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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비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비만’의 문제와 연동되는 사회적 시선)


                                                                                                      글 / 남상우 (충남대학교 박사)


여기 한 남자가 있다. 키가 165cm이고 몸무게가 82kg이다. 대충 상상이 갈 몸인데, 의학적(?) 계산에 따르면 이 사람은 비만이다. 지금 당장 체질량지수(BMI) 계산법으로 계산해보라. 자신의 키(m)를 제곱한 값으로 몸무게를 나누면 나오는 값이 30이상이면 비만이다. 이 남자, 30을 넘는다. 비만이다. 먹는 음식 줄이고, 당장 러닝머신 위를 뛰어야 한다.

만약 거부한다면? 그 사람은 비만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심혈관계질환에서 당뇨의 위험성, 나아가 여러 합병증이 예상된다고 말이다. 비만이 이제는 단순한 몸의 상태를 넘어 ‘질병’으로 승격(?)되었다는 의학적 지식과 더불어, 그러한 경고는 그 사람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의학적으로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된 그는, 개인적인 건강의 고민을 넘어 이제 사회적 시선의 문제까지 염려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너의 몸을 바라봐!

사우나에 자주 간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이 좋아서인데, 가끔 보면 사우나도 재미있는 장소란 느낌이 든다. 특히 탕에 들어가 앉아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몸과 비교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뿜어 나오는 한숨과 더불어 뱃살을 움켜쥐는 제스츄어와 함께 말이다. 바야흐로 사우나는 몸을 ‘반성’하는 장소이자, 내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장소이며, 동시에 이 나이가 되면 다 그런거지 하는 ‘체념’의 장소이기도 하다. 사우나의 사회학!

볼일을 마치고 나온 탈의실 또한 재미있는 공간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장치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전신을 비춰주는 거울에서부터, 자신의 현 몸무게 상태를 “계량화”해주는 체중계, 나아가 자신의 키와 몸무게가 과연 “정상”인가를 판단케 해주는 BMI계산판(?)까지 말이다. 알뛰세르의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를 패러디한 “전방위적 감시장치”에 다름 아니다.



 

비단 사우나 뿐 아니라 이러한 감시장치는 학교에도 구축되어 있고, 나아가 자신의 친구들이 보내는 시선까지도 그러한 검열의 도구로 기능한다. 뚱뚱한 것을 마치 죄악시하는 분위기의 만연. 뚱뚱한 것이 무조건 ‘건강의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주변에서 뚱뚱하고 비만인 것은 사회적 질시의 대상이 된 듯하다.

비만의 사회적 표상: ‘비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나의 경우 키가 180cm에 몸무게가 83kg이다. BMI수치로 따져보면 26쯤 나오면서 경도비만에 해당된다. 하지만 나의 체지방률은 8%로(일반적으로 남성의 경우 10-15%사이면 정상이라 한다), 외관상 전혀 ‘비만스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수치는 나를 ‘경도비만’이라 분류한다. 이 수치가 나의 외모를 배제하고 의학적 판단에 맡겨지면, 나에겐 건강관리에 유념하라는 처방이 내려질 것이다. 먹는 거 하나에도 조심하라는 공포의 조장과 함께 말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과 그것이 변천되어 왔던 과정이 유동적임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아가 비만이라는 ‘현상’이 단지 의학적이고 개인적인 그 무엇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성되었음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비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궁금증.

그래서 물어봤다. “‘비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라고. 그 답이 재미있다. 물론 비만만 물어보지 않고, 비만의 상대적 개념으로서 “‘건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물었다. 어떤 답변이 나왔을까?

먼저 건강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보자면, ‘건강’과 관련된 사회적 이미지는 ‘운동’, ‘날씬함’, ‘계획성’, ‘음식’, 그리고 ‘보기 좋음’로 요약되었다. 이 결과는 결국, 누군가가 “넌 참 건강하게 보인다”라고 당신에게 말했을 때 그 말을 “너는 날씬해서 보기가 좋고, 음식을 절제하여 잘 먹으며 계획적인 삶을 살 뿐 아니라, 운동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해석하여 받아들여도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만’과 관련한 답은 어떻게 나왔을까? 조금 절망적이다. 비만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가를 잘 보여준다. 연구결과는 비만과 관련하여 ‘무절제한 식생활’, ‘뚱뚱함’, ‘위험’ 그리고 ‘무책임함’이란 표상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혹자가 “넌 비만아 같아”라고 말한다면, 이는 “넌 아무런 계획 없이 무책임하고 무절제하게 먹어 뚱뚱하고,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란 의미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뚱뚱해도 비만으로 보고, 그것은 다시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존재로 볼 수 있는 직간접적인 인식의 망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


비만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가지는 여파

뚱뚱한 것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시선의 대상이 되어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오늘날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무책임하다고 인식됨으로 친구관계가 소원해지고, 학교에서 교사에게 ‘저 애는 무식할 수 있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끔 할 수도 있다.

뿐인가? 체육수업에서도 비만아로 인식되는 애들은 ‘운동을 못할 것’이란 낙인과 더불어 또래관계의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비만아들이 그 운동능력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체육활동의 장에서 주변화되고 소수자로 취급되는 현상을 밝혀내기도 했다.

혹자는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다시 “개인적인 것은 사회적인 것이다”라고 비틀어 표현해볼 수 있겠다. 바로 비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단지 개인의 문제로서 받아들여질 몸의 표상이 사회적인 차원에서 그 효과를 파생시키는 것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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