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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당뇨와 인슐린, 교육과 학습




                                                                                                 글/ 천항욱(배명고등학교 교사)



최근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 중 20, 30대 젊은이들도 당뇨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 당뇨는 한번 발병되면 치유되지 않는 고약한 질병이다. 당뇨란 쉽게 말하자면 혈액에 설탕(혈당)이 잔뜩 녹아 있는 것이다. 이 설탕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결국 모세혈관을 막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당뇨는 인슐린 이상으로 발생한다. 이 인슐린은 혈액에 녹아 있는 혈당을 세포로 이동시켜 혈당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은 인체에 매우 소중한 호르몬이다


당뇨는 일반적으로 1형과 2형으로 구분한다. 1형은 인슐린의 생산에 문제가 있어 반드시 인슐린을 외부로부터 공급해야 하는 경우이고, 2형은 인슐린이 부족하기도 하고 또한 생산된 인슐린이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당뇨환자는 인슐린의 문제를 장기적으로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가능한 한 혈액에 당이 쌓이지 않도록 식품을 선택하고 그 양을 최소한으로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음식물 섭취를 안 할 수는 없으므로 혈액에 당이 쌓이면 즉시 운동을 통해 당을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혈당을 조절하여야 한다.

단기적인 방법으로는 약제를 이용한다. 1형은 인슐린이 생산되지 않음으로 인슐린 자체를 투여한다. 2형에는 크게 두 가지 약제로 구분된다. 하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직접 작용하는 약제이다. 췌장을 쥐어짜냄으로써 부족한 인슐린의 양을 보충한다. 인슐린의 양이 늘어 효과가 좋지만 약제가 췌장에 직접 작용함으로써 췌장은 점점 지쳐만 간다. 다른 하나는 생산되었지만 제 역할을 적절히 수행 못하는 인슐린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조성해주는 약제이다.

2형 당뇨에서 약제의 역할에 대해 공부할 때 필자가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교수법)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교수학습에 있어서 인슐린이란 결국 학생의 학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슐린의 목적은 혈당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학습은 학습으로 인한 변화, 즉 학습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당뇨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약을 보면서 학습에 접근하는 두 가지 관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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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접근을 할 수 있다. 인슐린을 더 많이 생산하게 하는 것처럼 학습의 양을 늘리게 할 수도 있고, 인슐린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처럼 학습의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학습의 질을 제고 할 수도 있다.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은 신체활동의 가치를 강조한다. 즉 학생들이 신체활동의 가치를 학습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학습의 목적이다. 그러나 신체활동의 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라 그것을 가르치기란 만만치 않은 노릇이다. 쉽지 않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는 다시 자신의 수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때 당뇨로부터 얻은 교훈을 되새긴다면 좋겠다.

당뇨에 노출된 환자에게 하나의 약만 처방되지는 않는다. 최초에는 두 가지 약이 처방되고 환자의 변화에 따라서 약을 줄이고, 결국에는 약을 끊고 식이와 운동을 통해 혈당을 조절하게 된다. 학습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고, 학생이 학습을 더욱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사는 학습에 대단히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동시에 학생의 학습의 주체로 학생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장기적으로 학생이 스스로 자신이 학습을 주도하고, 자신의 환경을 조절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 교육의 최종목표일 것이다.

당뇨병은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이다. 그 자체로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은 치명적이다. 학습은 어떠한가? 끝이 있을까? 교육은 인간을 변화시키기 위함이다. 사람이 교육을 통해 변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 자체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변하지 못함, 즉 교육이 부재함은 그 사람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슐린이 잘 분비된다. 아마도 학습하기에 적절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인슐린 분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특별히 학습을 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더 필요한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사는 학습에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탐색하고, 그들이 스스로를 관리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의 학습에 주체적으로 관여하면서 그들의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과, 학습 환경에 막대한 책임을 지는 처방 약과 같은 존재이다. 약이 약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때 사람들은 약을 구입하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교사가 학생의 학습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교사의 수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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