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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국제체육 ]

스포츠 중재에서의 상소(appeal)가 필요한가?

 

 

 글 / 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수도권 최초의 경전철인 용인경전철이 용인에 있는 모 테마파크와 연계한 관광레저 경전철로서 올 4월부터 가까스로 개통된다는 소식입니다. 관광레저 경전철로 탈바꿈하려는 시도의 배후에는 경전철 투자자인 (주)용인경전철에게 용인시가 물어주어야 하는 약 5천억원대의 배상금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전철 개통과 관련한 용인시와 운영주체와의 분쟁은 국내법원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s of Commerce, 약칭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서 단 한번의 판정으로 승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상거래와 관련된 분쟁에서 시간이 기회비용으로 지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보니, 상거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이 분쟁이 발생할 때, 미리 법원이 아닌 중재(arbitration)로 해결하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상에 넣기도 합니다. 상거래 중재의 특징중의 하나는 단 한번의 판정으로 그친다는 것입니다. 진 쪽은 더 할말이 없는 것이죠.

 

 불리한 판정이 내려진 당사자가 ‘꼼짝없이’ 중재판정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물론 실제 집행에 있어 법원절차인 중재판정이의의 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중재를 하기로 미리 합의를 한데다가 심지어는 중재인을 당사자들이 직접 선택하여 추천하였기 때문입니다. ‘말을 바꾸지 말라’ 라는 법언은 고상한 말로는 금반언(estoppel)이라하는데, 스스로 보기에 가장 공정할 것 같은 중재인마저 선임한 상황에서 중재판정에 대해 법적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약속했으면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중재가 1심이라는 특징은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판승부에 모든 것을 다 걸기 때문입니다.

 

 국내 스포츠중재를 위임받아 스포츠중재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상사중재원 진흥전략팀 김성룡 과장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중재의 경우 다툼이 생기는 액수가 2억원 미만일 때 중재의 시작단계에서 한번의 심리, 최종판정까지 7개월미만, 다툼의 액수가 2억원 이상의 경우, 7개월에서 9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의 삼심제도가 아무리 빨리 진행되더라도 중재의 단심 소요기간에 비해서는 당사자가 불복하는 한 재판이 최종확정되기까지는 중재보다 더 오래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적인 재판 외 분쟁해결제도(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ADR’ 이라고 한다.)에 있어 상소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판정부의 구성에 있어 중재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WTO 분쟁해결패널의 경우 상설 상소기구가 있어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스포츠중재에서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존재하고 CAS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스위스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AS의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절차로서의 상설상소기구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포츠중재에 있어 대륙별 스포츠중재기관이 있고, 이에 대한 최종 상소기구로서 로잔의 CAS 를 거치게 하는 방법으로 스포츠중재에서도 상소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주장하고자 합니다. 아시아대륙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인천아시안게임부터 CAS가 임시중재(ad hoc arbitration)판정부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작년 대만 태권도 양수쥔 선수 파동과 관련하여 보듯이, 스포츠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종목별국제연맹, 국내연맹, 메가이벤트조직위원회(통상, 'OCOG'의 약어로 칭함) 들 중에서 누구를 상대로 중재 혹은 이의신청에 회부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적인 포럼(forum)으로서의 중재의 매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스포츠중재가 활성화되고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역내중재기구를 마치 스위스 로잔 CAS 중재로 나아가는 전단계로 볼 것이 아닌, CAS 운영에 있어 과도하게 유럽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스포츠와 지역특색을 감안해서, CAS의 대안이 되거나 매력적인, CAS와 대등한 단계에서의 분쟁해결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나간다면 아시아 지역에서의 스포츠중재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를 비롯한 스포츠 관련 당사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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