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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탁구협회의 Table Tennis School Demonstration 참가기

             

                                                                                             글 / 이종산 (캐나다 탁구협회 인턴)


캐나다는 아이스하키, 빙상, 스키 등 동계스포츠가 유독 인기가 있는 나라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탁구'라는 종목은 소위 비인기 종목으로 탁구를 치는 사람조차 만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캐나다 탁구협회는 캐나다 탁구 선수 확보를 통해 탁구발전을 도모하고자 'Table Tennis
School Demonstr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캐나다 탁구협회의 요청으로 약
10 여개 학교를 방문하여 탁구시범을 보였다. 이와 관련하여 보고 배웠던 점을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아이스하키” Cool!, “탁구” What?

Pub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LCD TV 화면을 향해 있다. 사람들이 표정 하나하나에 골에 대한
절박함과 주말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고 Pub은 순간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그렇다. 사람들이 시청한 경기는 다름 아닌 아이스하키 경기다. 미국에서
풋볼이 최고 인기 스포츠라면 캐나다는 아이스하키다. 학교에서 한 아이에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무엇인지 물으니 “아이스하키”라고 대답할 정도다. 2위는 스피드스케이팅이란다. 버스
에서, 거리에서, 쇼핑몰에서 아이스하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캐나다
사람들에게 아이스하키는 삶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탁구는 어떨까? 이곳 오타와에 내셔날 탁구센터
가 있고, 캐나다 탁구협회, 세계탁구협회가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캐나다
에서 탁구는 스포츠라기보다 놀이에 더 가깝다.


둘째, 아이들의 흥미는 눈에서 시작된다.

“핑퐁, 핑퐁” 소리에 아이들의 눈이 커지고 랠리의 경쾌한 리듬을 따라 어깨가 들썩인다. 랠리가
끝나자 환호하는 아이들의 눈에서 “흥미”라는 두 글자를 명확히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캐나다 탁구협회에서 시작한 Table Tennis School Demonstration은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탁구를 접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탁구에 흥미를 갖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학교가 팀을
만들고 선수를 육성하는 반면, 여기에서는 학생들이 참여를 결정하고 스스로 팀을 만든다. 탁구에
흥미를 가지는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캐나다 탁구의 미래는 밝아진다.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캐나다 탁구협회에서는 전 국가대표 코치를 학교로 파견하고 아이들이 탁구를 접할 수 있도록
학교에 최소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캐나다 탁구협회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든다.

 

셋째,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캐나다는 철저하게 개인의 의사를 중요시한다. 스포츠에서도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아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학교에서는 Table Tennis Demonstration 등과 같은 기회를 제공하고, 클럽을 만들고 활동하는 것을 아이들이 결정한다. 아이들이 탁구를 배우기 원하면 학교에서는 필요한 물품이나 여건을 조성해준다. 자신이 하고 싶어 참여하는 아이들의 태도는 다르다. 스스로 공부하고, 참여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타의가 아니라 자의에 의한 결정이기 때문에 본인의 결정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의식도 강하다. 한국에서도 희생이나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아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종목은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넷째, 탁구협회 정책의 핵심은 아이들의 밝은 미래다.

캐나다 탁구협회의 정책은 철저히 아이들의 미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정책은 만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희생이 필요한 요구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 없이 도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준다. 그러므로 공부는 필수다. 공부는 않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운동만 죽어라 하는 건가? 체급이 없는 탁구에서는 전체선수의 1~2명만 성공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잊혀 진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엘리트정책은 어른들의 욕심에 의해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금과 같은 정책은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거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아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밝은 미래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도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공부는 선수에게나 지도자에게나 필수다.

답은 없다. 지도자는 아이들에게 조언을 할 뿐이지 정답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왜 그런지 이유를 물으면 논리적으로 답을 해 준다. 예를 들어 라켓을 잡을 때, 왜 검지를 라켓 뒷면에 대각선으로 놓아야 하는지 물어보면, 지도자들은 자세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질문을 한다 해도 지도자들에게 논리적인 답변을 듣기는 어렵다.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지도자들의 교육수준이다. 고학력과 명문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지역 대학원에 등록하고 스스로 책을 찾아 읽으며,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다. 캐나다 체육 지도자들이 무조건 우수한 얘기가 아니라, 한국 지도자들에게 부족한 점을 캐나다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지도자들이 공부를 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머지 않아 중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전에 한국에서도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위한 정책이 시행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요지는 공부 못하는 학생선수는 대회 출전 자체가 금지된다는 것이다. 전직 운동선수 출신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경기력 저하다. 탁구만 봐도 선수층이 너무 얇기 때문에 훈련양이 없으면 외국선수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고 정책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해야 한다. 우수한 초등학교 선수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를 하기 위해 대부분 운동을 그만둔다. 부모들이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 정책의 모순을 모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수한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 두는 데는 부모님들의 결정이 크게 작용한다. 스포츠 정책이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선수이탈 현상은 막을 수 없다.

지금까지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정부와 협회에서 개인의 희생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정부와 협회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정부에서는 정책을 바꾸고 협회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캐나다 정부와 탁구협회처럼 말이다.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탁구의 묘미를 알려준다면 선수, 지도자, 협회, 나라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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