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가 한 풀 꺾이고, 이제는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다. 성큼 다가온 시원한 가을 바람이 청아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없는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가을 바람에 시린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나 같은 솔로에게는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어쨌든 사랑하기에 좋은 계절, 가을이다. 그리고 또한 운동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오늘은 사랑하기에 좋은 계절’ 가을을 맞아서 가슴 따뜻한 러브 스토리를 준비했다.
스포츠는 보는 이에게 무한한 감동을 준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내며 신체를 극한까지 단련시키고, 수 없이 많은 연습과 경험을 통해 숨 막힐 듯한 긴장된 상황 속에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우린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격렬한 경기 장면 뒤에 숨겨진 인간 냄새 물씬 풍기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 또한 크다. 특히나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스포츠 스타들의 알콩 달콩한 사랑 이야기는 더욱 그러하다. 냉혹하고 혹독한 스포츠 세계에서 피어난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올림픽 결승 경기보다 몇 배는 더 짜릿한 감동을 주는 그들의 사랑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 미국의 사격선수 ‘매튜’와 체코의 사격선수 ‘카트리나’ 커플
베이징 올림픽 공기 소총 10m 본선. 32발까지 쏘고 8발을 남겨 놓은 체코의 ‘카트리나’ 선수가 갑자기 총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뒤 편 관계자 석으로 걸어가서 그 곳에 앉은 ‘매튜’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눴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0여분. 매튜와 대화를 마친 카트리나는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다시 사대로 돌아왔다. 침착하게 총을 다시 잡은 그녀는 남은 8발을 모두 10점에 명중 시키며 400점 만점으로 본선 세계 신기록을 갱신했다. 사랑의 힘일까? 본선 만점의 상승세를 탄 카트리나는 결승전에서 503.5점을 기록해 2위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 후 다시 한번 많은 관중 앞에서 열정의 키스를 나눈 두 사람.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부터 시작 됐다. 당시 매튜는 50m 소총 복사 금메달을 따고, 50m 소총3자세에서 2관왕에 도전했다. 매튜는 9번째 샷까지 1위를 달리고 있다가 마지막 한 발을 자신의 과녁이 아닌 옆 선수의 과녁을 맞히는 어이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1위에서 꼴지로 떨어진 매튜는 결국 금메달을 놓쳤고 세상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놀렸다. 그러나 단 한사람, 당시에 그 경기 해설을 맡고 있던 카트리나는 상처를 받은 매튜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그를 위로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결혼에 골인했다.
둘 사이에 더욱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하나 더 남았으니...
4년 후 베이징 올림픽. 남자 50m 소총 복사에서 은메달을 딴 매튜는 4년 전의 악몽을 씻기 위하여 50m 소총3자세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다. 9번째 샷까지 단 2발만을 제외하고 전부 1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던 매튜는... 마지막 10번째 샷에서 4.4의 점수를 기록하며 4위로 추락하게 된다. 4년 전의 악몽이 다시 한번 재현된 것이다. 이 둘의 사랑을 신이 질투라도 한 것일까?
경기가 끝나고 상심에 빠져 있는 매튜에게 다가간 카트리나.
카트리나는 매튜에게 “4.4를 쏘고도 4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라며 그를 위로했고, 매튜 역시 우승자에게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의 인사와 포옹을 전했다고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들의 사랑 이야기. 2004년에도, 2008년에도 매튜는 최악의 미스샷을 했다. 그렇지만 그 미스샷이 인생 최고의 나이스 샷이었던 것이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 - 한국 탁구 선수 ‘안재형’과 중국 탁구 선수 ‘자오즈민’의 사랑
스포츠 스타 커플로 안재형과 자오즈민 커플을 빼 놓을 수 없다.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모두 뛰어난 기량을 가진 탁구 선수 였다.
자오즈민은 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여자단식 금메달, 87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선 여자단체전 금메달, 88년 서울올림픽에선 여자단식 동메달과 여자복식 은메달 등 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 뿐만 아니라 외모 또한 중국 최고 미녀 스포츠 스타로 이름이 높았다. 안재형도 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것에 이어 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혼합복식 동메달, 88년 서울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을 거머쥐며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들은 84년 파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났는데, 당시는 냉전이 끝나지 않았던 시대였고 한국과 중국이 미수교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타는 사랑을 그 누가 막으리오? 자오즈민 에게 첫 눈에 반한 안재형은 서툰 중국어 시 한 편을 지어주며 사랑을 고백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국제대회에서 만날 때마다 편지를 주고받는 등 사랑을 키워갔다. 그렇게 어려운 사랑을 키워가던 두 사람은 이념 갈등의 극복과 동서화해를 모토로 내세운 88올림픽 이 후 그들의 사랑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결국 안재형 자오즈민 커플은 1989년 10월 스웨덴에서 결혼에 골인했다.
현재 안재형 자오즈민 부부는 골프선수인 아들 안병훈과 함께 미국에 거주 중이다.
’사랑은 깊고 열정적으로 하라.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삶을 위한 지침’ 이라는 시에 나오는 글귀이다. 사랑만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삶에서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황폐한 삶이 될까? 이 가슴 따뜻한 두 커플의 이야기가 당신의 가슴 속에 오랜 메아리로 남게 되길 바란다. 또한 나를 비롯한 많은 솔로들의 시린 옆구리를 따뜻하게 데워 줄 ‘핫팩’ 같은 이야기가 되어주길 바란다.
스포츠는 아름답다. 그리고, 사랑이 더해진 스포츠는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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