵을 유치한 브라질은 열악한 공공서비스와 관리들의 부패를 비난하는 반정부 시위가 6월 한달동안 이어졌다. 상파울루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빠른 속도로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됐다. 시위는 올림픽 개최 반대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축구경기장 중 하나인 마라카나 스타디움 재건축계획은 많은 공사비가 든다는 이유 등으로 심각한 여론 반대에 봉착했다. 마라카나 스타디움을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바꾸는 계획이 개인 컨소시엄으로 진행돼 추악한 ‘정경유착’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빈민가인 ‘파벌라스’에 대한 재개발은 거주자들이 이주하기도 전에 공사에 들어가 물의를 빚었고, 토종 인디언들이 수십년간 거주해온 마라카나 스타디움 옆 인디언 박물관의 철거도 논란을 일으켰다. 올림픽 유치준비 때문에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도시 재건축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은 진압경찰의 최루가스와 고무탄 발사에도 굴하지 않고 거리 곳곳에서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터키도 브라질과 시위 양상이 비슷하다. 이스탄불 도심 재개발 문제가 발단이 된 터키 시위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모른다. 이스탄불 도심에 위치한 탁심 광장 인근의 작은 공원을 재개발해 쇼핑몰을 조성하려던 시 당국의 계획에 일부 환경단체 회원들이 반발하면서 불이 붙었던 시위는 2020 하계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잡은 에르도간 정부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스탄불 2020 : 함께하는 다리’라는 캠페인으로 올림픽 유치에 나선 에르도안 정부는 신공항 건설,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새 운하 건설, 세 번째 보스포러스 다리 건설 등 대대적인 도시 기반시설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터였다.
군부독재와 정정불안으로 오랫동안 위기기간을 보냈던 브라질과 터키는 지난 10년동안 정치와 경제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보이면서 민주주의의 진보와 시장의 발전을 이룩한 대표적인 신흥국이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가 위상이 높아진 브라질과 터키는 국민적 통합과 국가적인 자신감을 입증해 보이기위해 회심의 카드로 빼어든게 올림픽과 월드컵과 같은 메가스포츠이벤트 유치였다.
하지만 서울올림픽 때의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두 나라도 민생과 국정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권위적인 통치행위에 대한 반감과 함께 고개를 들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의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들은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한 요인들을 안고 있어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때 잠재해있던 국가적인 문제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는 무리한 올림픽 시설투자와 과소비 등으로 인해 국가재정적자 심화를 초래해 국가위기사태를 초래했으며 유럽 재정위기, 나아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낳게했다.
2011년 세 번째 도전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올림픽 저주의 참화를 빚지 않기위해서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안정을 도모하고 과다한 경기장 건립 등을 피하며 경제적으로 무리가 없는 올림픽을 치러야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올림픽의 저주를 한 번 겪었던만큼 내공과 면역성도 충분히 갖춰져 만반의 대비를 잘하면 그렇게 넘기 힘든 벽도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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