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공개 폴더/스포츠시설/서비스

수영+헬스+댄스 월5만원의 숨은 뜻

                                                                                                         글 / 김재영 (커브스코리아 대표)


웰빙의 시대인건 모두가 아는 사실!
자신의 주관적 가치만족을 최대의 덕목으로 삼는 이른바 ‘가치소비’ 풍조는,
삶의 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강관련 산업의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건강을 위한 식품이나 체육활동 참여에 대한 소비는
소비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점차 증가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07 체육백서를 살펴보면, 국민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무려 71.4%나 되며 이 중 상업 스포츠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은 2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체육과학연구원은 2006년 우리나라의 참여스포츠는 세계 10위권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쯤 되면 생활스포츠 관련 스포츠시설 운영업은  유망산업이고 생활체육분야의 직업은
떠오르는 유망 직종이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8년 4월, 고급화-대형화 상업스포츠 시설의 상징인 ‘캘리포니아 와우 휘트니스 센터’가
고가의 가입비를 받고 갑자기 문을 닫아 4만 5천여 명의 회원에게 피해를 입히는 물의를 일으켰고,
올해 초에는 롯데그룹에서 운영하는 ‘롯데월드 휘트니스 클럽’이
지속적인 매출액 감소를 이유로 문을 닫았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상업스포츠시설도 장기간의 선납 회원권을 판매하고 하루아침에
야반도주 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업스포츠시설 사업자의 영업중단 등으로 인한 피해가
2006년 5.4%에서 2007년 6.9%, 2008년 9.5%로 집계되었을 정도이다.
이러한 경영악화는 민간스포츠시설은 물론,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종합스포츠시설 까지도 적자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도 생활체육관련 스포츠시설 운영업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여 미래상황을 예측-대응하지 못한 점
을 뽑고 싶다.

상업스포츠시설은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공스포츠시설부터 민간스포츠시설,
아파트 단지 내 입주민 시설 등 상업스포츠시설을 이용하려는 한 사람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매우 많다.
소비자는 프로그램의 종류, 운영형태, 규모, 가격 등 다양한 대안 중 자신의 구미에 맞는 시설을 선택하여
소비행위를 하게 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스포츠시설 운영업이란 말 그대로 시설 기반의 사업이라는 점이다.
경쟁자와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다양화 하고 운동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러한 시설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인력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경쟁업체와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민간스포츠 시설이 쉽게 선택하는 방안은
가격전략이다. 그것도 일단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3개월 10만원’, ‘수영+헬스+댄스 월 5만원’ 등의 홍보물이 그 산물이다.

스포츠 시설운영업은 고정지출 비용이 높은 사업이다.
시설을 유지-관리하는데 드는 비용과, 인건비, 임대료 등의 지출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다른 특별한 대안 없이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저가전략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육관련 전공자들에게도 생활체육 관련 직종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체육 분야의 전문 인력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관련 종목의 전문성과 서비스마인드, 운동생리학 지식이라고 답한다면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산업전반에 대한 구조와 흐름을 파악하고 외부환경에 대한 시장상황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는 안목이 필요
하다.

그리고 미래환경 변화를 예측하여 대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블루오션전략(2005. 김위찬, 르네마보안)의 사례로 소개된
여성전용 휘트니스 프랜차이즈 커브스의 경우, 수요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공급자는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미국 휘트니스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일반 휘트니스 클럽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중-장년 여성을 타겟으로 한 휘트니스 클럽을 개설하였다. 커브스는 운동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작은 평수에서 운영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임대료를 낮추고, 운영시간도 여성에 맞게 합리화 하여 인건비나 운영관리비 등의 지출을 최소화 하였다.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는 중-장년 여성을 표적시장으로 하되 고정지출비용을 줄여 저가의 회원권을 공급한 커브스는 가맹사업을 통해 전 세계 10,000개가 넘는 클럽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휘트니스 클럽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2007년 진출하여 2년여 기간 동안 50여개의 클럽이 개설될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생활체육시장에서 시장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또 하나의 사례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홈 트레이닝이다. 철저하게 소비자의 개인화에 맞추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트레이너가 찾아가는 방문서비스 시스템이다.
개인 트레이너가 부유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입소문을 통해 활동하던 것이
최근에는 홈 트레이닝 전문 업체가 생겨나면서 스포츠시설에 등록할 시간이 없지만
바쁜 시간을 할애해 운동을 하려는 대중에게까지 확대되었다.
홈 트레이닝의 향후 행보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장수요를 파악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시장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듯이 생활체육 시장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생활체육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은 단순히 운동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역할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생활체육 관련 시장은 경제여건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며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닌 지속적인 소비자 욕구파악과 사업구조의 개선이
불가피하다.

생활체육 관련 인력의 현장 경험과 더불어 산업구조의 이해,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진다면 타겟 시장을 중장년 여성으로 바꿔
대성공을 거둔 커브스처럼 돌파구를 발견하는 핵심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