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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공부하는 학생선수의 학업성적과 대회실적이 함께 향상된 이유

 

 

 

글 / 임성철(원종고등학교 교사)

 

        나는 고등학교 사격부 감독으로서 2년 동안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게 하였다. 공식적으로 참가하는 대회기간이 아니면 학생선수들은 7교시까지의 모든 정규수업을 참여하게 하였다. 2년 동안 학생선수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학업성적과 대회실적이 동시에 향상되는 결과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학생선수들이 시합기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규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학생선수들의 학력향상이라는 제한된 결과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규수업을 참여하면서 학생선수들의 그들만의 ‘고립된 섬’에서 탈출하여 교사와 교우관계의 확장으로 이어지길 희망했다. 그리고 사격부 학생선수들이 정규수업의 참여를 통해서 사격과 관련된 직업이 아닌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길 원했다. 

(나의 박사논문 중에서)

 

(1) 학업성적의 향상
  <표 1>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학생선수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 시작한 2010학년도 1학기부터 꾸준하게 향상되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선수의 경험이 1년에 불과한 1학년 학생선수보다 2년을 경험한 2학년과 3학년 학생선수들의 학업성적의 향상이 더 크게 나타났다.

 

<표 1> 사격부 학생선수 교과목별 점수와 내신등급 (2011학년도 재학생으로 학생선수 이름은 가명)

 

학생선수들의 학업성적이 향상된 것은 대회기간 이외에 7교시까지의 정규수업의 참여, 학생선수학습도우미제의 활용, 학업에 대한 상담 및 성적 관리를 통해서 가능했다. 학생선수들은 자신들의 성적향상의 이유를 <그림 1>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선수들이 학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열심히 주어진 시간에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학업성적 향상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학생선수들이 인식하는 2011년 학업성적 향상의 이유들

 

-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원종고 사격부와 방과후학교 체대진학반 기사 -

 

 

(2) 사격대회 실적의 향상
  나는 감독으로서 학생선수들에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게 하면서 항상 마음 한 편에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혹시라도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운동하는 시간이 다소 줄게 되면서 대회실적이 과거보다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학생선수들은 학업성적 향상됨과 동시에 대회실적에서도 창단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몇 년에 한 번 전국대회에서 입상했었지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던 2년째 되는 해에는 전국대회에서 두 번이나 입상을 하였다.

 

<표 2> 전국사격대회 25m 권총 단체전 역대 입상실적

 

- 전국체육대회 사격경기 모습 -

 

(3) 학업성적의 향상이 사격대회 실적의 향상으로 연결되다!
  나는 사격부 학생선수들이 학업성적과 대회실적이 함께 향상된 결과에 상당한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학생선수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학업성적과 대회실적이 함께 향상되었던 이유를 파악하였다. 그 이유는 나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인용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게 되면서 사격으로 특기자 진학을 못하게 될 경우 내신 성적으로 일반학생들처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진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운동할 때 심리적인 안정감과 여유로 연결되었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표현하는 학생선수의 이야기를 듣고 2년간의 노력의 결실을 보는 것이라 생각되어 무척 보람을 느꼈다. 내가 간절하게 원했던 공부하는 학생선수들의 모습을 2011년에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학생선수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과거보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학교생활은 학업성적의 향상과 더불어 훈련과 대회에 참여할 때에도 좋은 분위기로 이어졌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선수들이 학교 및 학교 행사에 적극참여하고 모든 정규수업에 참여하면서 또래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 즐겁게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선수들은 친구들과 선생님들 때문에 학교생활이 즐겁다는 표현을 자주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회 실적보다 사격부 감독인 나를 더 즐겁게 했다. (나의 박사논문 중에서)

 

가끔 나의 박사학위 논문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한다. “사격이라는 운동이라서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축구부나 야구부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도록 하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사격이 아닌 다른 운동부 학생선수들에게 유사한 결과가 나올지 저도 궁금합니다!” 내가 체육교사로 학교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그럴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나는 처음 사격부 학생선수들과 함께 했던 도전을 다시 하고 싶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과정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임성철 (2012). 고교 운동부 감독의 공부하는 학생선수 만들기 실천과정. 박사학위 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한겨레신문 (2012). “운동만 잘하면 된다고요?” 한겨레신문 2012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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