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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조정은 스타플레이어가 없습니다. 모든 팀원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글 / 이정은

 

 

연세대 조정팀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지만 숨소리는 더없이 치열하다. 마지막 지점까지 상대와 선두를 주고받다가 0.002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조정은 ‘물위의 마라톤’으로 불린다. 노를 저어 속도를 겨루는 수상경기로, 정식코스인 2km를 전력으로 노를 저어 갈 때 한 번의 경주만으로도 체중이 약1.5kg 체중이 줄어든다. 비록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단시간에 많은 체력소모가 이뤄지는 스포츠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운 여름, 뜨거운 태양에 맞서 훈련에 몰두하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 연세대학교 조정팀이다. 다른 학생들이 방학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시간에 폭염과 폭우 속에 훈련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은 매년 한 달이 넘는 합숙훈련을 통해 전국대학조정대회를 준비한다. 대회 우승의 목표를 넘어 조정 자체를 즐기는 연세대 조정팀의 주장 권도현(25)을 인터뷰했다.

 

- 조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조정은 규정된 인원의 선수가 노(oar)로 보트를 저어 결승점에 도착한 순서에 의하여 승부를 가리는 운동종목입니다. Boat Race라고 흔히들 부릅니다. 보통 어떤 운동을 하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보통 조정 자체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배를 타는 운동이라고 말하면 팔 힘이 엄청 좋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조정은 배 위에 시트가 움직일 수 있도록 레일이 있고, 시트를 굴려 다리로 물을 밀고 그 힘으로 배를 나아가게 하는 운동입니다. 그래서 조타수인 콕스를 제외한 노를 젓는 크루들은 배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앉습니다. 뒤로 나아가는 셈이죠.

 

- 조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조정의 매력은?

  ▲ 보통 조정부에 들어오는 부원들에게 물어보면, 동아리 박람회 기간에 조정부 부스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조정을 시작하거나, 주변 지인 중에 조정부 부원이 있어서 권유받아 조정을 시작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군전역 후 무기력해진 삶을 반전시켜보고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도전을 한 것이 조정이었는데 이 또한 선배의 권유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다들 조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르지만, 일단 조정부에 들어오고 난 뒤에는 조정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이제까지 해본 운동 중에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런 만큼 애착이 많이 생기고 보람이 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를 탔을 때 배가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그 느낌이 환상적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스타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고, 모든 팀원이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되어야만 배가 빠르게 나아간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 연세대 조정팀이 오랜 역사를 유지한 운영 노하우가 있습니까?

  ▲ 연세대 조정부는 1961년에 시작됐습니다. 그 당시 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학교가 많지 않았고, 연고전과 전국 대학대회의 존재로 인해 조정부가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매 해 배출된 연세 조정부원들이 모인 연정회라는 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에서 후배 조정부원들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지원해 주고 훈련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실상 전국대학조정대회를 위한 합숙훈련이나 조정에 필요한 장비들 또한 연정회 선배님들께서 지원해주시기 때문에 연정회의 존재가 연세대 조정부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대회 시즌 때 준비하는 훈련방식과 분위기는 어떠한지?

  ▲ 7월 말에 있는 전국대학조정대회를 위해 학기가 끝난 후 합숙훈련을 합니다. 대회에서 요구하는 레이스를 하기에는 학기 중에 하는 수상훈련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대회에 나오는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팀원들과 코치가 한 숙소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배를 타거나 체력운동을 합니다. 고되지만 훈련할 때는 확실히 하고, 놀 때는 확실히 노는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 조정(훈련이나 대회)할 때 기억에 남는 애로사항이나 에피소드는?

  ▲ 훈련을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하기 때문에 학기 중에 훈련을 할 때는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일찍 상일동역으로 집합해서 택시를 타고 경기장으로 갑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교통이 불편하고 교통비도 많이 들고, 주말 아침에 잠을 포기하고 훈련을 나간다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제 시간에 도착해서 배를 타면 다들 만족합니다. 이번 합숙훈련 중에 어떤 날은 배를 타는 도중에 폭우가 내렸던 적이 있습니다. 다들 배를 타다가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훈련을 강행했는데요, 배를 다 타고 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에 흠뻑 젖어서 숙소로 돌아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날이 기억에 남네요.

 

- 조정을 시작하고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 조정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운동이기 때문에 조정을 시작하고 난 뒤에는 이전보다 체력이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수업을 듣거나 학교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더 활력이 생겼습니다. 또한,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모여서 함께 훈련을 하기 때문에 교우관계가 넓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정은 레이스 도중에 절대 포기하면 안 되기 때문에 훈련을 할 때도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마주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을 강조하는데요, 그런 훈련을 마치고 난 뒤에는 굉장히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감도 더 생기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나 목표?

  ▲ 작년에 우리 팀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제가 작년에 주장을 맡게 되면서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사자성어를 일 년 동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요, 그만큼 올해에는 힘든 합숙훈련 뒤에 값진 결과가 따라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합숙을 함께 한 팀원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함께 배를 타며 우정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오는 7월 28일(금)부터 7월 29일(토)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 제12회 전국대학조정대회(University Rowing Club Race)이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서울 5개 대학교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인하대, 한국외대)와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대학교(DG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가 참가한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결전의 날에 맞춰 검게 그을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하루하루 힘든 훈련을 이겨낸 젊은 전사들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