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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스포츠는 국경없는 외국어다.

 

글 / 김학수

 

 

 

  30일 끝난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세계화에 성공한 국기 태권도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었다. 170개국에서 1,900명의 각국 선수들이 참가,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태권도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했으며, 지구촌 스포츠로서 태권도가 자리잡았음을 입증했다.


  태권도는 더 이상 한국만의 종목이 아니다. 축구가 발상지 영국만의 종목이 아니듯, 태권도는 이미 종주국의 수준을 넘어서 세계적인 종목이 됐다. 태권도가 이처럼 세계적인 스포츠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태권도 보급을 위해 물 설고, 낯 설은 이역만리로 날아가 온갖 고생을 마다하고 굿굿히 어려움을 이겨낸 해외 태권도 사범들의 큰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해외 사범들은 각국의 언어를 익히며 현지 생활에 적응하고 태권도의 정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해외 사범들은 도장을 차리고 각종 대회를 개최하며 태권도 붐을 일으켰다. 현지어를 배우면서도 한국인의 얼과 철학이 담긴 스포츠인 태권도의 정신을 잃지 않았다. ‘차려’, ‘경례’ 등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토록 했다. 태권도의 한글 용어는 이미 세계 각국의 태권도 선수들과 동호인은 물론, 여러 각국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대학원 시절 축구와 관련한 논문을 썼던 영국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앤소니 기든스는 세계는 점차 스포츠를 통하여 ‘무정부적이고(anarchistic) 자유분방한(haphazard)’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포츠가 세계 각국의 민족들을 이어주고 공유하며 소통하게 하는 ‘만국 공통어’이자 ‘국제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초지능’, ‘초연결성’의 시대를 맞는 요즘 유투브 스트리밍 등을 통해 스포츠를 매개로 한 교류가 시간, 공간을 넘어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 적절한 분석인 것 같다.


  스포츠 매니아들은 프리미어리그, 메이저 리그, NBA 등을 실시간으로 즐기며 다양한 삶을 구가하는게 요즘 모습이다. 한국의 젊은 스포츠팬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나 팀의 경기를 보고 환호하고 자신의 본 감상을 SNS 등에 올려 놓기도 한다.


  세상에는 많은 스포츠가 존재한다. 축구, 태권도를 비롯해 야구, 농구, 배구, 골프, 탁구, 육상 등 육상 스포츠는 물론 요트 등 해상 스포츠도 수없이 많다. 70억 이상의 지구촌 사람들은 여러 스포츠를 함께 즐기고, 이념, 민족, 종교, 인종 등의 차이를 극복하며 공감을 이끌어간다. 비록 각기 다른 언어 때문에 말을 주고 받지는 못하지만 스포츠에서만은 서로 이해하고 호흡을 같이 나눌 수 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각 종목의 대표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은 자국어 뿐 아니라 세계적인 공통언어인 영어 등을 통해 각국 선수와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축구 스트라이커 손흥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일찍이 배운 영어로 팀 소속 선수들과 교류하며 언론 인터뷰에 갖기도 한다. 골프 여왕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능숙한 영어로 세계 각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미 메이저리그의 류현진 등 한국출신의 선수들도 비시즌이나 훈련이 없을 때는 영어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 영어실력이 많이 나아지고 있는 편이다.


  이는 운동에만 전념하고 언어와 담을 쌓고 지냈던 수십년전의 상황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에는 선수들이 외국에 진출할 때나 국제대회에서 인터뷰를 할 때 통역이 전담했으나 이제는 웬만한 것은 선수들이 혼자서 처리할 정도로 외국어와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스포츠와 외국어는 상호 연관성이 매우 깊다는게 학자들의 정설이다. 스포츠가 두뇌와 몸을 동시에 움직여 행동으로 이루어지듯이 외국어 공부도 두뇌와 발성근육을 움직여서 표현하는 이치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몸을 움직여 단련하는 스포츠처럼 외국어도 발성기관과 두뇌활동을 단련시키면 표현력을 익히는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스포츠를 몸에 익히듯 외국어를 배우면 언어 경쟁력을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세계화 시대에서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영어를 국어와 함께 공영어로 정해 어학교육을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역대 정부에서 제기됐었다. 하지만 영어를 공영어로 정하기보다는 초중고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을 1개씩 선택해 자연스레 스포츠 활동의 기본 문형을 외국어로 익혀 나간다면 교육적 효과가 매우 높을 것이다.


  스포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스포츠는 국경 없는 외국어이다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고,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 모델이 본격가동하는 현재 상황이 학생들의 ‘스포츠 1인 1기’ 교육이 정착시키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