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나운서는 자신감이다
글 / 김신범(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스포츠 아나운서는 승리 팀 감독과 수훈선수를 찾아가 인터뷰하고, 경기 상황 등을 매끄러운 말솜씨로 전해준다. 최근에는 각 스포츠 채널 방송국의 마스코트로 활동하기도 한다.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대중들이 쉽고 재미있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포츠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 삶은 과연 어떨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스포츠 사회학을 전공하는 매력적인 스포츠 아나운서 최희(32)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 아나운서의 세계를 자세히 알아봤다.
<인터뷰 사진 : 출처= 기자 본인>
- 본인에게 있어 스포츠 아나운서로의 삶은?
▲ 나는 한 마디로 '선물 같은 삶' 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나의 경우에는 아나운서 준비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고, 그만큼 실수도 있었다. 일종의 초반 시행착오였던 셈이다. 주위 사람들, 방송국 관계자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일말의 사명감도 있었다.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실수에도 주눅 들지 않게 됐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독특한 직업이다. 내가 열심히 해야 앞으로 이 길을 지망하는 후배들도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 힘든 점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큰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이 감사와 축복이다.
- 스포츠 아나운서 준비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대학생활 때 활동이 있다면?
▲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에서 아동가족학을 전공했다. 그 때 활동했던 댄스 동아리 '헥스(HEcs : Hiphop Energetic Creative Society)' 시절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 공연을 자주 했는데, 특히 길거리 공연의 경험은 무대에 있을 때 떨지 않도록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오히려 남 앞에 서는 것을 즐겁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사실 스포츠 아나운서의 경우에는, 정해져있는 프롬프터나 매뉴얼이 없다. 최소한의 프로그램 가이드라인만 존재하고, 나머지의 진행과 채워나감의 과정에는 내 주관성이 많이 개입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 나가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특성상, 자신감이 주효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어느 부분에서든 자기를 성장시킨다면, 그 활동들은 다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 전형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에게 조언한다면?
▲ 너무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는 스터디를 추천한다. 지망생들과 함께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점을 조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본다. 아무래도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혼자서만 전형을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다. 예를 들어, 뉴스를 진행하는 것은 나 혼자만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들에서 내가 부족한지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실력이 늘 수 있다. 준비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스터디를 통해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스터디를 했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 직업의 특성상 외모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지?
▲ 실제로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다. 물론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남들에게 보여 져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에 대해 신경을 전혀 안 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모는 외모일 뿐이다. 롱런을 위해서는 선천적으로 빼어난 외모보다는 자신의 외모와 스타일, 그리고 자기를 대표하는 매력 함양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스토리텔링이 결국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본인이 가진 얼굴과 매력을 독특하게 잘 풀어내는 사람이 부각될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지?
▲ 말했듯이, 내게는 매순간이 축복이다. 그 중에서 특히 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꼽아 보자면, 후배들이 잘 되고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초창기 멤버이기 때문에 직업에 있어서의 조언자, 혹은 선례가 없었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할 때도 조심스러웠고, 언제나 장고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다.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처음 입사할 때는 계약직의 포지션이었지만 사측에서 제안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 내가 준비할 대만 해도 대중들의 인식에서 생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내가 개척자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열심을 다했다. 지금은 나보다 훨씬 좋은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고 자리를 잡아서 뿌듯함을 느낀다. 9년 사이에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고, 전문성 또한 많이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더 공고해 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사실 나는 방송사고가 좀 있는 편이다. 특히 얼굴과 이름을 알리게 된 2년차에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었다. 유튜브에서 '최희 방송사고'를 검색하면 쉽게 영상을 찾을 수도 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심적으로 힘들었다. 내가 아나운서의 자질이 있는 것인가 깊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마냥 실수로만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겨우 웃음 하나도 못 참아서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을 보고, 사실 아나운서로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탈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시청자분들께서 좋게 봐주셨는지, 그리 미워하지 않고 격려해 주셨다. 지금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지만, 그때는 걱정이 많이 됐었다.
-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치마를 자주 입던데?
▲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일단 나는 바지를 자주 입는다! 사실 주 시청자 층이 남성들이다 보니 시선을 끌 수 있는 패션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만도 않다. 긴 치마나 바지도 자주 입는 것이 그 증거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치마는 선정적인가?' 사실 이런 개념부터 없애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이중적인 사고에서도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짧은 치마, 긴 치마, 원피스, 바지 등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와 프로그램 콘텐츠의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않나 생각한다.
- 야구 여신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 나 이제 야구 여신 그만 하고 싶다. 반은 장난이다. 아무튼 지난 9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실 여신이라는 수식어도 감사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에는 '야구계의 문익점?'으로 불러주시면 어떨까 싶다.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 초창기 멤버로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잘 해 왔다는 의미에서 생각해 봤다. 무엇으로 불러주시든, 사랑으로 알고 더 열심히 내 할 일에 임할 생각이다.
- 최희 아나운서의 다음 행보는?
▲ 이제 스포츠 아나운서로 살아온 지 9년차다. 하지만 방송활동은 계속 할 생각이다. 주어지는 기회를 감사히 여기고 방송하려 한다. 어떤 자리가 주어지더라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더 나은 나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 어떤 아나운서로 남고 싶은지?
▲ 자연스러운 아나운서로 남고 싶다. 전통적인 아나운서의 이미지, 즉 고정되고 딱딱하고 곧은 모습 보다는 누가 봐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아나운서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보시는 시청자분들 입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실 수도 있지만, 나는 언제 어디서든 편안히 마주칠 수 있는 아나운서로 남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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