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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신정여자중학교 육상부 “공부와 운동 함께 할래요”

신정여자중학교 육상부 “공부와 운동 함께 할래요”

 

글/ 신용욱(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최근 학생선수들의 학습권보장 문제가 꾸준히 제기 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최저학력제를 시행하고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이란 목표를 내세운 학교체육진흥회가 공식 출범했다. 학생선수들의 학업을 위해 교육부와 체육계가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학생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학업과 훈련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육상부가 있는 신정여자중학교를 방문했다.

   신정여자중학교 육상부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육상명문학교이다. 전국소년체전을 비롯하여 전국 단위 육상대회에서 매년 다수의 성적을 내고 있다. 금년에는 3학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학년(박다해, 송영서)과 2학년(배소영, 오은채)을 주축으로 코오롱 중학교 구간 마라톤 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주장 배소영(2학년) 선수는 금년 전국대회에서 8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꿈나무 선수로 선발됐다. 박다해, 송영서, 오은채 선수도 전원 전국대회 메달을 획득했다.

 

   현재 학생선수들은 과거와는 달리 정규수업을 전부 이행해야한다. 정규수업을 이행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신정여중 학생선수들은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루 일과를 학생선수들과 함께 했다.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에서 입상 한 오류고등학교와 신정여자중학교/ 출처 : 국진 코치)

 


(예천에서 열린 회장배 제 16회 전국 중·고 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여중부 800m 1위를 차지한 배소영(2학년)선수/ 출처 : 한국진 코치)

 

   새벽 5시, 해가 뜨기도 전. 새벽훈련을 위해 학생선수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일반학생들은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이다. 눈은 반이 감긴 채 목동종합운동장을 향했다. 훈련 내용은 운동장 400m 트랙 25바퀴였다. 거리는 10,000m로 건장한 성인 남성도 뛰기 힘든 거리이다. 선수들은 익숙한 듯 간단한 체조와 스트레칭 후 달리기 시작했다. 남은 바퀴 수가 줄어들수록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가 떠올랐다. 2시간의 훈련을 마치고 쉴 틈도 없이 아침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오전 9시. 수업 시작의 종소리가 울렸다.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에는 친구들과 급식도 먹는다. 잠깐의 휴식 후 오후 수업을 준비했다. 영락없는 여중생의 모습이다. 과거 학생선수들의 경우 오전 수업만 듣고 점심은 선수들끼리 먹었다. 오후 수업은 듣지 않았다. 오전 수업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7교시가 끝나고 학생들이 하교했다. 학생 선수들은 곧바로 오후 훈련에 들어갔다. 아무 불만 없이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이 대단해보였다. 오후 훈련을 마치고서야 하루의 일과가 끝이 났다. 성인 남성도 소화하기 어려운 빠듯한 일과였다. 매일 이런 일과를 어떻게 유지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 비결은 한국진 코치의 지도력에 있었다.

 

(운동이 끝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신정여자중학교 학생선수들/ 출처 : 한국진 코치)

   한국진 코치는 금년 신정여중 육상부 코치로 부임했다. 강신초등학교 육상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발탁됐다. 엘리트 선수 출신인 그가 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학업을 등한시 했다. 그는 “은퇴 후에 학창시절에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많은 후회가 됐다.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며 “나의 제자들을 나와 같은 상황에 둘 순 없다”고 말했다. 부임 후 기존에 진행되던 훈련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학생선수들의 체력안배를 위해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새벽훈련을 하지 않았다. 또한 야간훈련을 없애고 그 시간에 학생선수들을 학원에 보냈다. 훈련시간에는 최대한 학생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컨디션에 맞는 훈련을 지도했다. 함께 달리기도 했다. 그는 “학생선수들도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다. 학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내년에는 선수들과 함께 한국사를 공부하여 자격증에 도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주말에는 선수들과 놀이공원과 체험활동을 가는 등 문화생활도 놓치지 않았다. 과거의 운동선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수업이 끝난 후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선수들/ 출처 : 한국진 코치)

(놀이공원으로 문화생활을 하러 간 왼쪽부터 배소영, 오은채, 송영서, 박다해 선수/ 출처 : 한국진 코치)

   아직까지도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들이 많다. 신정여자중학교와 같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며 최고의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창시절에 학업과 운동을 잘 병행하게 된다면 운동선수들이 은퇴이후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학생들의 미래는 지도자의 손에 달려있다. 지도자는 학생선수들에게 운동만을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적인 부분까지 책임을 져야한다. 앞으로 지도자의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