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엄혁주(고려대학교 강사)
" 나는 차붐선수를 존경한다. 난 어릴 때 부터 차붐을 보고 자라났다. 나도 그 선수처럼 되고싶다." - 마이클 오웬 - " 차붐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웅이다. " - 루이스 피구 - |
과거 차범근 감독은 1979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입단한 후 1989년 308게임 98골 이라는 당시 외국인 선수 최고기록을 남기고 은퇴했다. 그만큼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또한, 차붐은 11년간의 독일 선수생활 중 반칙이 단 1번 이었고 패널트킥을 단 한번도 차지않고 UEFA컵을 2번이나 거머쥐었다. 그러나 더 대단한 기록은 이 뿐만이 아니다.
차붐은 선수생활 중 상대편 선수의 강한 태클로 축구선수 인생을 끝낼 뻔한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는 재활에 성공한다고 해도 선수생활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은 차붐이 상대 선수에 대한 원망으로 더 힘들어할 것이라고 했고, 언론에서도 이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차붐은 얼마지나지 않아 언론 인터뷰에서 상대편 선수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용서’한다고 말했고, 상대편 선수는 바로 차붐을 찾아가 용서를 빌고 화해를 했다. 이후 두 선수는 더욱 친한 사이가 되었고 차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재활에 성공하고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만약 차범근 감독이 상대선수에 대한 원망과 분노, 적대감 등으로 병원생활을 했다면 선수 생활 뿐만 아니라 재활에 성공하는 데에도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차범근의 예는 용서라는 아주 간단한 정서 단어 하나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학교체육시간은 큰 사회를 준비하는 작은 사회의 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초등학교 체육수업은 학생들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적합한 게임위주로 운영이 된다. 게임이 아무리 협동적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종 게임을 할 때 여러 갈등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들어, 티볼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파울이냐, 아니냐’, ‘아웃이다, 주자가 먼저 들어왔다’, 네가 잘 했니, 내가 잘 했니‘ 등등. 이외에도 체육수업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갈등 상황에서 서로 싸우고 게임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들이 해결되지 않고 교사가 그냥 무시하거나 시간이 부족해서 설명은 듣지 않고 무작정 혼내고 게임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갈등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유지 또는 추후에 발생할 사건을 예측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학생들 특히 친구들 간의 싸움이 발생했을 때, 교사들은 혼내기도 하고 이해시키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면서 서로 화해하고 용서할 것을 종용한다.
용서는 친구들 간에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하면서 대인관계 갈등, 게임상황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용서는 상대 친구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포기하고 친구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전형적인 이타행위이다. 다시말해, 용서는 나의 손해가 아닌 건강에서의 이득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용서는 친구를 용서하는 학생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에 대해 미움과 분노 등의 부정적인 정서와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돕기 때문이다.
1. 용서와 건강의 관계
Friedman과 Rosenman은 A성격 유형과 B성격 유형의 심장질환 연구를 약 9년간 진행하였다.
그 결과 A유형의 사람이 B유형 사람보다 2배 이상 심장질환을 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A유형에서 나타나는 적대감은 더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었다. 또한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난, 불만이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다른 생리 및 심리 변인을 통제하였다 하더라도 초기 발작의 원인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심근 경색에 많이 걸리다는 것이다.
적개심(unforgiving)은 '용서할 수 없다‘는 부정 정서 상태이다. 자신 또는 자신에게 잘못한 것을 용서하면, 그에 대한 적개심도 줄어들지만 계속적으로 적개심을 갖고 있다면, 용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임수업에서 학생들의 갈등이 발생하여 격한 상황까지 갔을 때, 학생들은 “씩씩”거리며 서로 말하는 것조차 거부할 것이다. “씩씩”거린다는 것은 이미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로인해 여러 가지 생리적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건강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빨리 용서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분’을 참지 못하고 계속 “씩씩”거리는 아이가 있다. 이럴 때 체육교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러 가지 다양하고 효과적인 수업스킬이나 방법등이 있지만 여기서는 ‘용서’를 통한 해결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체육수업에서의 용서 심리 과정 모형
Enright는 사람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용서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17년 동안 용서에 대한 연구를 통해 Enright 용서 심리과정 모형(Enright Forgiveness Process Model; Enright et al., 1996)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모형은 4수준 20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이에 따라 그는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본 필자는 이 모형을 체육수업 상황에서 재구성해 보았다.
물론, 성인에게도 용서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기에서부터 그것도 학교체육수업을 통해 나타나는 행동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연습하고 계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 스포츠둥지
Enright, R. D., & the Human Development Study Group(1996). Counseling within the forgiveness triad: On forgiving, receiving forgiveness, and self-forgiveness. Counseling and Values, 40, 10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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