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인재육성재단, 테네시 = 이철원] 전 세계에 10억 이상의 이슬람 교도(무슬림)가 있지만 우리에겐 그들이 낯선 것이 사실입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학생들은 매일 영어수업을 듣습니다. 그리고 수업동료의 절대다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처음엔 그들을 낯설어 하던 저희 멤버들도 이제는 거리낌없이 먼저 말도 걸고 밥도 같이 먹곤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종교와 문화를 잘 몰라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대학에서 무슬림 지역을 전공했던 기억을 되살려 몇 가지 에피소드와 그들의 문화를 안내하고자 합니다.
몇 주 전, 멤버 중 한 명이 사우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다 한 여자친구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그 친구가 정중히 악수를 거부해서 저희 멤버가 머쓱해졌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상당히 자유롭게 행동하는 사우디 여성들이지만 신체접촉은 역시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많이 놀라고 있는 것이, 결혼 유무를 떠나서 무슬림 여성들은 남성들과(특히, 외국남성)의 접촉이 자유롭지 못한데도 불구하고 여기 있는 무슬림 여성들은 상당히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합니다. 마주치면 항상 먼저 인사해주는 친구도 있고, 남편과 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남자들과 대화를 한다거나 사진을 찍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국을 벗어나 해외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그들을 엄격한 종교적 관습으로부터 다소 자유롭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젊은 층으로부터의 변화와 개혁이 시작된 듯합니다. 제가 무슬림이 아니어서 쉽게 얘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타 종교와 문화에 비해 다소 엄격한 모습을 유지해서 사람들로부터 거부감 아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던 이슬람이 스스로 유연성을 더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두 번째로, 음식입니다. 제가 며칠 전 '초코파이의 역사'를 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 친구들에게 초코파이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한인 마트에서 초코파이를 한 박스 사서 반 친구들에게 나눠줬는데, 나눠주면서 '아차!' 싶었습니다. 무슬림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처리된 '할랄(허용된)'고기만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돼지고기처럼 '하람(금지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그들에게 초코파이를 준 것은 실례이기 때문입니다(초코파이의 머쉬멜로우는 돼지가죽에서 추출하는 것입니다). 사우디 친구들이 나눠준 사람의 성의를 봐서 거절은 안 했지만 그 누구도 입에 대지 않더군요. 무슬림 지역을 공부한 사람으로써 미안하기도 했고, 그들의 배려심에 고마웠는데 며칠 뒤 몇 사우디 학생들이 카페테리아에서 일반 학생들이 먹는 쿠키 등의 디저트를 먹는 것을 보곤 '아...젊은 층에는 음식문화에서도 조금씩 융통성이 생기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이태원에게가면 무슬림 방식에 따라 제조한 화장품과 과자 등의 식료품을 판매하는 전문 마트가 있습니다. 이슬람권은 큰 시장이기 때문에 각국 회사에선 그들의 기호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제조/판매합니다.
세 번째론, 여성의 지위입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이슬람 사회에서의 여성 지위는 매우 낮고 제한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부부 유학생들을 보니 여성들이 할 말을 다 하고 삽니다. 언젠가 수업 시간에 '이혼'에 대한 주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사우디 남학생들이 "남성의 힘이 크기 때문에 여성이 먼저 이혼을 청구하긴 쉽지 않다"라고 하자 곧바로 여학생들이 "아니다. 여성이 언제든지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받아쳤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제가 따로 물어보니 정말로 사우디에선 여성이 먼저 이혼을 청구하고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고 학력이 높아지면서 그들의 지위가 강해지는 것은 국경과 종교를 초월하는 공통현상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론,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사우디 여학생이 무슬림의 기도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이어진 질문 시간에 저희 멤버 중 한 명이 "너는 수니파냐 시아파냐?"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슬람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부각되면서 우리는 이슬람이 크게 수니와 시아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나누는 기준은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진 게 없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순간 '큰일났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애당초 사이가 가깝지는 않았던 두 파 사이에 빈 라덴과 탈레반 사건이 터졌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수니와 시아를 가리지 않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보기 시작했으며, 무슬림들 역시 자신들의 종파를 가리지 않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슬림들에게 "시아? 수니"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테러를 하는 쪽이냐, 아닌 쪽이냐?"라는 질문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예상대로 그 질문을 받은 여학생은 잠시 침묵을 한 뒤 "나한테 그런 질문을 왜 하는 거냐?"라며 정색을 했었습니다. 끝내 그 학생은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배낭여행중 만난 투르크메니스탄 친구는 저에게 "난 어디를 가더라도 공항에서 검문/검색을 받는다. 네가 이슬람 지역을 전공했다니 알겠지만 우리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를 테러리스트로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푸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슬람과 수니/시아파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슬람과 크리스천, 유대교가 같은 신(The God)을 모시는 종교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같은 신을 모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다른 종교처럼 되어버린 것은 흔히 말하는 메시아(전달자)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슬림은 The God을 '알라(유일신)'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그의 말씀을 전해듣고 전해줬던 사람이 무하메드 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적은 알라의 가르침이 '코란'입니다(간혹 무하메드가 '신'인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무하메드는 신이 아닌 전달자입니다). 후손이 없던 무하메드가 사망한 후 칼리프(승계자)자리를 놓고 두 세력이 충돌하게 됐는데 그들이 결국 수니와 시아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심이 된 수니파와 이란과 이라크 등의 지역에서 뚜렷한 시아파, 이 두 세력을 쉽게 비교하자면 시아파는 수니파의 원칙에 '지하드(성전)'를 더했다는 것입니다.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하드'는 이슬람의 신념을 보호하기 위해 '성전(거룩한 사명을 띤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과격한 이슬람 단체가 발생하는 것이며, 이것이 테러로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만나본 수니파 사람들은(과격한 성전을 비판하는 시아파 포함) 자신들이 세상에 알려진 과격한 시아파 무슬림과 동일시되는 것을 상당히 싫어했습니다. 특히 인구의 대다수가 수니파인 사우디 친구들에게 "수니파냐, 시아파냐?"라고 물어봤으니 그들이 얼마나 당혹스럽고 모욕스러웠겠습니까.
간단히 말해서 외국인들이 저희에게 "북한?남한"이라고 물어보면 저희는 어떻게 반응합니까? 펄쩍 뛰면서 "우린 남한이다. 우리가 핵폭탄 만드는 북한 사람으로 보이냐"라고 합니다. 무슬림들에게도 마찬가지 인 것입니다.
이렇듯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겐 상처가 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문화에 대한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다른 지역의 종교와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사회학'이나 '사학'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학문은 '취업'이 안된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찬밥신세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하고 있는 수많은 유학생부터라도 이런 학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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