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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시즌 전에 꼭 해야 하는 의학적 신체검사

                                                                  글 / 오재근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건강복지학부 교수)

본격적인 운동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선수의 신체에 대한 이상 유무를 검사하고 의사의 소견서와 함께 협회에 제출한 다음 경기에 참가하게 하는 것을 '경기참가전 신체검사(preparticipation physical examination)'라 하는데,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법적인 제도화는 물론 의사들의 분과학회나 경기가맹단체 또는 대학마다 더 정확하고 적절한 검사항목을 정하기 위해 각각의 양식과 방법을 정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프로 축구 선수가 경기도중 갑자기 쓰러져 급사했다는 보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경기 중 사망하는 축구선수에 대한 기사를 가끔 접하게 된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왜 건강하기 위해서 하는 운동 중에 사망하게 되는지 혹은 과연 이런 상황을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운동선수들 또한 나는 왜 운동만 하면 아플까 또는 시합만 앞두면 다칠까 라고 한번쯤은 걱정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사전에 검사하여 경기 참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말하자면 경기참가전 신체검사인 것이다.

일반인들도 예방이 중요한데 하물며 선수들의 경우 평소에 그냥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예방책이 될 수 없다. 그냥 조심하는 것을 소극적 또는 수비적 예방이라고 한다면 검사를 통해 신체의 결점을 찾아내어 보완하는 것은 적극적 또는 공격적 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운동선수들은 시즌 전 한 달 전쯤에 신체검사를 통해 경기 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신체의 이상이나 결함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더욱이 신체검사에서 발견되는 선수들의 부상은 시즌보다는 시즌 전이나 전지훈련 기간 동안에 실시되는 훈련이나 연습 도중에 발생하는 비율이 더 높다. 왜냐하면 대부분 이 기간은 집중훈련기간이라 하여 고강도 운동이 되기 쉽고 추운 계절적 요인이나 피로의 축적이 운동수행능력 저하와 겹치면서 오히려 더 쉽게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참가전 신체검사에 포함되는 검사항목들을 살펴보면 대개 신체 측정과 의학적 검사, 정형외과적 검사, 눈검사, 치아 검사, 혈액 및 소변 검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고 그리 복잡하지도 않다. 이들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선수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는 심장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85년부터 1995년까지의 기간 동안 시합 중 갑자기 사망한 158명의 운동선수들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심혈관 질환인 것으로 밝혀져 심전도를 필수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보통 운동선수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선수도 선천성 이상이나 후천적 심장질환이 진단을 받아보지 못한 채 숨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과도한 신체활동은 이런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하게 할 수도 있다. 훈련 강도가 높아질수록 심장도 적응하느라 크기도 커지고 박동수의 변화도 생기지만 선수들이 이런 정상적 변화와 선천적이거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심장의 상태를 구별하기란 매우 어렵다.

만일 예전에 한번이라도 심장병의 진단을 받은 적이 있거나 최근 들어 가슴에 통증을 자주 느끼면서 숨이 차고 현기증이나 어지럼증이 있다면 심장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혈액과 소변검사를 하고 가슴사진도 찍어야 하지만 트레이드밀 위에서 심전도자를 달고 뛰면서 심장의 반응과 심폐지구력을 검사하는 운동부하검사를 반드시 받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상이 나타난다면 심장 근육의 두께를 포함한 심장의 구조를 알아보기 위한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 운동 중에 급사할 수 있는 원인에 해당하는 병을 미리 알아낼 수 있다. 경기참가전 신체검사 항목을 다 받을 수 없다면 심장에 대한 검사만이라도 받으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경기참가전 신체검사는 시즌 시작 전에 의사에게 가서 이상이 있는지를 점검해 보라는 말이지만 선수 개인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도 어서 빨리 정기적으로 선수들이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시즌에 참가하는 것이 모든 선수들에게 의무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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