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윤환(고려대학교)
“체대 가면 체육 선생님 말고 뭐 할게 있나?”
고등학교 당시 체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나의 말에 많은 친구들이 저렇게 말했다.
지구촌 60억 인구가 가장 열광하는 월드컵, 올림픽이 모두 스포츠에 관한 것들인데 설마 그렇게 큰 분야의 직업이 체육 선생님 밖에 없을까? 라고 나름 소심한 반박을 시도해봤지만... 어린 나에게는 인정하기 싫었던 그 말에 강하게 대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체육 쪽에 과연 어떠한 직업들이 있는지 나조차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간의 많은 활동을 통하여 체육 쪽에 정말 많은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일 하나하나 모두가 너무나 멋진 일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체육 쪽으로 진학을 준비하려는 학생들은 내가 들었던 말과 똑같은 말을 지금까지도 듣고 있는 형편이다. “체육 선생님 말고 할 게 있냐?” 과연 체육 쪽에는 ‘체육 선생님’ 이외에는 다른 직업들이 없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기자가 직접 발로 뛰었다. 이름 하여 ‘체육 직업 탐구! 멋진 일을 찾아서!’. 체육 관련 현장에서 일 하시고 계시는 체육인들을 찾아뵙고 인터뷰를 하며 좋은 얘기를 듣는 멋진 기획!
이번 달과 다음 달에는 ‘스포츠 산업’ 특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하여 ‘자타 스포츠’와 ‘미즈노 배구 한국 총판’을 운영하고 있는 이문섭 대표님을 만나 뵙고 왔다.
1. 안녕하십니까?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와 하시 일 소개까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타 스포츠 대표 이문섭입니다. 인창 중·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시청 배구부 창단 멤버로 입단해서 활약하다가 선수 생활 은퇴 이후 서울시청 코치와 감독을 역임하고 현재는 자타 스포츠와 미즈노 배구 한국 총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 처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5학년에 처음 배구를 시작해서 선수 생활을 했고 감독으로 있던 서울 시청이 해체되는 83년까지 30년 세월 동안 일 평생을 배구와 함께 해왔습니다. 모든 운동 선수들이 그렇 듯이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 제가 평생을 몸 담아 왔던 배구 쪽 사업을 늘 구상해왔습니다. 마침 때가 잘 맞아서 84년도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만 당시 주변에서는 99%가 반대 했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닌데 제가 당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인맥 말고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많은 고민을 했지만 누구나 인생을 한번 사는 거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내가 운동을 해도 성공할지, 실패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 반대로 사업을 하더라도 잘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먼 훗날 지금을 돌아봤을 때 그 때 왜 사업을 하지 않았느냐. 해보고 싶었던 것을 왜 하지 않았느냐’ 라는 생각이 들었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이를 악물고 사업을 시작했고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습니다.
3. 주로 어떤 업무를 하시는가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첫 째로는 배구 운동복을 만듭니다. 각 팀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주문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작업을 통해 유니폼을 제작하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일본 브랜드 미즈노의 신발이나 의류, 서포터, 네트나 안테나 등등 배구 용품을 수입해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타라프렉스라는 바닥재를 이용하여 체육관에 배구 코트를 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중점적으로는 ‘ZATTA 스포츠’라는 스포츠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웨어나 용품을 개발해서 선수들에게 보급 하고 각 팀에서 원하는 옷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제가 배구 선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로 배구 쪽 용품을 취급합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체육관에 타라 플렉스라는 바닥재로 배구 코트를 시공하는 사업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아식스 제품이 배구 시장에서는 90% 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메이커 ‘미즈노’의 배구 용품을 독자적으로 수입 해서 한국 쪽에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4. 선수 생활을 했던 경험이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점이 있나요?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인데 모든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성실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실한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성실성은 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닌데 운동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유혹을 이겨내야 했던 상황들이 이런 성실성을 길러줬다고 생각합니다. 노력도 있고, 오기도 있고, 객기도 있고 선배와의 위계질서도 확실하게 지키고. 운동하는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갖춰야할 좋은
성격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스포츠 선수들은 고집이 너무 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만 조금 조심해준다면 좋을 겁니다.
5. 일을 하면서 즐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보고 주문한 팀이 좋은 반응을 보여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집안이 어려운 어린 선수들에게 배구화도 보내 주고 유니폼도 보내주는데 그런 선수가 성장해서 좋은 선수로 자라나는 것을 보면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욱 더 많은 선수들에게 지원을 해주고 싶습니다.
6. 외국 제품에 비해 국내 스포츠 용품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해결방안을 생각해보셨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스포츠 의류가 됐든 스포츠 용품이 됐든 외국 제품에 비해 한국 제품의 기능과 기술력이 달리진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외국 제품이 무조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내 제품을 사지 않죠. 따라서 국내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국내 제품이 발전 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현재까지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국내 제품의 생산이 중단 혹은 줄어들게 되고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기 때문에 용품의 질은 점점 더 안 좋아지게 될 것입니다. 국내 제품의 품질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뛰어나고 외국제품과 비교해봤을 때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국내 제품을 구입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일단 자타스포츠가 대한민국에서 배구 쪽에 있어서는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국내를 넘어서서 세계적으로도 아식스나 미즈노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배구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내가 배구에게 받았던 은혜를 사업적으로 성공한 후에 다시 배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배구를 사랑하게 되고 참여 했으면 좋겠고 어려운 후배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8. 체육 계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일단은 어학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다시 젊어진다면 세계 여행을 꼭 다니고 싶습니다. 말만 통한다면 체육인들은 성격도 좋고 깡도 있고 붙임성도 좋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서든지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외국과 비즈니스 할 수 있는 실력을 쌓기를 바랍니다.
한국 4천만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하지 말고 세계 60억 인구를 대상으로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필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관심 있는 한 가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서 그 분야에서 만큼은 자신이 최고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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