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인체미 오디세이

                                                                                                  글 / 이승건 (서울대학교 강사)


인간의 육체, 즉 인체(human body)에 관한 인류의 관심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루어진 일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은 만물의 척도(πάντων χρημάτων μέτρον ἐστὶν ἄνθρωπος)’라는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그들 삶 속 여기저기 즉 학문, 종교, 예술 등 문화전반에 스며들게 했다. 이와 같은 인간 척도론은 조형예술분야와 신체문화에 있어서도 예외 없이 추구되어, 전자의 경우 이상적 인체의 표현으로 그리고 후자의 경우 올림픽이라는 인체의 제전으로 나타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인체에 대한 관심은 유별났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미네르바 여신의 은총으로 사계절의 온화한 기후를 얻어 일상생활에서도 인체를 드러내는 일이 잦았고, 그럼으로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gymnos)’을 자연스럽게 목격하게 되어, 인간의 벗은 몸에서 이상적인 인체를 발견하려고 애썼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아름다운 인체를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몸의 여기저기를 압박하여 아름다운 형체를 방해하는 옷을 피했다는 점과 각종 운동 경기의 심판관은 어려서부터 아름다운 인체를 보고 자라난, 그리고 그 인체를 아름답게 소묘했던 젊은이들의 눈에 거스르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 신체적으로 완벽한 사람을 선출했었다.



                               비트루비우스에 따른 체자리아노의 ‘정방형의 인간’, 1521년



고대 그리스의 인체에 대한 탐미는 1세기경 카이사르 시대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에 의해서 구현되었다. 그는 원과 사각형에 의한 간단한 기하학적 도형으로써 ‘이상적 인체’(the ideal human body)를 도해하기에 이른다. 그에 따르면, 잘 다듬어진 인간은 두 다리를 벌리고 두 팔을 벌려 정사각형을 만들고, 그 사각형의 꼭짓점을 서로 교차시키면 배꼽에서 만나며, 그 배꼽을 중심으로 사각형의 한 꼭짓점을 반지름으로 하여 원을 돌리면, 사각형에 외접하는 원이 만들어진다고 믿었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원과 사각형의 인체(aner tetragonos)’는 ‘호모 콰드라투스(homo quadratus)’, 즉 ‘정방형의 인간’이라고 불리며 이상적 인체 표현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르네상스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트루비우스의 것에 수정, 보완을 가하면서 그의 장방형의 인간은 비트루비우스의 것보다 더 유명해져 인체미를 논하는 자리라면 항상 언급되는 인체미의 전거로 인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체육활동을 통해 인체를 단련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올림피아 제전은 경기가 열리는 바로 그 지역인 엘리스에서만 10개월 가량 연습기간을 가질 정도로 그리스에서 펼쳐지는 각종 운동경기는 모든 그리스 청소년에게는 인체를 단련시키는 강력한 자극원이었다.

이렇게 하여 인체를 단련시킨 그리스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축제에 아름다운 인체로써 참가하며 기량을 뽐냈었다. 이러한 사실은 올림픽을 관전했던 당대의 유명한 조각가들에 의해 고스란히 작품으로 남겨져 오늘날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고대 5종 경기 중 하나인 창던지기 선수를 이상적인 비례로 표현한 조각품



                                                창을 든 사나이의 8등신 비례 체계


올림픽 경기, 특히 고대 5종 경기(달리기, 넓이뛰기, 원반던지기, 레슬링, 창던지기, 활쏘기)와 관련이 있는 조각상 중에는 기원전 450년경에 폴리클레이토스에 의해 제작된 <창을 든 사나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조각의 미학자 빈켈만의 지적대로 ‘미의 최고의 법칙’으로 손상이 없다. 그가 직접 저술한 『카논』(비례규범)에 따르면, 완벽한 인체조각상은 전체 신체에 있어서 부분과 전체의 관계, 또는 부분과 부분의 관계가 비례적으로 조화로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정지해 있지 않는 움직이는 신체의 장면을 묘사한 조각상임에도 매우 자연스러우며 게다가 머리를 기준으로 하여 전체 신체가 8등분으로 나뉘는, 소위 8등신으로 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배꼽을 중심으로 하반신과 상반신은 황금비율(0.618 : 0.382)로 나뉠 뿐만 아니라, 힘을 주고 있는 한쪽 다리와 힘을 빼고 있는 다른 쪽 다리의 힘의 균형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 머리는 그 움직임을 자유스럽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살짝 기울여져 있고, 다리 또한 엉덩이와 함께 축을 이루며 힘을 분산하고 있기에 옆에서 볼 때 신체의 실루엣은 S자 곡선을 그리는 등 매우 유연한 자세 이른 바,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렇듯 창을 던지는 운동선수를 모델로 하여 제작한 고전기의 대표적인 이 조각상은 벌거벗은 아름다운 인체, 즉 움직이는 신체를 묘사한 누드의 전형으로서 완벽한 수적 질서와 이상적인 인체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이 조각상은 이후 시대의 미술가들이 인체를 묘사함에 있어서 두고두고 참고하는 모범으로서 ‘누드의 카논’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럼으로써 운동선수의 신체단련을 통한 건강한 인간의 신체성의 전형 또한 이 조각상을 통해서 후대에 전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이상적 인체의 카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