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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패터노 감독이야기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지난 1월 85세로 작고한 미국 대학축구의 전설적인 명장 조 패터노 감독은 세상에 특별한 발자취를 남겼다. 미국 대학스포츠에서 도덕성의 상징이자 펜실베이니아의 얼굴이었던 패터노 감독은 미국 역대 대학축구 최다승 감독으로서, 스포츠지도자 가운데 최고의 교육자로서, 많은 기부금을 낸 인간주의자로서 미국인들로부터 큰 어른으로 존경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60여년 재임동안 통산 409승을 거두고 37번의 볼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82년과 86년 전미 대학미식축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명장이었다. 지난해 말 제리 샌더스키 전 미식축구팀 수비코치의 아동 성폭행 사건에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을 했지만 패터노 감독은 대학농구의 ‘위대한 코치’ 존 우든 전 UCLA 감독(2010년 타계)과 함께 최고의 지도자로 추앙을 받았다.

 

[조 패터노 감독]

패터노 감독이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는 패터노 감독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커뮤니케이션 학부의 스포츠 저널리즘과목으로 ‘조 패터노,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라는 강좌를 운영했다. 패터노 감독은 이 강좌에서 자신이 추구했던 커뮤니케이션 목표와 방법, 미디어와의 관계 등에 대해 오랫동안 직접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패터노 감독은 인간 중심의 확고한 교육철학을 갖고 교육자로서도 여러 활동을 했다. 지난 1973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졸업식에서 미식축구코치로서는 처음으로 초청연사로 축하연설을 했다. 이는 그가 많은 학생들에게 존경 받을만한 지도자였음을 입증해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졸업 연설은 명연설로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 해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과 함께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연설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의 연설문 전문을 오랜만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았다. ‘Success without honor is an unseasoned dish; it will satisfy your hunger but it won’t taste good.‘(명예없는 성공은 밥고픔으로 허기를 때우겠지만 좋은 맛을 느낄 수 없다) ‘Do the little things right and the big things will take care of themselves.’(조그만 일들을 올바르게 하면 큰 일은 스스로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두 문장은 감동적이었다. 첫 번째는 돈에 흔들리지 말라는 가르침이고 두 번째는 너무 큰 것만을 쫓지말고 작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감동을 주는 내용은 계속 이어졌다. ‘We hope you have loved each other because a little bit of you is inside one another. John Steinbeck said in “Grapes of Wrath,” “Maybe man doesn’t own his own soul, only a piece of a big man.”
I cannot adequately describe to you the love that permeates a good football team, a love of one another. Perhaps as one of my players said, “We grow together in love—hating the coach.'(여러분들이 서로 사랑하기를 희망한다. 여러분들의 조그마한 부분도 다른 사람 마음 안에 자리잡고 있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에서 ‘아마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마음을 가질 수가 없으며 단지 큰 사람의 일부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좋은 미식축구팀에 배어있는 사랑을 여러분에게 적절하게 묘사할 수는 없다. 아마도 나의 선수들중 한명이 말했듯이 ‘우리는 코치를 미워하면서 서로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돈만을 쫓는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미국에서 그는 아마추어의 순수성을 지키려했던 참다운 지도자였다. 그 자신도 한때 올 수퍼볼에서 우승한 뉴욕 자이언츠와 맞붙었던 미식축구 명문 프로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서 수백만달러의 연봉제의로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으나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며 대학감독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다. 선수와 팀을 그냥 성적만을 올리기 위한 피상적인 대상물로 간주하기보다  참다운 교육을 실천하기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모든 것 하나 하나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였다.

패터노 감독이 철학자와 같은 면모를 보이며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교육을 강조할 수 있었던 것은 중고등학교시절 운동을 하면서도 그리스, 로마 고전문학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며  인문학적인 소양을 잘 쌓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떻게 이상적으로 살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브라운대에서 쿼터백과 수비수로 활약하던 패터노 감독은 대학 졸업 무렵 보스턴대 로스쿨에 진학할 계획이었으나 브라운드 립 엥글 감독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를 따라가면서 기나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와의 인연을 맞게됐다. 예일대 감독제의를 거절한 패터노 감독은 1966년 엥글 감독이 은퇴하면서 뒤를 이어 감독자리에 올랐다.

감독으로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탁월한 팀성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패터노 감독이 성적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승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어서 승부 그 자체 보다 어떠한 가치를 추구했느냐가 정작 중요하다는 말이다. 1989년 정규시즌전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그의 일면이 잘 나타나 있다.
“A hard-fought, well-fought, hairline-close game is as classical in sports as tragedy in theater. A tragedy usually ends with the stage strewn with bodies from both sides of a struggle, and you can’t tell who won and who lost. Victory is contained within defeat, and defeat is contained within victory. That’s the way it is in the best of games. What counts in sports is not the victory but the magnificence of the struggle.”(비극적인 연극처럼 스포츠도 극적인 상황이 많다. 격전을 치르고, 절대절명의 승부도 펼쳐진다. 비극이 이긴 자와 진 자 양쪽의 많은 희생자로 끝을 맺듯 스포츠도 누가 이기고 진 것을 단언하기가 어렵다. 승리 안에 패배가 있고 패배 안에 승리가 있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투쟁의 장엄함이라는 사실이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캠퍼스에 세워진 그의 동상 앞에는 많은 조화가 놓여져 있으며 추모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도 패터노 감독과 같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참다운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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