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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이 골프 대중화를 가로막는다?

                                                                                        글 / 이도희 (분당골프 골프사업팀 차장)



골프를 치는 이라면 답답한 도심을 떠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드넓은 페어웨이에서 여유 있게 라운딩을 즐기는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면(裏面)에는 로비의 온상으로 시작해서
위화감 조성, 환경 파괴까지 골프만큼 우리나라에서 말이 많은 운동도 거의 없을 것이다.

 
박세리 선수가 1998년 미 LPGA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라는 종목이
국내 매스컴에 수시로 등장하게 되면서 골프라는 운동은 국민들에게
점점 친숙해지게 되었다.

내장객 규모만 봐도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1983년도
약 100만 명 규모의 내장객수가 IMF시절인 1998년만 빼고 점차 증가하여 2008년에는
약 1천7백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니, 어쩌면 그들(?)만의 운동으로 시작되었던
골프는 박세리 선수 이전 시대부터 차츰 규모의 범위를 넓혀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회원사 외에 18홀 미만의 군소 골프장 내장객까지 합하면
약 2천3백만 명으로 추정).

하지만 과연 현재의 골프 산업이 내장객의 규모와 다르게 제대로 대중화의 길을
가고 있는지 한번 돌이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의
실태
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회원제 골프장과 퍼블릭 골프장의 차이

우리나라의 골프장은 운영형태에 따라 회원제(예탁금제)와 퍼블릭으로 나눌 수 있다.
말 그대로 회원제는 일정액의 입회금을 골프장에 납부하고 회원으로서 대우를 받으며
골프장을 이용하는 형태의 골프장을 말하고, 퍼블릭은 회원, 비회원의 구별을 두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을 말한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대중 골프장이 많이 늘어나야 하지만 실정은 회원제 골프장이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

 
우선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모집
시기는 전체 공정률의 30%를 넘으면 회원모집을 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다.
이는 한편으론 공정률이 30%만 넘으면 그 다음부턴 남(회원)의 돈으로 골프장
공사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오픈하고 난 다음에는 그린피가
비싼 비회원의 입장을 오히려 반긴다고 한다. 항간에는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들 돈으로 건설하고 비회원 그린피로 운영한다’라는 말이 떠돌 정도니,
대부분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으로 승인을 얻는 게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은 공사 중 규제사항이나 향후 세금의 혜택은 있을 지라도
초기 자본이 없으면 섣불리 진입을 못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골프장은 건설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초기 자본에 많은 부담이 든다. 그래서
일부 골프장은 퍼블릭으로 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면서도 투자자 또는 주주 형식으로
회원을 모집해 편법으로 공사대금을 충당하면서 골프장을 건설하고, 나중에는
세금의 혜택까지 받고 있다. 이렇게 퍼블릭 골프장도 최고급을 지향하고 회원을
모집해 회원제와 같이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다 보니 결국 그 비용부담은 자연히
일반 이용자에게 부가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회원제와 퍼블릭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요건만
충족되면 회원제로 승인받아 회원모집을 해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회원제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고액의 입회금이 없는 평범한
골퍼들에게는 정규홀에서의 라운딩의 기회가 적을 뿐더러, 라운딩을 한다 해도
높은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골프는 과연 고급 스포츠로밖에 갈 수 없나?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최상류층의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골프장이 생긴 것도
우리나라를 드나들던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이용을 위해 건설하였고 내국인들은
출입조차 못하게 하고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이 차츰 내국인들로
옮겨져 일부 상류층들이 자신들의 친목도모와 운동을 위해 시작한 것이 골프이다.
지금은 우리들에게 많이 친숙해져 있지만 아직까지 쉽게 다가가기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팽배한건 사실이다. 이런 인식이 계속 이어져
가는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골프장 광고만 봐도 어느 정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평상 시 신문을 보다보면 골프장 분양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광고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열이면 열 모두 ‘고급’과 ‘명문’을 상기시킨다.
본인도 몇몇 골프장의 분양 대행 업무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지만, 일단 모두 최고급이라는
이미지는 기본이고 그 다음 회원대우, 접근성 등의 혜택을 제시한다. 그리고 최고의
VIP만을 모집한다고 말한다. 고급스런 이미지가 회원권 분양에 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고급, 명문이라는 것만 제시하다보니 골프는 상류층만 하는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포지셔닝되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입회금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십 수 억이 되는 곳도 있으니, 그런
광고나 기사를 접했을 때 드는 위화감은 적지 않다. 이렇게 국내의 골프장이
무조건 최상류, 최고급만 지향하고 있는 현상이 골프의 대중화를 막고 있는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본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5년 안에 우리나라 골프장 산업에 공급과잉이 다가올 거라고
추측하고 있고 이웃 나라 일본도 10년 전에 이미 골프장 연쇄부도 대란을 경험하였다.
우리나라도 점차 골프장수가 늘어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골프장들은 문턱을 낮출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제 골프장 업계도 블루오션 영역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왔다.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고급이라는 이미지 한 방향으로만 가지 말고
점차 문턱을 낮춰 대상 고객을 넓혀야 한다고 본다. 분명 골퍼들 중에는 상류층뿐만
아니라 골프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골프장 건설비용부터
세금 등 많은 제도적 제약이 있지만 모두다 같이 노력한다면 골프의 진정한 대중화는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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