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태구(부천 상동고등학교 교사)
학생인권조례와 학교현장
이 글의 목적은 내가 체육교사로서 학생인권조례를 통한 나의 교수법 변화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2011년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발표하였다. 진보교육감이라고 불리는 분이 추진하여 사회적으로 논란도 많았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사람들이 나뉘어져 계속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본 글은 학생인권조례의 찬반을 이야기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이곳 스포츠둥지에 어울리지 않는 글일 것이다. 난 단지 학생인권조례가 나의 교수법에 영향을 준 그 내용을 언급하고자 한다. 아마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다른 교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에도 이런 학생들이 있었지만, 학생인권조례 이후로 생활지도 면에서 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한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학생들은 체벌하는 선생님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교육청에 신고하였다. 물론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있는 일이였다. 학교 관리자들과 교육청에서는 이제 학생들을 체벌하면 안된다고 교사들을 계속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특히 생활지도를 교과지도와 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육교사들에게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활지도 현상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학생부 체육교사’와 교수법
난 교직생활의 절반은 학생부에서 근무했다. 어찌보면 언제부터인가 난 학생들에게 무서운 선생님이 되어갔다. 학교폭력, 흡연 등 학생들과 나의 만남은 주로 불미스러운 일들로 가득찼고, 자연스럽게 난 체벌에 익숙해져 갔다. 자연스럽게 체육시간에 학생들은 나를 ‘체육교사’로서만이 아닌 ‘학생부 체육교사’로 나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나를 어렵게 대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이 나를 어렵게 대할수록 체육수업은 쉬어져 갔다. 학생들은 나의 말 한마디에 착착 움직였다. 수업은 편해져 갔다.
사실 이제 다양한 교수법이 필요 없어졌다. 어떤 내용의 어떤 종목의 운동을 하던 간에 내 체육시간에 학생들은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졌고, APT-PE는 항상 높은 것처럼 보였다. 나의 체육시간에 대한 교수법은 점점 단순해져 갔다.
물론 체육시간에는 다양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난 학생들에게 안전을 강조하면서 수업시간의 집중을 중요시 하였다. 사실 많은 사고들이 일어나고 학생 개인으로뿐만 아니라 담당 체육교사에게도 여러 가지로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그래서 좀 더 다른 시간보다 체육시간은 학생들이 집중해야 하는 수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변화가 생겼다. 2011년 새로운 학교에 전근오면서 나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 사이에 난 놓여졌다. 정말 통제가 안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몇몇의 학생들이 교사인 나를 힘들게 하였다. 이제 난 학생들에게 무서움(?)만으로 수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점점 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난 무엇으로 학생들이 나의 수업에 집중하게 할 것인가? 난 학생들이 내 수업에 집중하게 할 무기가 전혀 없었다. 난 학생들 앞에 발개 벗겨진 상태였다. 난 무능력했다.
교수법의 변화
2011년은 너무도 힘든 한 해였다. 참을 인(忍)자를 하루에 몇 번이고, 아니 몇 십번이고 마음에 그려야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교사로서 자존감이 엄청 낮아졌다. 참아내기 어려운 시간들이었고, 학교 생활이 재미없어졌다. 학생들은 내가 설명할 때 집중하지 않았다.
결국 2012년부터 수업 전략을 새로 새워야만 했다. 우선 학생들을 친절하게 대할 수 밖에 없었다. 수업도 다양하게 기획을 해야 했다. 교과연구회 활동도 더욱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영어체육수업에 대한 생각도 더욱 확고히 했다. 내가 학생들을 친절하게 대할수록 학생들과 의미있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났다. 부정적인 일로 만나는 학생들보다 긍정적인 일로 만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카톡을 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어떤 것이 좋은 수업일까? 답이 없는 것 같은 고민 속에 계속 ‘좋은 체육수업’에 대한 고민은 이어져 갔다. ‘그래, 좋은 체육수업을 해야 학생들이 내 수업에 집중할 거야. 그래야 수업에 대한 밀도가 높아지지!!’ 오죽하면 내가 속한 교과연구회 이름이 ‘좋은체육수업나눔연구회’일까!
2012년 경기도교육과정이 공포되면서, 경기도 소속의 교사들은 ‘배움중심 창의지성 체육수업’을 실천해야 한다. 개념조차 낯설은 수업을 해야 하는데,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체육선생님들은 새로운 철학과 교수법으로 무장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누구하나 이것이 ‘배움중심 창의지성 체육수업’이라고 명확히 가르쳐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연수를 가봐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 결국 내가 공부하고 직접 시도할 수 밖에..
2013년 올해가 나의 교수법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온 시기인 것 같다. 우선 학생들과 되도록 긍정적인 상호작용에, 학생들의 작은 음성에도 귀 귀울이는 태도(신교 교사때 있던 태도인데, 언제부터인가 없어졌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수업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태도, 이런 태도들 가운데 나의 수업은 실천되고 있다. 이런 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큰 변화이고 말이다. 카톡과 밴드를 통해 학생들에게 체육수업 전달사항을 반별로 전한다. 학기초에 반별로 학생들의 의사에 따라 반별 카톡이나 밴드를 만들었다. 전 교과 중에 체육선생님만 수업시간 전달사항을 이렇게 전한다고 한다. 비오는 날 저녁이면 체육부장한테 카톡이나 밴드를 통해 내일 수업 준비에 대해 문자가 온다. 우리학교는 체육관이 없어서 비가 오느냐가 체육수업에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난 여지없이 카톡이나 밴드를 통해 답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솔직하게 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나의 교수법에 대한 반성과 발전을 가져왔다고. 올해 3월 초 수업을 하면서, 난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대통령이 된 것처럼 공약을 했다. 그것은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1년동안 체육시간에 화를 전혀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전까지는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하면서 체육수업 시간을 때론 공포분위기로 몰아갔었다. 그런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년이 기대된다. 내년에 난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어떤 모습의 교사가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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