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권순찬
한국의 올림픽 역사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인 단체 구기 종목이라면 단연 여자 핸드볼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회, 은메달 3회, 동메달 1회를 목에 걸었고 2004 아테네 올림픽 당시의 ‘눈물의 은메달’ 스토리는 후에 영화 ‘우생순’으로 만들어 졌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였다. 여자 핸드볼의 ‘우생순’ 신화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 단체 구기 종목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하키이다. 한국 하키는 역대 올림픽에서 3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남자 1회, 여자 2회) 최근에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 한국 하키는 꾸준히 세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다른 비인기 종목들이 올림픽 때라도 주목을 받는 반면, 하키는 올림픽 때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이다.
2000 시드니올림픽 남자하키 은메달은 한국 하키 역사상 최고의 쾌거였다. 사진출처 = www.alamy.com
열악한 환경에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해온 한국 하키
하키는 11명으로 이루어진 두 팀이 구부러진 막대기로 공을 패스 또는 드리블하여 상대편의 골에 넣어 겨루는 스포츠이다. 쉽게 말하면 막대기로 하는 축구라고 할 수 있다. 하키는 고대 이집트 및 그리스에서 기원하였고 우리나라에는 1945년에 도입되었다. 1947년 6월에 조선 하키 협회(대한 하키 협회 전신)가 조직되었고 이 해의 전국 체육대회에서 시범경기가 되었다. 1966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 하키는 이후 꾸준한 발전을 보이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는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한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하키는 4회를, 여자 하키는 5회의 금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1988 서울 올림픽 때 처음 올림픽에 진출한 이후 여자 하키는 지난 2016 리우 올림픽까지 꾸준히 출전하며 은메달 2회, 남자 하키는 2012 런던 올림픽까지 꾸준히 출전하며 은메달 1회를 목에 걸어 하키 강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하키 역사에서 최고의 쾌거는 단연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하키 은메달 신화이다. 당시 준결승에서 하키 최강국 중 하나인 파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오른 하키 대표팀은 결승에서 네덜란드에게 1: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3:3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까지 이어가고 페널티 스트로크(축구로 치면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하였다. 이 경기는 시드니 올림픽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히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놀라운 건 이렇게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얻은 한국 하키의 열악한 환경이다. 대한 하키 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이 넘도록 등록 팀, 등록 선수의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하키 협회에 등록된 성인 선수는 남자 4팀 74명, 여자 6팀 104명이고, 중·고·대학 팀을 모두 합하여도 한국에서 하키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남녀 통틀어 총 81팀, 1,320명에 불과하다. 수만 명의 등록 선수가 존재하는 호주, 네덜란드 등 하키 강국들과 비교하면 한국 하키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시드니 올림픽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하키 스틱을 만드는 회사가 없어 스틱이 부러지면 몇 일 동안 훈련을 못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열악한 환경과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한국 하키는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만들어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여자 하키 대표팀. 결승전임에도 관중석은 텅텅 비어있다. 사진출처 = 대한하키협회.
점점 떨어지는 국제 경쟁력과 관심, 이제는 투자도 필요하다.
오랫동안 꾸준한 성적을 냈던 하키지만 최근에는 침체에 빠져 있다. 남자 대표팀의 경우 지난 2016 리우 올림픽 때는 출전조차 하지 못하였고 아시안게임에서도 2006년 이후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홈에서 열렸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준결승에서 인도에 패해 탈락하였다. 여자 대표팀의 경우 올림픽에는 계속해서 출전하고 있지만 은메달을 땄던 1996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메달 권에서 멀어진 성적을 기록 중이고 아시안게임에서는 오랫동안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다가 16년 만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드니 올림픽 때의 기적 이후로도 발전된 것이 거의 없다. 하키 같은 비인기 종목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에는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아 관심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이다.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언론을 통해 노출되기도 쉽지 않다. 세계 6강이 겨루는 챔피언스트로피 대회나 월드리그에 꾸준히 참여함에도 이와 관련된 기사는 접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현재 남자 대표팀이 영국에서 월드리그에 참가 중이고 여자 대표팀의 경우도 곧 벨기에에서 월드리그에 참가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기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키 같은 종목은 필요한 장비도 많고 전국에 경기장이 33개뿐이기 때문에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같은 종목들처럼 생활체육으로 즐기기에도 무리가 있어 언론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다보니 팬들의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여자 대표팀이 결승에 올라 금메달까지 획득하였지만 홈에서 열린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에는 관중이 거의 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시드니의 영광을 느끼고 싶다면 이제는 하키 발전을 위해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키 발전을 위해 유소년 육성, 실업팀 창단, 6인제인 인도어(indoor) 하키 지원 등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하키협회 창립 70주년 기념식. 사진출처 = 대한하키협회.
세계 최정상급 팀들과의 격차가 있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거나 아시안게임을 호령하던 시기에 비하면 많이 침체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한국 하키는 남자 세계랭킹 12위, 여자 세계랭킹 9위로 세계 10위권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실력을 보유했음에도 환경은 열악하고 팬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꾸준한 투자를 통해 아이스하키 불모지에서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듯이 한국 하키도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 된다면 언제든 다시 세계 정상급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대한하키협회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해로 침체에 빠진 한국 하키가 새로운 도약에 나설 계기가 될 수 있는 해이다. 한국 하키가 새롭게 도약하여 다시 한 번 시드니의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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