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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봉'인 미국의 스포츠카르텔 NCAA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5,340만달러 대 0달러. 지난 해 미국 대학 미식축구 연봉랭킹 15위에 오른 코치들의 연봉의 합계와 13,877명의 대학 미식축구 선수들의 연봉 합계를 비교한 것이다. 선수와 코치간에 이렇게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연봉 체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은 미국 대학 스포츠협회(NCAA)의 철저한 아마추어리즘 정책 때문이다. 미국 대학스포츠를 총괄하는 기구인 NCAA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보호를 명목으로 선수들이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철저히 막는다. 이는 우수한 선수들을 스카우트 하려는 대학들의 과당 경쟁이나 담합을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일종의 대학 스포츠 카르텔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NCAA의 이러한 정책에 가장 피해를 보는 장본인은 정작 학생 선수들이다. 미국 스포츠에서 최고 인기있는 종목인 대학 미식축구와 남자농구 선수들은 장학금을 제외한 어떠한 금전적인 제공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묶여 단 돈 한푼도 못 받는 신세이다. 학생선수들은 프로스포츠처럼 선수조합 등을 구성할 수도 없어 사실상 NCAA의 방침에 일방적으로 이끌려 갈 수 밖에 없다. 프로스포츠에 못지않은 인기종목으로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에게는 전혀 금전적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학 미식축구와 남자농구는 미 프로농구 보다 많은 연간 6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거대한 상업적 기업을 방불케하고 있다. 특급 대학 코치는 프로팀 코치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오하이오 주립대 미식축구팀 어반 마이어 코치는 6년간 2,400만달러에 계약하기도 했다. 빅리그인 ‘Pac 12' , 'S. E.C' 등은 자체적으로 TV 계약을 추진해 큰 수익을 내고 있고, ’Big 10'과 텍사스 대 등은 자체 TV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지난 해 터너 방송사와 CBS는 14년간 108억 달러로 전미대학선수권대회(3월의 광란)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대기업들의 후원 계약도 줄을 잇고 있는데, 맥주회사 쿠어스와 치킨 전문 칙필라의 경우 마케팅 비용으로 연간 수백만달러를 쏟아 붓는다.



그러면 코치들에게 수백만달러를 벌게하고 마케터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쓰게하는 대학 미식축구와 남자 농구의 주인공인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얼마나될까? 답은 한 푼도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대학 학비에도 부족한 장학금에 만족해야한다. 만약에 코치나 심지어 팬들로부터 허가받지 않고 햄버거 하나라도 얻어 먹을 경우에는 NCAA 규칙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대학생의 어린 나이지만 선수들도 이러한 현실을 결코 모르지는 않는 법,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처럼 불합리한 현재의 NCAA 수익체계는 선수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린다. 선수들은 학생으로서 공부를 먼저 하기보다는 주당 50시간 정도 훈련을 하는데 전전하다보면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한다. NCAA는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선수들은 현실적인 모순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지나친 상업주의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NCAA의 허울좋은 대의명분이 터무니 없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NCAA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어찌보면 엄청난 수익 시스템일 것이다. NCAA는 대학농구선수권대회의 TV 중계권료로 매년 8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선수들은 자신들이 불공평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일부 선수들은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다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시라규스대, 마이애미 대학 축구선수들은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불법적인 피라미드 투자를 하거나 일부 비정상적인 행동 등으로 인해 징계를 받았다.

최근 이렇게 불합리한 학생 선수들의 대우 체계를 개선하려는 작업이 일부 추진돼 그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대 총장을 지낸 바 있는  마크 앰버트 NCAA 회장은 선수들의 장학금 기간을 늘리고 연봉식으로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안이 바로 그것이다. 1년간의 장학금 기간을 4년간으로 늘리고, 년 2,000달러씩을 주자는 내용이다.
앰버트 회장은 지난 해 각 대학 총장과 학장으로 구성된 대학스포츠 집행위원회에서 디비전 1 팀 선수들에게 2,000달러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대학들의 반발에 부딪혀 현재는 일시적으로 지급이 보류된 상태이다. 이달 중순 NCAA 본부가 있는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돈을 받고 운동을 하는 프로스포츠 형태와 닮았고, 선수들이 대학의 종업원이나 하위 계약자 같은 인상을 준다는 의견들이 제기됨에 따라 추후 다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인  뉴욕 타임스와 ESPN,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등은 NCAA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는 일련의 기사 등을 잇달아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조에 노세라는 "NCAA는 세계 유가를 좌지우지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같다. OPEC는 단기적인 오일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갖는다. 오일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는 생산을 줄이고, 때로는 생산을 늘린다. 이는 경쟁적인 시장가격을 유지하기 보다는 오일가격을 고정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 담합과 가격 고정이 OPEC가 노리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일종의 스포츠 카르텔 형식으로 운영되는 NCAA의 시스템도 OPEC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NCAA가 학생들을 위한,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의 스포츠를 적극 육성한다는 자체의 아마추어리즘적인 대의명분을 살리고 주로 방송 중계권에서 파생되는 고수익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이율배반적인 현재의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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