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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해 ‘올림픽 어젠다 2020’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32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해 ‘올림픽 어젠다 2020’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글/ 김학수(한국체육대학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은 지난 2014년 IOC의 개혁안인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출처 : news 1)

 

   올 들어 남북한 스포츠가 사상 유례없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정상간의 남북회담에서 2020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에 합의했다. 이미 남북한은 판문점과 개성 등에서 남북체육실무회담을 몇 차례 열고 내년부터 핸드볼 등 실현 가능한 종목부터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하기로 합의를 했으며, 앞으로 종목을 더 확대해나가기로 결정했다. 지난 70년 분단이후 전례없는 남북 교류의 문의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남북 체육교류는 대개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났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991년 탁구와 축구에서 단일팀을 구성,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으며, 2000년대들어 북한 응원단이 부산아시안게임 등에 참가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에 북한선수단이 출전했으나 지속적인 교류로 이어가는데는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남북체육교류가 주목을 받는 것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향후 올림픽 등 비중있는 국제대회에서 남북한이 단일팀과 공동 개최를 추진하기 위해선 지난 2014년 발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어젠다 2020’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략 등을 세워야한다. IOC의 개혁안을 담은 올림픽 어젠다에는 국제스포츠의 흐름과 방향 등이 구체적이고 유형적으로 상세하게 규정하기 있기 때문이다.

 

  올 2학기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한국체대 대학원 글로벌스포츠 전공과목 ‘국제스포츠이벤트’에서 올림픽 어젠다 2020 전문을 원생들과 함께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규정이 올림픽과 국제대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해 세부조항 등을 현재 국제스포츠의 현실과 결부시켜 하나 하나의 문항 등을 비교, 연구해 원생 등이 발표를 했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은 IOC의 부패와 과다한 올림픽 개최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취임하자마자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면밀히 분석해 올림픽 어젠다를 제시했다. IOC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2004 아테네 올림픽의 실패와 2008 베이징 올림픽,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막대한 재정적자,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의 세계 경제침체의 영향으로 예전과 달리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들이 점차 적어지면서 올림픽 위기가 찾아온다고 판단, 개혁안을 마련했던 것이다.

 

   올림픽 어젠다는 40개 항목으로 된 권고사항이지만 실제로는 IOC 위원장의 강력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공약사항이 담겨 있다. ‘신뢰성’, ‘지속가능성’, ‘젊음’을 핵심적인 모토로 내세운 올림픽 어젠다 2020에서 부각되는 것은 개최 희망 도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개최 도시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특혜를 준다는 점이다. ‘1국가 1도시 단독개최 원칙 포기’, ‘개최국 종목 추천권’, ‘유치 비용 IOC 부담’, ‘남녀메달 불균형 조절’, ‘가성비 낮은 종목 축고와 가성비 높은 종목 확대’ 등의 세부적인 운영사항과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IOC의 개혁의지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개최비용과 올림픽 개최지 환경파괴 등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올림픽 어젠다에 대한 효력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IOC는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여러 국가들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 종합 1위를 차지한 세계동계스포츠 최대 강국 노르웨이는 과다한 올림픽 비용과 잠재적인 환경파괴 우려를 이유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극 반대하는 모습이다. 1976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도 최근 주민들이 올림픽 개최 찬성여부를 투표에 부쳤는데 반대표가 많았다. 심지어는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의 한 주도 올림픽 개최에 문을 꽁꽁 닫아놓고 있는 실정이다.

 

   과다한 개최비용과 환경 파괴 등의 문제는 비단 올림픽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선수권대회 등 여러 중요 국제대회도 대부분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이러한 국제 스포츠의 문제점이 오히려 본격적인 스포츠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남북한에게는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남북한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남북한 단일팀과 2032 하계올림픽 개최의 당위성을 적극 국제 여론에 알린다면 많은 호의와 동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IOC 관계자들은 남북한의 2032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의 규정상으로 볼 때는 전혀 문제될 게 없고,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이다.

 

   법과 규칙 등은 국가나 조직체의 기본 운영방향과 세부 지침 등을 담고 있다. 어떠한 원칙을 갖고 이끌고,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가가 논리적이고 일관성있게 규정하고 있다. 올림픽 어젠다 2020도 IOC의 올림픽과 국제대회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보면 2032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