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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마라톤대회] 12년 묵은 한국기록 깬다

                          포스트 이봉주, 건국대 정진혁 당찬 출사표
                          3월18일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대기록 도전

                                                                                      
                                                                                               글 / 이종세(스포츠동아 이사)

“예감이 좋습니다. 두 달 넘게 제주도에서 작년보다 훨씬 힘든 훈련을 받았지만 무난히 소화해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의 PB(Personal Best ‧ 개인 최고기록)는 물론 12년 묵은 우리나라 NR(National Record ‧한국기록 )까지 깨고 싶습니다.”

황영조 이봉주의 대를 이을 한국마라톤의 ‘희망’ 정진혁(22 ‧ 1m71 ‧ 58kg ‧ 건국대 4년)이 3월18일 참가할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3회 동아마라톤대회를 앞두고 낸  출사표다. 지난해 12월20일부터 두 달 넘게 제주도에서 강도 높은 겨울훈련을 마친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정진혁은 지난 2월25일부터 경기도 이천 건국대 캠퍼스 합숙센터에서 실전에 대비한 마지막 컨디션조절을 하고 있다.

 “진혁이는 지난 2월5일 일본의 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1분 앞당긴 뒤 2월11일의 45km 거리훈련(제주)에서 마지막 5km구간을 작년보다 3분 빠른 15분대에 뛰었습니다. 이어 2월29일 운동장 75바퀴를 도는 3만m 달리기에서도 마지막 5천m를 역시 15분대에 뛰어냈습니다. 장거리 훈련에서는 마지막 5km가 가장 힘든 구간인데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마라톤 사관학교’ 건국대 마라톤팀 황규훈 감독의 말이다. 황감독은 “뭔가 기록경신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빗속의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2시간09분28초로 자신의 기록을 1분31초 앞당겼는데 진혁이의 현재 몸 상태라면 날씨 등의 이변이 없는 한 자신의 기록을 2분 이상 단축해 한국기록(2시간07분20초) 경신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세 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던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준우승, 일약 한국 마라톤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정진혁. 그에겐 작년 이 대회에서 2시간05분30초의 최고기록을 보유한 모로코의 백전노장 압데라힘 굼리(36)와 35km지점까지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다 17초차로 우승을 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굼리를 비롯 2시간04분27초의 쾀바이(케냐), 2시간05분39초의 킵타누이(케냐)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격돌하지만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그의 기록은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 2시간15분01초로 10위, 그해 중앙서울마라톤 2시간10분59초로 8위, 작년 서울국제마라톤 2시간09분28초(역대 대학 최고기록)로 2위에 오르는 등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지난해 9월 폭염 속에 치러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2시간17분04초에 23위. 5명의 한국선수 가운데 1위를 했지만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대회 2연패를 한 케냐의 아벨 키루이가 2시간07분38초로 결승선을 끊었는데 무려 10분 가까이 뒤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 동안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양쪽 발바닥에 족저근막염 증세까지 와 훈련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10월의 전국체전은 포기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화제의 책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마라톤 주제 영화 ‘페이스메이커’를 보면서 마라톤의 의미를 되새겼다고 한다.

2월 하프대회 1분 단축…거리훈련 마지막 5km구간도 15분대 기록
 
11월 들어  이천의 건국대 합숙센터에서 몸만들기에 들어간 정진혁은 12월20일부터 제주시에서 황규훈 유영훈 코칭스태프의 본격적인 조련을 받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다져온 스피드와 지구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제주 전지훈련 40여일 만인 2월5일 일본에서 열린 제66회 카가와 마루가메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 나가 1시간03분14초를 찍었다.

이는 작년 이 대회에서 자신이 수립한 개인최고기록(1시간04분14초)을 정확히 1분 단축한 것이었다, 하프코스에서 1분은 풀코스에서 2분을 의미한다. 자신의 풀코스 최고기록 2시간09분28초를 2분정도 줄일 경우 이봉주의 한국기록(2시간07분20초)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정진혁은 2월11일 제주에서 열린 45km 거리훈련에서 마지막 5km구간을 15분57초에 주파, 작년 이맘 때 같은 코스에서 지영준 등과 훈련했을 때 보다 3분 가까이 기록을 앞당겼다. 

황감독은 “45km 거리훈련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마지막 5km인데 이 구간을 15분대에 뛴 것은 진혁이의 몸 상태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42.195km의 풀코스는 처음부터 매 5km를 15분00초로 달려야 비로소 2시간6분대의 기록 수립이 가능하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정진혁이 마지막 5km구간을 15분대에 달린 것은 자신의 개인최고기록 경신은 물론 이봉주의 한국기록 경신도 바라볼만 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진혁은 이번 동계훈련에서의 연습기록을 종합 분석한 결과 풀코스를 2시간7분대에 뛸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기량 향상을 보였다. 자신의 최고기록을 2분정도는 단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좋은 날씨, 부상 예방, 원활한 페이스메이커 운용 등 뒷받침돼야  
 
문제는 좋은 날씨와 부상 예방, 페이스메이커의 원활한 운용이 얼마만큼 뒷받침 해주느냐다. 
 
첫째 날씨가 지난해처럼 3.3도C에 비까지 내릴 경우 도로가 미끄러운데다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어 자신의 기록 경신조차 어려울 수 있다. 맑은 하늘에 출발 시 기온이 7, 8도C는 돼야하며 바람도 초속 2m이내여야 한다.
 
둘째 부상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아무리 훈련을 잘 했어도 부상이 있거나 감기, 몸살이 올 경우 기록 경신은 물 건너가고 말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국내 현역선수 가운데 최고기록(2시간08분30초)을 보유한 광저우 아시아경기 우승자 지영준이 대회 하루 전 부상 악화 등으로 레이스를 포기한 것이 좋은 사례.
 
마지막으로 페이스메이커의 원활한 운용이다. 한국기록을 경신하기 위해서는 첫 5km구간을 15분10초정도 달리며 몸을 푼 뒤 나머지 구간은 결승점까지 매 5km를 15분00초 안팎으로 달려야 이봉주의 2시간07분20초의 한국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페이스메이커들이 15분00초의 5km구간기록을 35km지점까지 지켜 주어야하며, 정진혁도 페이스메이커의 리드를 잘 따라 준 뒤 35km지점이후 결승선까지 남은 힘을 모두 쏟아 부으며 전력 질주한다면 CR(Course Record ‧ 대회기록 ‧ 2시간06분 49초)경신의 좋은 기록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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