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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평창의 업무 경험이 해외진출의 밀알이 되다

평창의 업무 경험이 해외진출의 밀알이 되다

 

글 / 허찬(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관광학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93개국, 2925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패럴림픽에는 49개국, 567명이 선수가 출전했다. 많은 인원들을 수용하고 원활한 대회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철도, 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와 자원봉사자를 포함하여 5만 5000명에 이르는 인적자원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는 여러 분야에서 올림픽 유산을 남겼다. KTX와 서울-양양고속도로는 균형적인 국토개발을 위해 사용되며, 경기장은 선수들의 훈련장 이외에도 다목적 스포츠 레저시설로 사용되어 지역시민들의 생활체육시설로 탈바꿈된다.

 

  그렇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이끈 5만 5000명의 고급인력들은 어떻게 그 경험과 가치를 활용할 수 있을까? 2018 평창 조직위원회 National Paralympic Committee (이하 ‘NPC’) 협력팀에서 경험을 쌓고 2020 도쿄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NPC 협력팀으로 근무하게 된 백수진 (32) 스포츠행정가를 만나 평창 이후의 커리어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1998년도 12살 때 댄스스포츠에 입문하고 1999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당시 최연소로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2004년도에 처음으로 대한민국 댄스스포츠종목 국가대표를 뽑았는데, 18살의 나이로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었습니다. 이후 대학을 진학,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생활체육정보학과를 전공하여 스포츠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웠습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2008년도에 댄스스포츠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1년 동안 활약한 후 2009년도에 은퇴했습니다.

  은퇴 이후에 스포츠행정가로서 역량을 쌓기 위해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국내 외국어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미국 테네시로 가는 해외연수를 수료했습니다. 교육 수료 후, 2011년도에 대한장애인체육회 국제전문인력으로 스포츠행정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2012년도에 국민체육진흥공단 해외인턴십에 도전하여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으로 근무했었습니다.

  귀국 후에는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엔트리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NPC 협력팀으로 근무하며 국제스포츠행정가로서 경험을 쌓았고, 2017 차세대 여성스포츠인재과정을 수료하여 종목별 여성스포츠인들과 교류해 지속적으로 경력개발에 도움을 얻었습니다. 올해 8월부터는 일본에서 거주하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NPC 협력팀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선수시절 대회사진과 평창 조직위원회 활동사진/ 출처 : 허찬)

 

- 본인에게 있어 국가대표 선수출신 스포츠행정가의 삶은?

▲ 사실 은퇴 후의 생활은 ‘막막’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여성스포츠인재과정과 국제스포츠인재과정을 통해 많은 교육을 받아 영어뿐만이 아니라 스포츠산업에 대해 깊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과정들을 통해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안목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막연히 꿈만 꾸었던 일이 현실이 되어서 너무나 영광이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프로그램과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사실 선수시절에는 대회운영을 준비할 때 체크해야 하는 것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현업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이전에는 안보였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선수시절에는 한 종목의 선수였지만, 지금은 여러 종목과 여러 국가의 사람들을 고려하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각 종목뿐만 아니라 각 국가의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시절의 경험이 대회 준비 시 운동선수들을 고려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해외인턴십 활동사진/ 출처 : 허찬)

 

- 평창 올림픽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 아무래도 스포츠행정 분야에서 일하다보니 업무에 대해서 기억이 남습니다. 특히 대회준비과정에서의 프로세스가 체계적이었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주기적으로 회의나 리뷰 등을 통하여 업무가 진행되었는데, 다수의 대회들을 통하여 축적된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IOC와 IPC 조정위원회가 여러 차례 진행되었는데, 회의를 준비하면서 체계를 계속해서 다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다음 행보는?

▲ 도쿄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서 NPC 협력팀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에서 근무할 당시 도쿄 조직위원회에서의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지원받았었고, 2회에 걸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최종적으로 NPC 협력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NPC 협력 일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숙박, 교통, 경기장 정보뿐만이 아니라 세세하게는 선수촌 및 경기장에서 제공되는 음식에 대한 정보 등 까지도 각 국가별패럴림픽위원회(NPC)에 제공하고 협의하는 대외적인 일입니다. 대외적인 일이다보니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직무이고, 평창에도 유경험 외국인 직원이 있었습니다. 도쿄에서는 이제 경험자로서 무를 해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 더욱 큰 책임감이 듭니다.

(도쿄 조직위원회 활동사진/ 출처 : 허찬)

 

- 스포츠행정가로서의 최종 목표는?

▲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스포츠행정가라면 IOC나 IPC 등 국제스포츠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목표를 설정하여 이뤄내기 보다는 그때 맡은 업무를 하나씩 완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잘못하더라도 항상 진심을 다해서 성실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간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도쿄 조직위원회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이 매우 기대됩니다. 더 많은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커리어 외적으로는 은퇴선수의 멘토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교육프로그램들을 많이 참여해서인지 은퇴선수, 엘리트학생선수들에게 제가 겪었던 것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먼저 부딪혀 보았으니 저만의 노하우를 그들에게 알려주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은퇴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환경입니다. 차세대 스포츠리더로 성장하고 싶은 체육인재들에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여러 교육과정들을 수강하며 경험을 쌓기를 추천합니다.

 

  대개는 올림픽이 남긴 것 중 유형유산에만 집중하여 그 활용방안을 생각한다. 하지만 평창이 남긴 것은 유형유산뿐만 아니라 무형유산, 경험을 쌓은 인적자원이 있다.

 

  5만 5000명 중 한명의 이야기를 통해 일반화를 시킬 순 없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통해 얻은 이들이 해외로 진출하여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시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평창-도쿄-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올림픽의 시작점이었던 평창에서의 경험이 국제스포츠계 진출로 이어져 동아시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더 많은 스포츠행정가들이 국제스포츠계로 진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