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을환(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코칭 대학원 석사)
□ 박지성도 이제 노장이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나이는 올 해(2011)로 서른 살이다. 1981년생인 그가 4년 후에 은퇴를 고려한다고 하면 아쉬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그는 벌써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이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의 축구선수로써의 생명이 그리 오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스스로 언론을 통해서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미 두 차례의 무릎수술을 받았고, 지속적인 통증과 부상의 위험은 언제나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실제로 이번 맨유와의 재계약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그의 무릎부상 재발로, 그의 무릎이 언제 까지 버텨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앞으로 길어봐야 3~4년이라고 한다. 박지성, 그는 지금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다시 맨유와 재계약을 하게 된다면, 맨유에서 그의 선수생활을 끝내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올 초에 그의 국가대표 은퇴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라면 머지않아 그의 축구선수로써의 은퇴는 맨유에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박지성은 더 달려야만 한다.
그의 심장은 아직도 뛰고 있다.
<사진출처: 스포츠조선-국가대표 은퇴경기를 마치고 후배들의 행가래를 받는 박지성>
박지성! 그는 누구인가? 소속팀에서의 수차례의 우승은 제쳐두더라도,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그리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까지 총 세 번의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했던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선수가 아닌가? 하지만 그 만큼 많은 경력을 가졌다는 것은 그가 이제는 노장선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실제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그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황선홍(43)은 포항스틸러스 감독이 되었고, 홍명보(42)는 올림픽 국가대표감독이 되었고, 최용수(38)는 서울F.C 감독이 되었고, 유상철(40)은 가장 최근에 대전 시티즌 감독이 되었다. 물론 이 선수들은 박지성 보다 먼저 축구화를 신었고, 그가 축구에서의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 전 부터 대한민국 축구를 짊어졌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걸었던 길을 보면서 박지성의 길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지성의 은퇴 후의 활약 역시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 하겠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 과연 박지성이 은퇴를 고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 때문일까? 체력의 한계 때문일까? 앞서 말한 무릎부상의 재발 때문일까? 일단 박지성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른 체력의 저하보다는 무릎부상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실제로 그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라이언 긱스(38)는 박지성 보다 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박지성의 체력은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라고 불리 울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박지성 역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축구선수들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체력관리는 가장 큰 관심사 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수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러한 체력저하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실제로 노장선수들이 체력저하를 겪으면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과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우선 운동선수들의 체력관리는 끊임없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며, 철저한 자기관리라고 할 수 있다. 몸에 나쁜 술과 담배와 같은 것은 멀리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철저히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하며,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신만의 체력훈련비법도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선수의 조건이나 능력을 꼽을 때 주로 네 가지를 말하는데, 그 중 첫 번째로는 앞서 말한 체력이고, 두 번째는 기술, 세 번째는 전술, 그리고 마지막이 심리라고 한다.
□ 체력의 한계는 기술과 전술로 승부하라.
체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저하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이치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롱런할 수 있는지가 판가름이 난다. 그런데, 롱런하는 선수들이 특히 중점을 두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체력훈련이다. 모든 선수들이 당연히 하는 것이 체력훈련이라고 하겠지만, 노장선수들이 특히 중점을 두고 하는 것이 또한 체력훈련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두 번째가 기술인데, 무슨 기술 하면 금방 떠오르는 선수가 있을 정도로 탁월한 기술력의 대명사가 되지 않고서는 양육강식의 스포츠계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선수만이 가진 전매특허의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훌륭한 선수가 되지 못하는 다는 것이 지론이다.
지난 농구챔프전에서 KCC 허재(46) 감독이 자신이 만약 당장 현역으로 뛰어도 20점은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했는데, 이는 그를 롱런하게 만든 것이 물론 강한 체력도 있었지만 이와 함께 그의 뛰어난 농구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전술인데, 이 역시 노장선수들이 가진 장점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전술은 이해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한 평가나 다름없다. 팀의 전술을 이해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분히 할 때 그 선수와 함께 팀은 빛나게 된다. 이러한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팀에 대한 공헌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는 체력에 있어서도 뛰어나지만 멀티플레이어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개인기를 발휘하는 선수가 같은 포지션에 들어와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리적인 부분인데, 이는 다음 단락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심리전을 펼칠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노장선수들은 체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 기술과 전술의 힘을 빌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장선수들이 가진 강점은 바로 심리라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심리전을 펼칠 뿐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축구경기가 90분이라고 한다면 그 시간 동안에 선수는 끊임없이 심리전을 펼친다. 우선 상대편을 속이기 위한 동작에서부터 시작해서 같은 편에게는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어야 하고, 심판에게는 유리한 판정을 받기 위한 어필을 하는 등, 매 순간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심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상대의 심리전에 말려 패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때 선수들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당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심리전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러한 심리전에서 왜 노장선수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느냐 하는 것이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노장선수들은 바로 이 심리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야구의 두 영웅인 박찬호(38)와 이승엽(35), 이제는 노장이 되었다.-사진출처: my daily>「선수가 시합에서 이기려면 단호하면서도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하며, 세밀하면서도 완벽주의자가 되지 말아야 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지나치게 애를 써서도 안된다. 선수는 높은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조심성이 있어야 하며, 자신을 통제해야 하지만 본능적인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하며, 집중해야 할 초점을 알되 고정화되지 않아야 하고, 이완은 하되 긴장은 풀지 말아야 한다. 얼마나 아이러니컬하고 역설적인가?」(국가대표,p.36)
바로 이것이다. 위에서 말하는 심리전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노장선수들이다.
물론 모든 노장선수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장선수들이 유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정말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노장선수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저 경지를 자유자제로 넘나들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 바로 자신만의 심리전술로 똘똘 무장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노장선수가 저렇게 한다는 것은 전혀 아이러니컬하지도 절대 역설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 노장은 선택하고 집중한다.
노장선수들은 선택과 집중을 잘 한다. 아니 할 수밖에 없고, 또 해야만 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박지성이 국가대표에서 은퇴를 하고 자신의 소속팀에서 마지막 남은 선수생활을 계속 하기를 원하는 것도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선수로써의 생명기간이 있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시작해서 최고의 기량을 보일 때 까지는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 이후에는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까? 최고의 기량을 계속 유지하면 좋겠지만, 정점을 찍었으면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기간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다. 어떻게 자기관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선수생명이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노장선수들은 앞서 말했듯이 심리전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체력적인 부담으로 인해서 오랜 시간 동안 경기에 임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노련한 야구선수가 중요한 시기에 등판을 해서 1이닝을 확실하게 책임지는 것이 바로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은 박지성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까지 뛰어주기를 바란다. 2014년이면 박지성은 서른세 살이 되는데, 필자 역시 박지성이 다시 국가대표가 되어서 노장선수로써 후배들에게 큰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원한다. 실제로 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지성이 경기에 나선다면 함께 뛰는 선수들에게 주는 상징적인 의미나 심리적인 영향 또한 상당할 것이다. 만약 선발로 나서지 못한다면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조커로 등장해서 분위기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역할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그가 소속팀에 집중하기를 선택함으로써 물거품이 되었다. 그는 과감하게 국가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노장 박지성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 참고자료
1. 국가대표, 김병현 (다음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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