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이제 건강과 비만을 포기하자!


                                                      
                                                                                               글/조남기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TV나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규칙적인 운동에의 참여를 통해 건강 증진이나 비만 해소에 대하여 듣거나 읽는 것은 이제 식상한 일이 되었을 정도이다. 물론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주제 중 건강과 비만의비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겠지만, 그간 그렇게도 많은 방송 프로그램과 신문기사에서 이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운동, 건강, 비만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지에 관한 필자의 의구심이 자극적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 독자의 양해를 먼저 구해야 할 것 같다.

쏟아지는 국내외의 모든 정보가 이미 운동 참여가 주는 건강에의 이득과 비만 해소에의 결정적 기여를 말해 왔는데 또 무슨 정보가 필요할까? 시청률이 방송 여부나 방송 분량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잣대임을 고려할 때, 건강과 비만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이러한 현상을 지속시키는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즉 일반 대중의 정보 부족이 아니라 그들의 관심 지속으로 인한 대중매체의 선택일 것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유복한 가정의 상징이 통통한 체격과 뽀얀 얼굴이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하고 전후 피폐를 겪은 과거 대한민국 사회가 통통하고 하얀 피부를 갖은 소위 말하는 여염집 처녀나 점잖은 도련님을 선호하였다는 사실은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물론 과거 이러한 외모는 부의 때로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건강이나 비만이 사회적 이슈로 떠 오른 계기는 무엇일까? 물론 어느 한 요인이 이러한 현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정적 계기는 비만과 성인병 그리고 만성질환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료계의 홍보라고 생각된다. 물론 잘 발달된 근육과 활동적 삶에 대한 인류의 원초적 이끌림이 건강과 비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확산이라는 현상의 가장 기저에 있지만
, 산업사회로 촉발된 도시적 삶의 확대는 움직여서 느낄 수 있는 희열보다는 움직이지 않아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으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결국 이는 활동적 삶을 대표하는 운동에 대한 양적 질적 부족과 체력저하, 비만, 건강 손실로 이어지게 된 상황에서 의료계의 지적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전 과정의 결과가 바로 소위 체육과가 먹고 살 수 있게 된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시작은 우리 체육과가 아니라 의료계라는 사실이 조금 아쉽긴 하다. 체육인의 의지와 힘으로 이러한 현상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가 펼쳐졌다면 우리 체육인들의 위상이 지금과 같진 않을 텐데...

그런데 앞으론 더군다나 어떻게 해야 하나? 미래 사회에서의 체육에 대한 위상이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악화되지나 않았으면 하는 생존적 바람이 우선이니 말이다. 우리 학생들이 피트니스 센터나 구청에서 저임금을 받기 위해 2년 혹은 4년 동안 체육에 관련된 지식과 실습, 그리고 열정을 키워 온 것은 아닐 텐데... 물론 필자의 이러한 걱정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하찮은 일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체육이나 체육 전공자의 사회적 위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으로 인해 우리들이 하는 봉사나 업무가 다른 전공자들이 다른 영역에서 하는 봉사나 업무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 되고 있음에 대한 지적인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평가라고 하기 보다는 전문성 결여,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육체로 하는 봉사나 업무라는 인식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에 대한 동종업계 종사자의 한숨 섞인 우려이다. 체육 종사자의 혹은 체육 자체의 위상을 달리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은 없을까?


인재 양성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라는 말은 모두가 공감한다. 그리고 그 인재양성의 핵심에는 항상 심동적 영역이나 정의적 영역보다는 인지 영역이 자리매김해 왔다. 그리고 그 인지 영역을 대변하는 우리시대의 단어는 ‘창의성’이다.

과거 공기업이나 사기업의 직원들에 대한 복지제도는 회사에 대한 충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 목적의 ‘동기유발’ 차원에서 다루어져 왔다. 즉 ‘회사에서 직원들과 직원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에 직간접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니 열심히 일하세요!’에 대한 결과물이 복지라고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복지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 방식이 달라지고 있단다. 동기유발의 목적뿐만 아니라 창의성으로 대변되는 생산성 향상에 직원들의 복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들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적극적 신체활동이 포함된 레저 활동의 장려가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왜? 적극적 신체활동이 포함된 레저 또는 스포츠 활동이 창의성 향상의 기저에 있다고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중등단계에 까지 파급되진 않았지만 초등단계의 학습자들에게 체육 과외가 활성화되고 있음은 이러한 믿음의 실천이지 않을까? 물론 레저나 스포츠 참여를 통한 정의 영역의 발전적 변화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은 최근 발달한 신경과학에 기인한다. 그리고 우리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신경과학적 접근이 가져다 준 결과는 상상외로 거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기고의 주제처럼 필자가 주장하는 것이 실제로 체육 영역에서 건강과 비만에 대한 주제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님은 독자 여러분도 아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이제는 체육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인지나 정의 영역에서의 혜택에 대한 적극적 연구, 교육, 홍보가 이루어져야 할 때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기회도 놓치게 되면 체육의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게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어두워 질 것 같다. 반가운 사실은 체육계 내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둡지만 그래서 마음이 밝아진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