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대호 (안산도시공사 홍보과장)
최근 야구계에 돔구장 논란이 거세다. 야구인 모두의 숙원인 돔구장 건립이
가시화됐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돔구장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서울 부산을 제외한 도시에는 돔구장 같은 시설이 필요 없다는 논리를 편다.
막대한 건설비용 뿐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운영자금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대로 돔구장이야말로 한국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돔구장을 통해 야구발전은 물론 해당 지자체의 브랜드 강화와 관광산업으로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한국에 돔구장은 들어서야 한다.
굳이 서울이나 부산이 아니어도 돔구장은 많을수록 좋다. ‘돔구장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돔구장은 스포츠 시설이 아니라 복지시설이다’란데서 찾을 수 있다.
돔구장에서 야구가 열리는 날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년에 100일이 채 안 된다.
나머지 260일 이상은 다른 방편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놀이공원, 편의시설,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돔구장은 야구장 외에 저 마다의 독특한 용도로 팬들을 찾아가고 있다.
도쿄돔은 일명 ‘도쿄시티’로 불릴 정도에 그 안에 온갖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 마디로 도쿄의 관광자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후쿠오카돔은 지붕개폐와 레이저쇼로 팬들을 시선을 사로잡는다.
삿포로돔은 전망대가 볼거리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전 스카이돔)는
야구장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31층짜리 호텔이 명물이다.
각 지자체에서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는 까닭은 시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다. 돔구장을 통해서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와 수준 높은 문화 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
1988년 도쿄돔의 개막행사는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세계헤비급 복싱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의
타이틀 방어전이었고,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돔구장인 미국 풋볼리그(NFL)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카우보이스스타디움 개막행사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공연이었다.
한국에 돔구장이 들어서면 그 동안 마음이 있어도 시설이 없어 유치하지 못했던 굵직한 대형 공연이나
체육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돔구장은 문화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우리 국민 모두의 자부심이자 자산인 셈이다.
야구적인 측면에서도 당연히 엄청난 부가가치를 누린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4계절이 뚜렷하다. 누구나 알듯이 야구는 어깨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야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름철 스포츠다. 불행히도 한국에서 야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간은 엄밀히 따져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은 돔구장이 사라지는 추세이고,
일본은 우리보다 비가 많이 와 돔구장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한국엔 돔구장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고 덧붙인다.
또한 인조잔디를 이유로 돔구장 무용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야 말로 돔구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나라다. 우리나라엔 프로야구가 한창 열기를 더해가는 7월 한 달 간
집중호우가 내린다. 대부분의 팀이 7월에만 10경기 가까이 비 때문에 치르지 못한다.
대구, 광주, 대전, 목동 등 4개 구장은 옥외구장인데도 인조잔디를 깔아놓고 있다.
천연잔디로는 우리나라 계절상 특징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를 소화할 수 없어서다.
KBO에서는 팬 증가를 위해 경기 수를 늘이고 싶지만 우리나라 기후 형편상 언감생심이다.
한국은 팀 당 한 시즌에 133경기, 일본은 144경기, 미국은 162경기를 치른다.
돔구장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KBO는 가장 먼저 경기 수 늘이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경기 수가 늘어나면 입장관객이 많아지는 것 뿐 아니라 선수들의 각종 개인기록이 상향 조정된다.
다시 말해 프로야구의 내, 외형적 수준이 동시에 올라가는 것이다.
돔구장이 들어서면 안락한 환경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팬은 물론이고 KBO와 선수, 구단도
이득을 얻게 된다. 야구가 문을 닫아야 하거나 시린 손을 감싼 채 관전해야 하는 2,3,10,11월 등
4개월 동안 최적의 조건에서 야구를 펼칠 수 있다. 이 기간 국내경기를 할 수 있고,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 당장 대만에서 내년 11월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이 참가하는 아시아시리즈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국은 기후 여건상 돔구장 없인 국제대회를 엄두도 낼 수 없다.
돔구장이 가져올 각종 인프라 수입도 옥외구장과는 비교가 안 된다.
돔구장은 이를 사용하는 홈 구단과 구장의 가치를 동반 상승시켜
각종 부대수입(광고료와 중계권료 등)을 증가시키고, 팬의 소비를 촉진시킨다.
경기장 시설이 프로구단의 브랜드가치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란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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