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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스포츠 현장에서 스포츠의 참 가치를 배운 세계적인 명사 토마스 프리드먼과 마이클 샌델

스포츠 현장에서 스포츠의 참 가치를 배운 세계적인 명사 토마스 프리드먼과 마이클 샌델

 

글/ 김학수(한국체육대학교)

 

(‘늦어서 고마워’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펴낸 미국 뉴욕타임스 스타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표지/ 출처 : 미래엔 와이즈베리)

 

 

   지난 수년간 스포츠에 미친 인문학적 영향을 연구한다는 목적으로 여러 책을 읽었다. 문학, 철학, 역사 등 이른바 ‘문사철’을 중심으로 다양한 책을 섭렵하며 스포츠에 내재된 철학적 가치와 의미를 살펴봤다. 특히 스포츠 천국인 미국에서 스포츠가 국가와 사회,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됐던 베스트셀러를 낸 이 시대의 세계적인 명사 두 명이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스타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65)과 하버드대학교의 인기 교수인 철학자 마이크 샌델(65)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1953년생으로 같은 고향에서 한 고등학교를 다닌 단짝 친구사이다.

   프리드먼은 현재 뉴욕타임스에 주기적으로 국제관계에 관해 자유주의 성향의 칼럼을 기고하며 미국 언론인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프리드먼은 ‘언론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퓰리처상을 3번이나 수상했다. 그의 대표적 저서는 ‘늦어서 고마워’,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베이루트와 예루살렘까지’, ‘경도와 위도’ 등 여러 책이 번역본으로 국내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았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책 출간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초청 등으로 한국을 여러차례 방문한 바 있다.

   정치철학자 샌델은 하버드에서 ‘정의’를 주제로 천여명의 학생에게 소크라테스식 강의를 하는 최고의 교수다. 수년 전 서울에서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야외 대형극장에서 강연을 했고 중국 웹사이트에 중국어 자막을 입힌 그의 강연은 이미 2천만명이 넘게 봤을 정도로 미국을 넘어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는 “중국에서의 샌델 인기는 할리우드 스타나 NBA 농구스타와 버금가는 수준이다” 라고 평하기도 했다.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등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정의론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책을 출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랐다.


   두 사람의 여러 책을 만나면서 스포츠와 관련한 여러 가치와 의미들을 배울 수 있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칼럼에 자주 샌델과 관련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샌델은 자신의 하버드대학교 특강에 프리드먼을 초청하면서 소통과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영역을 넓혀 나갔다. 미국에서 스포츠는 일상 생활화가 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둘의 책을 통해서 더 실감을 할 수 있었다.


   둘은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루이스파크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며 탈무드토라 유대인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던 친구사이로 버스를 타고 야구 경기를 같이 보러 다닐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했다. 프리드먼의 경우, 아마골프 선수로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캐디를 맡을 정도로 전문적인 골프선수로 활동했으며 한때 프로골퍼를 꿈꿨다. 샌델은 비록 운동선수는 아니었지만 프로야구 보는 것을 즐겼다. 샌델은 201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잠실운동장에서 LG 야구단의 시구를 스스로 요청할 정도로 열광적인 야구팬이다.


   둘은 여러 책에서 스포츠와 관련한 자신들의 어릴 적 경험을 소개하며 스포츠를 통해 인성과 덕성 등을 배우며 훗날 자신들의 삶의 기초를 다졌다고 밝혔다. 둘이 살았던 미네소타주는 유대인, 흑인 등 백인들 못지않게 소수인종이 두루 섞여 살았는데, 스포츠가 일련의 공간과 공통 경험을 제공하며 커뮤니티의 화합을 잘 이끌어갔다고 한다.


   프리드먼은 볼링, 골프와 야구 등과 관련한 일화를 지난 2016년 ‘늦어서 고마워’에서 전했다. 어릴 적 그는 일요일이면 아버지를 따라 볼링장에 가서 경기를 보며 아버지를 응원했는데, 당시에 ‘나홀로 볼링’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또 프리드먼은 아버지 친구들을 위해 캐디를 하고 다섯 살부터 골프치는 법을 배우면서 기업가들인 아버지 친구들로부터 사업 세계에 관해 듣고 배우며 기업가들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게 됐다고 했다. 특히 전반 나인홀을 돌고서 음식을 파는 매점에 들렀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지를 알았다는 것이다. “사이다를 사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이다와 핫도그를 사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드물지만 사이다와 햄버거를 사주는 사람도 있지요. 우리는 누가 그런 사람들이지 알았어요. 아주 잘 알았지요”라며 사람에 따라 인심이 어떻게 다른 지를 배웠다고 한다. 프리드먼의 아버지는 그가 19세 때 코스의 15번째 홀(파4)에서 세 번째 샷을 한 후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또 고교 졸업반인 1970년 미네소타주 채스카 헤이즐타인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1970년 US오픈 골프토너먼트에서 푸에르토리코의 괴짜골퍼 치치 로드리게스의 캐디를 맡으며 ‘평등주의’를 직접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당시 미국골프협회는 프로골프 선수가 ‘오픈’에 전문적인 캐디를 데리고 오면 프로 선수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해 프리드먼을 포함한 캐디 4명을 대회장 인근 골프클럽에서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잭 니클로스, 아놀드 파머 등 세계적인 골퍼들의 캐디 선정을 위해 클럽 회관에서 은으로 만든 커다란 사발에 넣은 종이쪽지를 직접 뽑았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이 캐디를 맡은 로드리게스는 첫날 공동 2위를 했고 커트를 통과했으며 26위로 경기를 마쳤는데 자신에게 약 175달러를 지불했고 가방에 있던 모든 공과 장갑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이 때를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고 기억했다.


   프리드먼의 친구 샌델은 그 시절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 ‘지금보다 더 민주적인 경험’이었다고 프리드먼의 책 ‘늦어서 고마워’에서 밝혔고, 자신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점차 부자와 특권 계층과 보통 사람들의 분리와 차이를 드러내는 프로야구 입장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샌델은 1965년 다저스와 미네소타가 맞붙은 미니애폴리스 메트로폴리탄에서의 월드시리즈 경기를 보러 자신의 아버지와 프리드먼의 아버지와 함께 갔던 것을 기억했다. “홈 베이스 뒤쪽 관람석은 언제나 더 비쌌다. 하지만 그 차이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외야석은 약 1달러였고, 박스 자리는 3달러 50센트였다. 따라서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건 여러 계층과 섞이는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기업 경영자가 교사, 우체부와 나란히 앉았다. 야구장에서 서로 다른 계층이 섞이는 상황은 민주주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민주적 시민의식을 교육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샌델은 야구를 통해 배운 민주주의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난 뒤 스카이박스가 등장하면서 입장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세대와 계층간의 차이를 뛰어 넘어 같은 팀을 함께 응원하던 공감대와 연대의 가치는 사라져 가고 있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프리드먼과 샌델의 여러 저작을 통해서 미국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쏟는 이유를 알게됐다. 둘은 스포츠를 통해 감동과 참여, 공공성, 우정과 사랑, 명예 등 인간 사회의 인성과 덕성, 영성 등을 몸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는 교훈을 강조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도 스포츠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성찰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