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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마케팅

스포츠마케팅과 기업 프로모션의 오월동주(吳越同舟)

                                                                                            글/서원((주) 이노션 스포츠마케팅팀)

해묵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마케팅의 미래 역군들 역시 앞으로도 얼마가 될 지 모르는 시간을 싸워야 할 지도 모르는 난제다. 10여 년 간 유수 기업들과 단체들의 스포츠마케팅을 대행해 온 필자의 고민을 여러분들에게 물어보고자 한다.

제일기획 스포츠사업팀에 입사한 2001년 초… 당시 필자는 광고AE(Account Executive) 직군으로 입사하였지만, 교육 기간 중 스포츠사업팀장의 업무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향후의 잠재력과 본인의 전문성을 동시에 배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판단하여 과감히 스포츠사업팀에 지원하여 배정받았다. 실무부서 배정을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선배의 손에 이끌려 해당 층으로 발을 옮기던 중. 유난히도 크게 보이던 6글자. ‘프로모션 본부’… 당시 프로모션본부에는 스포츠사업팀을 필두로 이벤트팀, CR팀 (인쇄/디자인), PR팀, 스페이스사업팀(전시사업 중심) 등 6개 팀이 소속되어 있었다.

(통상적으로 광고회사는 업무성격이 유사한 팀으로 본부를 결성하여 운영한다. 광고 / 제작 /  매체 / 마케팅 / 온라인 등 광고주에 대하여 종합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다수의 전문 영역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돌아간다.)

인하우스 에이전시의 특성 상 ‘삼성’ 측의 스포츠마케팅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스포츠단체와의 협상, 계약, 후원금 송수금 관리, 미디어모니터링, 소비자조사, 디자인 개발 그리고 온사이트프로모션까지 스포츠사업팀에서 모두 담당하여 진행하였다. 여기서 의문점이 들 것이다. ‘한 팀에서 그 걸 다할 수 있는가? 본부 내에 전문팀이 존재하지 않는가?’ 가 그것이 될 것이다.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하자면, 그 시스템이 더욱 효과적인 이유는 ‘전문성’과 ‘네트워크’ 라 하고 싶다. 재미있는 사실로 빗대어 보겠다. F1 자동차 (머신)의 타이어에 홈이 몇 개가 파여져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러니컬하게도 F1 머신의 타이어에는 홈이 단 한 개도 없다.(물론 비가 오지 않는 경우로 한정한다.) 


 

                <사진 1 : F1 머신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민무늬 타이어 (슬릭타이어)를 쓴다>


아무리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해도 위와 같은 전문성과 통찰력이 부족하다면, 그는 더 이상 업계에서 필요가치가 없다. 즉, 아무리 분화된 전문 조직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다양하고 세밀한 스포츠의 특성을 살리고 다른 마케팅 영역과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최상부에 스포츠마케팅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상부에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존재하고 그들이 필요영역의 전문가를 발굴, 교육 및 육성하여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완결형 스포츠마케팅 조직’ 이다. 현재 완결형 스포츠 마케팅 조직을 가진 국내 기업은 5개를 넘지 못한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겠다.

국내 스포츠 시장 환경 상, 기업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리그 뿐만 아니라 프로, 아마 할 것 없이 자생적 재무구조를 보유한 곳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스포츠 후원을 하고 있다.) ‘스포츠’ 역시 상품 판촉에 집중하여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로야구를 제외한 모든 종목은(단체장이 기업인이 아닌 다음에야)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없다.

실례로 지난 베이징 올림픽 시 국가대표 핸드볼 대표팀 후원에 참여한 한 대형유통업체 ‘A’ 사는 1988년도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구기종목 사상 첫 금메달 획득이라는 거룩한 역사적 사실을 ‘20년 전 가격으로 신선제품을 판매합니다.’ 라는 기가 막힌(?) 판촉 문구와 연결하여 1년 내내 활용하였지만 2009년이 되자 재계약을 포기하였다. 국민감정을 자극한 억울한 오심 사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동메달 투혼도, 그들에게는 더 이상의 매력이 없는, 철 지난 ‘판촉소재’로 평가 받았던 것이다. 


 

                                         <사진 2 :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4강전 장면>


이러한 견지에서 소위 이벤트, 프로모션이라 부르는 좀 더 판촉에 가까운 업무 영역들이 스포츠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물론 해마다 부여되는 판매 목표는 기업 담당자에게 무거운 짐이다. 그들의 승진과 연봉과도 직결되는 부분이고, 탑 라인의 자리이동에 따라 내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소한 실적을 까먹지는 말자.’ 라는 현실적인 고민도 충분히 이해된다. 4년 마다 한번씩 길거리로 뛰쳐나오는 대기업, 매복 마케팅(Ambush), 그리고 역사적 기록의 차용을 서슴지 않는 기업 풍토도 이러한 스트레스가 일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3: 역사적인 K리그 9,000호 골은 ‘바람의 여신골’이 되어버렸다>


물론 감각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프로모션, 이벤트는 스포츠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포츠는 열기와 미관만으로는 존속할 수 없다. 나아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5일 장터의 서커스단이 아니라, 5일 장터가 갖는 콘텐츠와 본연의 기능성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의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설명드릴 6개의 화제에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릴 부분이긴 하지만) 가장 필요한 부분은 Property Holder 측에서 마케팅적 매력을 지닌 상품이 기획되어 제시되어야 한다. 비단 리그/ 팀의 겉모습 뿐만 아니라 해당 종목의 팬이 어떻게 기업 소비자로 연결될 수 있는지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이 ‘자, 우리는 방송을 몇 번 해줄 것이고… 광고판도 많이 붙여 줄거고…하니 돈 내시오’ 한다면 프로모션-이벤트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기업 담당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 스포츠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지?’에 있다. 고객의 고민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미래는 불투명하다.

필자는 스포츠마케팅을 한다는 사실에 매우 큰 자부심을 느낀다. 때로는 지인들 조차 익숙치 않아 한참을 설명해야 하는 세계이지만 해당 종목과 팀이 커가는 모습과 국민들의 여가 선용에 기여를 해나가는 부분에 마약 같은 중독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시대의 논리 (이벤트의 득세)로 인하여 업계의 거장이 퇴장하고, 이 분야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으며 , 때로는 판촉을 위한 전사(戰士)로 변질되는 모습에 많은 아쉬움과 아울러 책임도 느끼고 있다.

이제부터 <스포츠둥지>의 여러분들과 답을 만들어 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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