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민혁 (단국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최근 ‘취학유예’ 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취학유예’라는 말은 취학
통지서를 받았지만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교 취학 통지서는 만 7세 3월생부터 6세 2월생에게 발부되는데,
주로 만 6세 1, 2월생들이 취학유예 신청을 한다. 한 때, ‘조기 입학’ 바람이
불어 ‘만 5세아 입학’이 인기를 끌던 것과는 대조된다.
아무래도 만 6세 또는 만 5세 아동은 만 7세 아동에 비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이 한 학급에 속해 있을 경우,
학업 성적이나 행동 등에서 만 7세 아동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마련이다.
취학유예 현상의 급속한 증가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만 5, 6세 자녀들이 혹시나 왕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부모들이 입학을 연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들에서 동일 학년에서
생일이 느린 아동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상대연령효과’라고 한다)이
스포츠에서도 적용될까?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필자가 2000년도 프로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출생월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를 동일 연령대의 일반 남성들과 비교하였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일반남성은 겨울 출생이 가장 많으며, 봄, 여름, 가을 출생은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축구선수는 봄 출생이 41.5%로서 가장 많고,
겨울출생은 고작 16.7%에 지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축구선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마찮가지 결과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축구에서 상대연령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종목에서는 어떨까? KBS는 2007년도 국내 프로야구 선수의 출생월을
조사한 결과, 봄 출생이 다른 계절 출생보다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상대연령효과가 많은 스포츠에서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에서 상대연령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스포츠 고유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많은 스포츠에서 체격 및 체력 조건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는 출생월에 따라서 체격 및 체력 조건이 매우 다르기 마련이다.
즉, 봄에 태어난 학생들은 겨울에 태어난 학생에 비해 체격 및 체력 조건이
우수할 수밖에 없으며, 상대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기 쉬워진다.
스포츠는 한 번 도태되면 그걸로 끝이다. 공부야 어차피 고등학교나 대학까지
쭉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겨울 출생들이 처음에는 뒤처지더라도 나중에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는 한번 후보로 전락하면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니 상대연령효과가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상대연령효과는 외국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학기는
3월에서 그 다음해 2월까지지만 일본은 4월부터, 미국은 9월부터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득을 얻는 출생월이 각각 다르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즉,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4월생이 가장 유리하며, 미국은 가을 출생이 가장 유리하다. 만약 우리나라의
학기 체계가 1월부터 12월로 바뀐다면 팔자가 바로 역전될 수 있다.
위의 결과들을 약간 과장하면, 봄에 태어나야만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
어쨌든 현 교육제도 내에서는 봄에 태어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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