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창현 (영국 베드포드셔대학교 박사과정)
안녕하세요. 영국 베드포드셔대학교에서 박사과정으로 공부하고 있는 이창현입니다. 영국의 체육
문화는 ‘축구 문화’를 제외하면 그렇게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서 저의 전공(스포츠
교육학)과 관련해서 ‘영국의 체육 관련 학과를 입학하는 방법’과 교사 양성 코스인 ‘체육교육과’
이렇게 두 가지를 통하여 영국의 체육 문화 일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의 체육 관련 학과를 입학하는 방법
영국은 고등학교 입학시험(GCSE test)과 대학교 입학시험(A-level test)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한국과
달리 체육 이론 과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1970년 즈음하여 나타난 제도로 체육 관련 학과를 입학
하려는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점수를 받아야 되는 과목 중 하나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A-level(수학능력 시험 개념)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영국 대학의 대부분 체육 관련
학과들이 체육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과목은 간략하게 운동 역학, 운동 생리학, 해부학, 체육사,
경기 룰 등 이 있는데 이를 단답형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통합해서 물어보기도 합니다. A-level 테스트를
위한 참고서를 잠시 보았는데, 문제 수준이 꽤 높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대학입시 실기시험은
없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운동 수준에 대한 걱정을 조금하였으나 완전한 오해였습니다. 체육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들이 지원을 하고 교육과정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운동 능력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통해서 영국 체육 문화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주요 교과목에 밀려서
체육 수업이 파행 진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A-level 과목에 체육 과목이 포함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부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실기 뿐만 아니라 시험을 위한 이론 과목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체육
교사의 역할이 더욱 다양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부 영국 체육학자들은 중고등학생
들의 마구 뛰고 땀을 흘리는 신체 활동의 측면이 줄어 들고 있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또한 저의 우려 즉, 영국 학생들이 체육 실기를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잘못된 걱정은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일까요? 한국과 달리 영국 학생들은 대학 이름 보다는 자신의 관심 분야를 우선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여기 학생들도 옥스포드와 캠브리지를 가고 싶어하지만 한국처럼 많은 학생들이 학과와
상관없이 한 대학을 염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대학교 실기 시험을 전면 폐지한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걱정이 되지만, 여기선 그런 걱정이 훨씬 덜하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체육
학과를 가겠다고 하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한국에 비해 영국에서는 대학 선택시 체육학과를 가겠
다고 하는 것을 존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체육 환경의 있는 학생들이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영국대학의 체육교육과
제가 다니고 있는 베드포드셔대학교는 영국의 체육 대학 중에서 그 명성이 높습니다. 또한 베드포
드셔대학교가 영국의 전형적인 체육대학의 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설명하겠습니다.
(영국은 한국체육대학교의 개념은 없습니다. 한 대학교에 대학(faculty)이 있습니다.
베드포드셔대학교에는 교육 및 스포츠 대학(Faculty of Education and Sport)이 있는데 거기에 체육
관련 코스가 10개 있습니다. 여기서 코스는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학과’의 개념이 됩니다. 학생들은
입학시 고등학교 입학시험(GCSE test)과 대학교 입학시험(A-level test)을 통해 체육에 대한 자신의
적성을 탐색한 다음 적절하게 자신의 세부 학과를 선택합니다. 한국보다는 체육관련 지식을 접할
기회가 훨씬 많기 때문에 세분화되어 있는 학과를 선택하는데 학생들에게 큰 어려움은 없어 보입
니다. 이 중 하나가 체육교육학과 입니다. 일반 체육관련 학과는 3년 과정이지만 체육교육학과는 4년
과정입니다.
영국의 초•중등학교 교사양성 개념은 우리나라 교육대학교 제도와 비슷합니다. 따로 교육대학교는
없지만, 각 대학에서 초임교사양성과정(QTS(Qualified teacher status) degree)을 통해 한국의 임용
시험과 다르게 전적으로 대학교육을 바탕으로 각 초•중등학교에 임용이 됩니다. 그래서
영국의 체육교육과의 정식 명칭은 ‘physical education leading to QTS’입니다. 쉽게 말하면 ‘풋내기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체육교육과’ 정도가 되겠습니다. 학생의 정원은 TDA(Training and Development Agency for Schools)라는 기관에서 미래 수요를 예측해서 매년 할당을 해 줍니다. 베드포드셔대학교
체육교육과의 정원은 작년 50명, 올해 90명입니다. 교육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실기 수업이
따로 존재하긴 하지만, 실기 수업을 통해 체육 수업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한국처럼 이론 수업이
2, 3학점 실기 수업이 1,2학점의 방식이 아니라, 실기 수업이 포함된 수업일수록 학점이 더욱 높습니다.
여기서는 credit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론 수업은 보통 15credit, 실기를 포함한 수업은 30credit 정도입니다.
또한 한학기만 진행하는 수업도 있고 1년 동안 진행하는 수업도 있습니다. 교생실습은 1학년 6주, 2학년
6주, 3학년 8주, 4학년 12주 총 32주를 필히 이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4년제 체육교육과는 전국에 8개 밖에 없습니다. 8개 대학으로는 교사의 수요를 감당 할
수 없기 때문에 체육 관련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다양한 대학 및 기관에 개설되어 있는 PGCE(Postgraduate certificate in education)과정을 1년 이수하여 교직으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은
QTS과정보다 짧기 때문에 훨씬 혹독합니다.
이렇게 전반적인 영국의 체육교육과의 설명을 마치고, 그 이면에 있는 체육학과에 대한 모습을
알아보겠습니다.
아직 한국의 체육교육과는 각 대학에서 입학시험 성적이 타 과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체육교육과는 학교마다 다릅니다. 베드포드셔대학교는 생물교육과보다 체육교육과의
입학 조건이 높습니다. 아니 교육관련 과중 가장 높습니다. 이 학교의 체육교육과에 대한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체육으로 가장 유명한 대학인 러브버러대학교(Loughborough University)에는 체육교육과는 없지만, 체육 관련 학과들이 그 대학의 의과대학보다 입학점수가
높습니다. 영국의 대부분 대학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대는 가장 높은 점수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러브버러대학교의 체육관련 학과는 의대보다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합니다.
이는 무엇을 설명하는 것일까요?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체육학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체육교육과의 학생들의 입학 성적이 낮은 것이 학생들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일까요? 한국 대학에서 체육학과 학생들의 입학 점수가 낮은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대로 보고만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영국의 시각으로 보니, 체육학이란
위치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제가 상담한 영국 교수님은 한국의 대학에서 체육교육과의 위치에 대해 이해는 하셨습니다. 그렇게
놀라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체육학은 다른 쪽에서 계속해서 공격을 받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체육학에 대해 공격했지만 그만큼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반박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영국의 고등학교 및 대학교 입시 시험에 체육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과 영국 대학에서 체육과의 위치를
파악한 것만으로도 한국의 체육학 문화를 우리가 어떻게 바꿔야 되는지를 한 번 생각 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육의 ‘위상’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합니다. 앞으로 체육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는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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