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삼성
지난 3월 25일 경북 경주에서 제33회 코오롱 구간 마라톤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는 42.195km를 고등학생 6명이 구간을 나누어 릴레이 형식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전국에 육상 장거리 팀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라면 이 대회에 총력을 기울인다. 대부분 팀들이 12월~3월 까지 4개월 동안의 피나는 동계훈련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문고등학교는 2012년(28회) 우승 이후 5년만인 올해 대회서 2시간15분15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로써 대회 통산 9번째 우승(6회 준우승)을 이루었고 동시에 최다 우승팀의 입지도 견고히 하였다. 같은 날 열리는 15km 중학교 부분에서도 배문중학교가 우승을 차지하여 중·고등학교 동반 우승을 이루었다. 가장 중요한 대회에서 중·고등부에서 동반 우승을 최초로 이끌었고 최다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은 배문고가 왜 명문인지 명확히 증명하는 것이다.
2017 코오롱대회 우승사진 (출처 : 조선일보)
허나 이런 부분을 알리면서 단연 최고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정말 최고인 이유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조남홍감독과 서순애 부부의 ‘가족정신’이다. 1987년 조남홍감독의 코치시절 두 사람은 결혼 2년차였다. "합숙하는 아이들 며칠만 밥해달라"라는 조 감독의 한마디에 서순애씨는 어느 덧 30년 째 30명 정도의 학생선수들에게 삼시세끼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이 밥을 먹고 졸업한 선수가 200명이 넘었으며 매 해 전국 최고의 선수들을 배출됐다. 필자 또한 서순애씨의 밥을 먹고 성장하였고 2010년(26회)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에서 각 팀의 최고 선수들이 달리는 2구간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시간이 흐른 지금 뜻 깊은 마음으로 다가온다. 선수들에게 해줬던 그 밥은 장거리선수에게 필요한 영양성분 하나하나를 모두 고려해 차려졌던 것이다. 새벽, 오후, 야간 하루에 3번의 훈련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던 이유를 선수들은 배문고를 떠난 이후에야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 야채를 좋아하지 않아 나물 위주의 반찬을 주실 때면 투덜대며 몰래 버리려고 했던 모습에 반성도 하게 된다. 한창 사춘기이고 말을 듣지 않을 시기의 아이들이라 투정도 부리고 많이 까불대는 일도 많았던 선수들인데 단 한번 쓴 소리를 하지 않고 모두를 같은 마음으로 자식보다 더 아껴가며 키웠다.
육상동문회를 가거나 가끔 인사를 드리러 찾아가면 환한 미소를 보이며 "밥 먹고 싶으면 언제든 와" 라고 말씀하신다. 배문고등학교 육상부로 졸업한 사람에게는 '제 2의 부모님'이다.
조남홍감독과 서순애 부부 (출처 : 경향신문)
흔히 운동 하는 사람들은 운동의 가장 중요한 3요소는 영양, 휴식, 운동이라고 한다. 그 중에도 비율 나누자면 영양이 70% 가량 차지한다고 말한다.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힘든 운동을 하였어도 육체는 노동으로 받아들인다. 그만큼 영양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지만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의 어느 학교도 해주지 않는 '사모님의 밥'이라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70%가량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영양이라는 요소를 채워주기에 배문고등학교를 정상에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현재도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사모님의 밥'에 더해 한 가지 더 명문으로서 자리를 잡게 해준 것은 바로 조 감독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훈련법이다. 간단히 말해 ‘남들 보다 조금 달리고 더 잘 뛰는 훈련’을 적용한다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한 사례를 보태면 2008년 배문고를 가기 이전 지방에서 선수로 자랐다. 함께 훈련하던 선배가 현역 선수로는 가장 좋은 마라톤 2시간9분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정진혁선수(한국전력소속, 현재 국군체육부대)였다. 당시의 훈련은 상상 이상이었다. 과장하지 않고 중·고등학생이 실업팀 선수만큼의 훈련을 하였다. 그 결과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되었었지만 단점은 성장기에 과한 훈련으로 부상의 노출이 심하다는 것이다. 즉, 좋은 선수들의 선수생명이 짧아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때까지 몰랐던 것을 배문고에 이적하면서 깨달았다. 기존에 하던 훈련에 반도 안 되는 훈련을 하였고 결과는 이전과 차이가 없었다. 조 감독은 첫 째로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부상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다른 팀에 비해 많은 훈련이 아닌 그저 필요한 만큼의 훈련만 지시하였고 이외는 부상관리에 집중하도록 하였다. 개인의 욕심이 없고 선수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분임을 알 수 있었다. 감독으로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날 것이고 잘해도 그저 원래 잘했으니까 라는 말만 듣는 상황에 억지로 훈련시키는 것이 아닌 선수를 자신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했다. 육상장거리 부분에서 조 감독은 단연 최고라고 느낄 정도의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선수들에 대한 사랑은 매우 깊었다.
3월25일 이후에 있던 3번의 전국대회에서도 배문고 선수가 5000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에서도 정상을 지키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적을 보고 최고라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한민국 최고의 육상장거리 명문학교인 배문고등학교는 지도자 부부의 깊은 정성이 더해져 얻어진 값진 성과이다. 선수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얻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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