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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학교교육은 체육교육에서 시작되었다(?)

 

 

 

글/ 김기철(한국교육과정평가원)

 

        팔레에스트라(Palaestra)와 김나지움(Gymnasium)은 고대 희랍의 초기학교 형태로 이 둘은 서양교육의 효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체육활동에 대한 교육적 가치를 매우 중시 여겼던  당시의 국가․사회적 풍토를 반영하듯이 ‘팔레에스트라와 김나지움의 교육내용 중 상당부분이 다양한 체육활동으로 구성됐었다’라는 사실은 주지주의 풍토가 지극히 만연되어 있는 오늘날의 교육풍토와 사뭇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중 중등교육 기관을 지칭하는 ‘김나지움’(Gymnasium)은 웬만한 시사상식을 구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낯익은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초등교육기관을 지칭하는 ‘팔레에스트라’(Palaestra)라는 말에는 다소 생소한 면이 없지 않다. 동시대적인 탄생배경과 역사적 흐름을 공유했던 두 교육기관 중 유독 중등교육기관인 ‘김나지움’의 명칭만이 오늘날 더욱 더 강하게 우리에게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각도로 고민하면서 제시되었던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중등교육기관으로 시작한 김나지움(Gymnasium)이란 말이 오늘날 체육관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는 것은 ‘학교교육이 체육교육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초등교육은 중등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시되어왔으며 그로 인해 그 교육적 역할과 활동내용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각인 되었던 사항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에 만연되어 있는 중등위주, 좀 더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속에서, 또한 그것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주지교과 위주의 교육풍토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떠 올려 볼 때 그리 어려운 추측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이 둘 중 ‘김나지움’(Gymnasium)은 오늘날에도 독일에서는 중등교육기관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는 ‘체육관’이라는 명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학교를 지칭하는 말이 오늘날 체육시설의 명칭으로 변모하였다는 사실이 다소 이채롭긴 하나 우리는 여기서 또 한가지의 교육사적 통찰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즉,  그 당시의 교육기관이 지금 체육관의 의미로 사용된다함은 그 당시의 교육이 체육교육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뒷받침 할만한 여러 가지 교육사적 연구와 검증절차가 요구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모든 언어에는 그 시대와 사회의 문화가 반영된다’는 엄연한 진리를 전제해 보건대 본인의 이와 같은 교육사적 유추는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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